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yan Son Apr 29. 2024

채용 중입니다, 인간

새로운 유형의 구인 시장이 등장하고 있다. 


몇 주 전 Payman AI는 비공개 베타 테스트 중이나 인간에게 급여를 지급하는 AI 서비스(AI that Pays Humans)를 내어놓았다. 해당 서비스는 의뢰자가 Payman의 AI 에이전트의 계좌에 결제를 한 뒤 AI에게 액세스 권한을 부여해 현실에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작업을 진행할 수 있다 설명한다. 


예시로 제시된 ‘고객 관리 업무에 있어서의 10개 후기 수집’ 프로젝트는 AI가 의뢰자가 요청한 후기에 대한 최소한의 구성 요소들을 구체화 및 정리해 플랫폼 내에 공유하면 이 의뢰에 관심을 보인 사람들이 실제 세상에 나가 후기를 수집 및 제출, 이를 AI가 적절성 여부 판단을 거쳐 각 인원에게 할당된 비용을 지급하는 흐름을 보여준다.

이 같은 방식은 아직은 단순한 AI 적용 사례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최소한 AI 도입에 있어서 가장 흔하고 쉽게 해결되지 않는 병목 현상인 ‘신뢰’의 영역에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주목할 만하다.

잘못된 데이터 패턴을 학습하여 편향된 작업을 수행하는 상황의 방지가 가능한가의 고민은 가장 대표적인 AI 도입에의 두려움이다. 지난 2월 구글의 생성 AI 모델인 제미나이는 1943년 독일군 이미지에 백인 남성 대신 동양인 여성, 흑인 남성 이미지를 만들어내 비난을 받아 해당 서비스를 일시 중단한 바 있다. 역사적 사실의 확인보다 최근 강조된 다양성에의 과도한 집중이 낳은 결과다.


그러나 Payman이 제시한 사례와 같이 의뢰에 임하는 중간 프로세스에 사람이 참여 및 검토하는 단계를 포함하면 실수를 잡아내고 프로젝트 전반의 책임감을 높여 해당 서비스에 대한 신뢰도를 상승시킬 수 있다. 정리하면 이번 사례에서 확인되는 일반적 합의는 AI가 인간을 고용하여 ‘AI의 능력을 넘어서는 작업을 완료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같은 접근이 보편화될수록, 인간은 작업자로서 자신의 역량과 경험을 어필하기 위한 이전과 다른 기준에 익숙해져야 한다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AI가 고용주 역할을 하는 상황에서는 신뢰의 원천이 알고리즘의 정확성과 데이터의 신뢰성으로 이동하게 된다. AI가 사람을 어떻게 평가하고 선택하는지에 따라 신뢰의 수준이 결정되기에 작업자로서 프로젝트에 지원하는 인간은 관련 알고리즘이 투명하고 공정한지, 데이터가 정확하고 편견이 없는지에 대해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기준 제시를 요구하게 될 수 있다.

또한 기존 고용 시장에서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직접 관계에서 신뢰가 형성되기에 후기나 추천서 등이 고용 결정에 영향력이 있었다면 AI 기반 고용 플랫폼에서는 내부의 평판 시스템만이 신뢰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이는 사용자가 협업 등을 통해 연결된 다른 사용자에 대해 남기는 피드백이나 리뷰가 이전보다 더 결정적 역할을 할 것임을 예견케 한다. 배달의민족 내 별점 테러로 현실 속 자영업자가 심각한 피해를 입는 상황이 고용 환경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보다 명확한 이해를 위해 Job Title에 대한 고민을 들 수 있다. 


고용 환경에서 Job Title은 단순히 직무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지원자가 자신의 가치와 역량을 어필하는 중요한 상징이기도 하다. 특히 AI 기반의 고용 모델에서는, Job Title이 지원자의 역할을 판단하는 핵심적인 지표로 활용될 수 있다. 이미 우리가 대기업 채용 과정 내 서류 전형 합격 여부 판단이 키워드 중심의 기술의 기준임을 익숙히 경험해 온 것처럼. 

90년대 중반 인간 중심 연구자들의 일부는 자신의 명함에 적힌 Understander라는 타이틀에 고개를 갸우뚱했다고 한다. 현재의 AI 리서처, UX 디자이너 등의 업계 별 요구하는 역할에 따른 명확한 구분을 고려하면 지원자 자신이 어느 분야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판단함에 있어 자기 인식과 시장의 필요에 대한 공감된 이해를 토대로 Job Title의 정의가 이루어져야 함을 확인할 수 있다. 

이는 곧 AI 기반 고용 환경이 도래했을 때, 앞으로의 인간이 지원자로서 정의한 자신의 Job Title이 AI가 판단하고 평가하는 시장 및 업계를 이해하는 기준과 얼마나 연결될 수 있는가, 관련된 다양한 판단 기준을 어떻게 보편화 시킬 수 있는가의 질문을 낳기도 한다. 어쩌면 지금이 변화하는 고용 시장에서 ‘신뢰’는 무엇인가에 대해 더 큰 고민이 필요한 시기일 수 있다.



References

AI That Pays Humans

Payman - Enabling AI Agent To Human Payments!
 
‘AI가 역사 왜곡?’…구글 제미나이 AI 이미지 기능 중단

The Trouble with Job Titles: Getting beyond Buzzwords in a Shifting Employment Landscape

작가의 이전글 잘못 누른 Google play 페이지를 보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