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을 보스에게 돌리며, 조용한 승리를 취하는 방법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알게 되는 진실이 하나 있다. 보스는 아랫사람이 자기를 대신하는 것은 용인할 수 있어도, 부여된 권한을 자기 것인 양 사용하는 것은 참지 못한다는 것. 이것은 단순히 권력의 문제가 아니라 권위에 대한 도전이자, 보스에 대한 존중의 문제다. 그렇기에 설령 당신이 그 일을 주도적으로 했더라도, 그것을 자신의 공으로 내세우는 순간 위험해진다. '공은 항상 보스에게 돌린다.'는 것은 암묵적인 직장생활의 룰이다. 쉽게 말해 스스로를 내세우기보다 직장상사의 '가오'를 살려주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첫째 아들을 내친 사건은 유명하다. 잠시 첫째 아들에게 대리 경영을 시킨 그때, 아버지 사람 대신 자기 사람을 심었고, 권한을 자기 것처럼 휘둘렀다. 그리고 보스는 더 이상 그 모습을 참지 못했다. 성경의 민수기 20장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나온다. 모세가 "우리가 당신들을 위해 이 바위에서 물을 내면 되겠소?"라고 말했던 그때, 하나님 대신 '우리'라고 표현하며 하나님의 권능을 본인의 것으로 삼은 것에 하나님의 분노를 샀다. 보스의 공을 가로채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위험한 일이다.
회사에서 "이번 건은 사실 내가 한 거야."라고 떠벌리는 사람을 본 적이 있었다. 그런 사람은 조직에서 오래가지 못했다. 설령 팀장이나 부서장이 "이번 건은 김 과장이 추진해서 잘 됐어."라고 칭찬하더라도, 현명한 사람이라면 "아닙니다. 일러 주신 대로 했을 뿐입니다."라며 손사래를 쳐야 맞다. 이것이 연기처럼 보이고 가식처럼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것은 생존의 기술이다. 윗사람에게 공을 돌리며 한 걸음 물러서는 것, 이것이 비록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직장생활에서 살아남는 슬기로운 방법이기도 하다.
물론 명백한 자신의 공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말이 아니다. 다만 공치사 부분에서 한두 발자국 물러서는 겸손한 태도를 유지하라는 것이다. "제가 했습니다."보다는 "저희 팀이 했습니다."라고 말하는 것. 그 작은 차이가 나를 지켜줄 수 있다. 돌이켜보면 나 역시 경험이 적었을 때는 내가 한 일을 인정받고 싶어서 늘 안달이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깨닫게 되었다. 급하게 자기 공을 주장하는 사람일수록 오히려 더 빨리 잊힌다는 것을. 그리고 스스로가 아닌 주변에서 알아봐 주는 사람일수록 그 가치가 더 높아진다는 것을.
결국 머지않아 나의 실력으로 만들어진 성과라는 사실은 모두가 알게 되어 있다. 진짜 실력자는 꼭꼭 숨겨도 낭중지추처럼 드러나기 마련이다. 그때 그 약간의 겸손이 오히려 그 사람을 더욱 빛나게 할 수 있다. 시끌벅적 떠들며 자기 공을 주장하던 사람이 신뢰를 잃었을 때, 조용히 뒤에서 일했던 사람은 오히려 더 큰 신뢰를 얻게 된다. 한 걸음 물러설수록 더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래서 한 걸음 물러서는 겸손함이 때로는 뛰어난 능력보다 더 큰 무기가 되기도 한다. 결국 공을 주장하지 않는 사람이 가장 크게 인정받는다.
내가 보아온 여러 조직에서, 오래 살아남아 성공했던 사람들은 대부분 말이 적고 스스로 공을 앞세우지 않았다. 반면 요란하게 자기 업적을 떠벌리던 사람들은 어느 순간 사라져 있었다. 이것은 결국 어떤 조직이든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만큼 처신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진짜 승리는 조용하게 이루어지는 법이다. 시끌벅적 떠들며 오르다가 주변 시샘과 모함으로 고초를 겪기보다는, 소리 소문 없이 정상에 오르는 것이 진정한 승리일 수 있다. 이것이 내가 직장생활을 하며 배운 가장 값진 교훈 중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