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쯤, 교대역에 있는 한 카페에 들른 적이 있었다. 사실 그곳에 처음 갔던 이유는 근처에 있는 서비스센터에 차 수리를 맡기고 잠시 기다릴 곳이 필요해서였다.
별생각 없이 찾아갔던 그곳은 굉장한 디저트 맛집(특히 휘낭시에)이었다. 그래서 그 이후에도 교대역 근처에 가게 되면 바로 역 앞의 스타벅스보다 훨씬 자주 들리는 곳이 되었다. 하지만, 그 이유 외에도 나에게 그 카페는 특별한 공간이기도 했는데, 그것은 바로 대각선으로 보이는 '강남 대성학원 뷰'라는 점에 있었다.
그곳은 매일같이집이 있는 양재역에서 교대역 근처학원까지오고 가며,원하는 대학교에 가보겠다는 순수한 열정(?) 하나만으로 버텼던, 나의 추억이 담긴 공간이었다.물론 괴롭고 고통스러운 순간이긴 했지만, 다행히도 결과가 좋았기에 좋은 추억으로 남았다.
카페에서 올려다본 학원 정문
스타벅스 명동중앙로점도 마찬가지다. 이곳은 3층까지 있는, 스타벅스 지점 중엔 꽤나큰 곳인데, 이곳에서 한동안 나의 지정석은 통창이 있어 명동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볼 수 있는 3층의 자리 한 귀퉁이였다.
박사논문을 마무리하던 시절, 아침 6시 반쯤 그 자리에 출근하여 커피를 마시고 1시간가량 논문을 쓰고 8시에 사무실로 출근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거의 6개월 이상 그런 생활을 했던 것 같다.
그곳에서 열정을 쏟았던 그 시간이 있었기에 나의 박사논문도 마무리될 수 있었고, 학회지에 실린 여러 페이퍼도 완성할 수 있었다. 그래서 지금도 가끔씩 점심을 먹고 그 스타벅스 지점에 들릴 때면, 누군가 앉아있곤 하는 그 자리를 멀리서 살펴보곤한다. 나의 열정이 가득했던 그 공간을 말이다.
2021년 7월 어느 날의 스타벅스 명동중앙로점
최근에는 집중할만한 것도, 그런 공간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더더욱 열정과 열심으로 충만했던 과거의 시간과 공간을 추억해 보며, 나의 남은 시간들을 좀 더 풍요롭게 채울 수 있는 가까운미래의 공간은 또 어떤 곳이 될지기다려 보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