최강록과 박정민, 그리고 진심

진정성의 힘을 생각하며

by Ryan Choi

남에게 '척'하며 보여줄 수는 있다.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진정성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척'할 수 없다. 나를 속이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40대 이후부터는 특히 더 그렇다. 더 이상 스스로를 속일 수 없는 시기다. 자신에게 솔직해야 남들 앞에서도 당당할 수 있다는 사실도 새삼 알게 된다. 진정성은 바로 나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최근 '흑백요리사 시즌2'에 출연한 최강록 셰프의 모습을 보며 진정성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이미 '마스터셰프 코리아'에서 우승했던 그가 시즌1 탈락의 아픔을 딛고 히든 백수저로 재도전한 것부터가 쉽지 않은 선택이었다. 그리고 십여 년이라는 세월의 간격을 두고, 그는 2010년대와 2020년대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모두 우승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특히 마지막 미션 '나를 위한 요리'는 인상적이었다. 모두가 당연히 조림으로 승부를 볼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는 전혀 다른 요리를 시작했다. "조림을 잘하지 않는데도 잘하는 척 살아온 시간들이 있었다. 나를 위한 요리에서만큼은 조림을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덧붙였다. "수고했다, 조림 인간. 오늘만큼은 조림에서 쉬어라." 그 솔직한 고백이 화면 너머로 전해졌다.


실제로 그는 원래 조림을 자주 하지 않았고 할 줄 아는 조림 요리도 다양하지 않았지만, '조림 요정' 별명이 생긴 후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연구하고 노력했다고 말했었다. 우승 소감도 그다웠다. "저는 전국에 숨어서 열심히 일하고 계시는 요리사분들과 같은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담백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오히려 그 투박한 진심이 더 크게 울렸다.


박정민 배우의 에세이 ≪쓸 만한 인간≫을 읽으면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그의 글은 유쾌하면서도 따뜻했다. 자신을 꾸미지 않는 솔직한 모습, 유려하진 않지만 꾸밈없는 말과 글 속에서 오히려 더 큰 진정성이 느껴졌다. 과장된 표현 없이, 세련되지 않은 말과 행동이었지만, 진정성이 갖는 의미는 때때로 꾸며지는 모든 것들을 아무것도 아닌 것으로 만들었다.


"사람이 많은 공간에선 숨조차 제대로 못 쉬는 인간이 어떻게 연기를 하느냐"는 물음에 그는 "그래서 연기를 합니다."라고 대답한다. 잘하지 못하는 것을 알기에 남들보다 노력한다는 것. 자기 비하에 가까운 농담들을 계속 던지면서도, 그의 글들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꾸밈이 중요한 요즘 시대에 박정민 배우의 글은 새롭게 느껴졌다. 그 글 속에서 그 사람의 진심을 엿보았다.




대단한 언변이나 어려운 단어가 아니더라도, 어느새 내 곁에 다가와 팔짱을 끼는 듯한 말들. 나 역시도 팔짱 낀 손을 마주 잡으며 공감하는 그 말들이 참 소중하다. 진심에서 오는 그 순수함이 좋다. 순수하고 담백한 진정성. 내가 최강록과 박정민에게서 발견한 것이었다. 솔직함이 주는 울림은 어떤 화려한 수사보다 강했다. 그것이 진정성이 필요한 이유이기도 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직장에서 그리고 각종 모임에서, 척하는 사람, 있어 보이려 노력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이젠 예민하게 관찰하지 않아도 느껴진다. 남들에게 좀 더 나은, 좀 더 괜찮은 사람으로 비치길 바라며,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인 척하며 살아가는 순간. 그런 모습을 보면 애잔한 느낌까지도 들 정도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나 역시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모습이 보일 테니.


결국 나에게 정직한 사람만이 내면이 단단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나만의 생각과 나만의 태도, 그것을 찾아가는 과정이 결국 진실된 삶을 사는 방법이 아닐까. 최강록 셰프가 "오늘만큼은 조림에서 쉬어라."고 말했듯이, 박정민 배우가 "그래서 연기를 합니다."라고 고백했듯이, 남들이 기대하는 나의 모습이 아니라, 내 안의 진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싶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니라, 매일 진심을 다해 나 스스로에게 떳떳한 삶을 살고 싶다. 그렇게 나만의 진심을 찾아가며, 서툴더라도 솔직하게, 꾸미지 않아도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다. 작은 약속 하나도 소홀히 하지 않고, 꾸미거나 과장하지 않으며, 내 안의 목소리에 솔직하게 반응하는 삶. 바로 그것이 최강록과 박정민의 모습을 보며 배운 진정성의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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