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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Feb 27. 2024

아들과의 소중한 추억 만들기

순간의 소중함에 감사하기

얼마 전 일요일에 예배 시간에 늦을 것 같아 아들과 둘이 택시를 타고 가는데,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신 기사님께서 백미러로 뒷자리에 앉은 우리를 물끄러미 보시더니, 아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이야~ 넌 좋겠다. 아빠랑 이렇게 같이 다니며 함께 한 추억이 많아서!"


그리곤 본인은 늦둥이로 태어나 할아버지 같았던 아버지와의 추억이 거의 없어 아쉽다고 말씀하셨다. 내가 기사님도 자식들과 추억을 쌓으시면 되지 않냐고 여쭈었더니, 고속버스 기사를 20년 넘게 하면서 일주일에 2~3번 겨우 집에 들어갔고, 명절에는 더 바쁜 통에 자식들과도 시간을 많이 갖지 못해 한스럽다며 슬쩍 눈물까지 훔치셨다.


나는 아들과의 평범한 일상일 뿐인데, 이 모습을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었다는 사실이 한편으로는 놀랍기도 하고, 기사님이 안타깝기도 했다. 그리고 그간 내가 아들과 보내는 소중한 시간을 나 스스로는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슬프기도 했다.


몇 주 전에는 아들 방학을 맞아 대만에 3박 4일 여행을 다녀왔다. 자유 여행이라 스케줄 짜고 가족들 데리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고단하기도 했지만, 여행을 다니며 아들과 하루종일 대화를 하다 보니, 내가 미처 깨닫지 못했던, 부쩍 성장한 아들의 모습을 새삼스레 발견하게 되었다.


아이가 있는 엄마, 아빠들끼리 모이면 아이가 어릴 때 기억도 못하는데 왜 여행을 다니냐는 이야기를 종종 하곤 하는데, 나는 몇 년 전 보았던 한 소아과 의사의 영상에서 답을 찾았다.


그분께서는 영상에서, 아이가 하나하나의 에피소드들은 잘 기억이 나지 않을 수 있지만 부모와 함께 했던 따뜻한 분위기만큼은 무의식에 깊게 박히니, 아이에게 부모가 너를 믿고 사랑한다는 마음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여행을 자주 다니는 일이  필요한 것이라 말씀을 하셨었다.  


그 순간의 추억들은 나와 아이의 기억 속에, 그리고 사진으로도 고스란히 남는다. 아이와 추억을 쌓는 일은 그래서 중요하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오랜 기간 기억에 남는다. 나 역시도 어린 시절 가족과의 여행에서 경험했던 것들이 이제는 겨우 한두 가지씩만 기억날 뿐이지만, 행복했던 그날의 감정들만큼은 바래지 않고 지금도 마음속에 남아있다.

 

오늘은 이런 생각들을 하며 출근길에 올랐다. 지하철 창 밖으로 아침볕에 반짝이는 한강을 바라보며 순간의 소중함을 잊고 일상을 그냥 지나쳐 보낸 지난날들을 반성했다. 그동안은 마음의 여유를 찾지 못한 채, 매번 지나가는 한강과 맑은 하늘에 눈길 한 번 주지 않고 휴대폰 화면에만 눈을 고정시켰었기에.


작디작은 순간들의 소중함을 기억하고 감사함을 찾는 일을 게을리하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오늘은 퇴근 후 집에 가면 아들과의 시간을 더욱더 소중하게 가꿔보려 한다. 오랜 기간 기억될 아빠와의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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