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an Choi Jan 11. 2023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

자식은 부모의 삶을 읽고 있다.

#부모가_자식에게_물려줄_수_있는_것


어제는 아들에게 수학문제를 가르쳐주다가, 버럭 화를 내버렸다. 가족끼리는 뭐 배우고 가르치는 게 아니라던데... 분명 쉬운 문제인데 실수를 한다거나 이해가 잘되지 않아 바보 표정을 고 있는 아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아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끓어오르는 화를 참기가 어려웠다.


부모가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과연 무엇이 있을까? 유전자, 좋은 환경, 경제적 여유, 생활습관이나 삶의 태도, 직업, 문화... 여러 가지가 떠오르지만 이미 태어나면서 결정되어 버린 유전자나 좋은 환경 등제외한다면, 결국 자식에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은 바로 부모와의 '정신적 공유'라고 생각한다.



#지름길을_가르쳐줄_수_있는_부모


대학시절, 동기나 선후배 중에 중소기업 오너나 대기업 임원의 아들, 딸들이 꽤 있었다. 특히 경영대 쪽에. 근데 그들의 이야기를 해보면 확실히 사업 마인드라는 게 있어 보였다. 생각의 스케일이 컸고, 어떻게 하면 돈이 벌리는지 본능적으로 아는 느낌이었다. 나를 포함하여 일반 월급쟁이 부모에게서 자란 친구들과는 분명 다른 무엇이 있었다.


의사나 변호사 또는 사업을 하는 사람들 중 상당수는 자식도 나와 같은 일을 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그들은 자신이 겪은 경험과 쌓인 노하우가 있기에 자식이 시행착오를 겪지 않도록 지름길을 알려줄 수 있다. 그리고 자기가 해봤기에 그 직업의 장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부모의 직업, 그리고 그 주변의 환경 안에서 벗어나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사실 부모가 알려주는 그 길이 가장 쉬운 길이다. 자기가 자라 면서 보고 들은 것이 그것이기에 접근하기도, 잘 해내기도 훨씬 수월하다.



#부모의_삶을_보여준다는_것


하지만 이런 것들보다 중요한 것은, 부모가 자신의 삶을 자식에게 보여주고, 그 속에서 자식과 정신적인 공유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아이유가 몇 년 전 예능 프로에 나와, 어머니의 꿈이 '보육원 운영'이라는 이야기를 했던 장면기억난다. 그녀는 자기가 어렸을 때부터 보육원 운영이라는 어머니의 꿈을 보고 자랐으며 지금도 그 꿈을 위해 열심히 일하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그리고 자신도 어머니의 그런 삶에 영향을 받아 기부를 시작했다고 했다.



"집에 빚이 많아요. 하지만 제 어머니는 제가 벌어온 돈으로는 빚을 갚는 데 한 푼도 사용을 안 하세요. 그리고 여전히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나오는 돈으로 스스로 빚을 갚으시며, 보육원 운영의 꿈도 키우고 계십니다. 그런 어머니의 모습을 제가 많이 물려받은 것 같아요. 어른이 되면서 그런 엄마의 마음이 더욱 자랑스러워졌습니다."


나는 아이유가 큰 사건 사고 없이 수많은 팬들을 유지하며 오래가는 비결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만의 철학을 담은 노랫말과 여타 아이돌 가수들과는 다른 그녀만의 소신 있는 말과 행동도 부모의 꿈, 그리고 꿈만 꾸는데 그치지 않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이웃들에게 사랑을 나누며 바르게 살아오려 애쓰시는 부모님의 삶을 바로 옆에서 읽고 배우며 자라왔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본다.


자식에게 재산을, 직업을, 그리고 그 무엇을 물려주기 위해 과도하게 노력하기보다는, 자신의 삶을 자식에게 보여줘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성실하고 멋지게 살아가는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부모는 자식에게 최고의 선물을 물려주는 것이 아닐까.


자식은 부모와 같이 성장하고, 부모의 삶을 읽고 배운다. 자식과 공유하기에 떳떳한 삶이 되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아들에게 버럭 화를 내버린 내 자신이 너무도 부끄러워지는 아침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기계발서를 읽지 않는 사람들의 특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