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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Choi Jul 12. 2023

'초4의 기적'을 꿈꾸며

아들 키우는 아빠, 희망을 보다.

아기가 태어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울어대는 통에 부모들은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그래서 육아를 하는 부모들 사이에는 '100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공유되곤 한다. 생후 100일쯤 되면, 어른처럼 밤에 통잠을 자기도 하고 그전보다는 수면패턴이 일정하게 유지되어 육아가 조금 편해진다는 의미이다.


근데 초등학생에게도 이런 기적이 있을 줄이야. 그것은 바로 얼마 전 육아선배들께 들었던 '초4의 기적'이다. 사실 요즘 아들의 교육 때문에 고민이 많았었다. 영어는 이제 그럭저럭 따라가는 것 같은데, 공부의 기본이 되는 수학은 그다지 흥미를 두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답답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뭐든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시키는 것을 겨우겨우 억지로 하는 수준이니. 물가에 겨우겨우 데려갈 수는 있지만, 본인이 스스로 물을 마시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는 것 아닌가. 부모의 마음은 자식이 지금보다 조금만  잘해주었으면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라 아이의 그런 모습에 조바심이 났다.


매일 밤 수학 공부를 봐주며, 어느 날엔 가슴속에 천불이 나서 화를 버럭버럭 낸 적도 있었다. 방금 알려줬던 문제도 틀리고, 다 아는 문제도 사소한 계산 실수로 아깝게 틀리고, 정해진 시간 내에 끝내야 하는 문제도 넋 나간 표정으로 계속 붙잡고 있는 아들의 표정을 보면, 답답한 마음에 절로 짜증이 치밀었다.


물론 그렇게 짜증을 내고 나면 자기 전 후회가 되었지만, 그때 그 순간에는 참기가 어려울 정도 화가 치밀어 올랐다. 퇴근 후, 피곤한 몸과 마음을 이끌고 매일같이 아들과 함께 공부로 씨름해야 하는 것이 너무 힘들기도 했고.


'이렇게까지 화를 내가며 모두가 힘들어야 하나...' 밤 12시까지 아들과 수학 문제를 풀던 어느 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럴 바에는 차라리 다니던 학원 다 때려치우고 떠들고 놀며 편하게 지내는 게 더 낫지 않나.' 하고 싶어 하지도 않는 공부를 억지로 끌어주는 게 과연 맞나 싶었다.


바로 그런 고민을 하던 찰나, 누군가의 장례식장에서 만난 육아선배들에게 이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모두가 한결같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 좀 달라질 거야. 공부할 애들은 스스로 찾아서 하기도 하고 이제 좀 성숙해지더라고."


그래, 바로 이거다. 초4의 기적. 아들과 매일같이 투닥거리는 아빠로서의 일상 속에서 희망을 보았다. 초4의 기적을 꿈꿔본다. 올해만 지나면 나도 정말 이 답답한 마음에서 해방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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