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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Son Jun 04. 2024

기술이 감지하고 인간이 이해한다

'가정' 속 인간다움

새벽에 읽은 기사가 저를 깊은 사색에 빠트렸습니다. Asda 슈퍼마켓이 AI를 활용해 경영진의 '가정 검증(assumption testing)'을 돕는다는 내용이었죠. 이 표현이 제 관심을 사로잡았습니다. 비즈니스 인류학에서 '가정'이란 분야의 핵심을 관통하는 개념이기 때문입니다.


기사 링크: Asda 슈퍼마켓의 AI 가정 검증


기사는 AI가 리테일 업계 비즈니스 리더들의 의사 결정에 가정 검증과 신속한 인사이트를 제공해 돕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도입 결정 전 사전 테스트 프로젝트였던 '유령 재고 확인 작업'에서 뛰어난 성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은 분명 놀라운 성과입니다. 다만 해당 프로젝트에서 예상되는 가정 검증은 기술적으로 수량화 가능한 데이터에 기반한 것이었다는 점에서, 비즈니스 인류학에서 다루는 복잡한 사회적, 문화적 의미를 검증하는 것과는 차이가 있는 듯합니다.


철학에서 가정(assumption)은 논리적 추론과 논증의 기초를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가정은 기본적으로 논증의 전제로 사용되는 진술입니다. 이는 일련의 논리적 추론을 가능하게 하는 출발점이며, 일반적으로 자명한 것으로 간주되거나 일시적으로 참이라고 받아들여지는 진술입니다.


그러므로 그 자체로 참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자명한 진리'에서 시작해 특정 상황이나 맥락에서 검증을 위해 세워지는 '실험적 가정'으로 다양한 적용 시도가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인간은 필멸적 존재다'라는 진리로부터 '인간의 생명 연장이 과학의 힘을 통해 무한히 이루어질 수도 있다'라는 의료 기술 혁신 관련 가정으로 연결되는 사례를 들 수 있습니다. 수학 등에서 활용되는 기본 원리로부터 출발하는 가정이 연역적 추론을 통해 더 복잡한 진술을 도출하는 데에도 사용됨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후의 '가정의 평가' 과정에서 AI와 인간이 각자 특화된 영역의 구분이 두드러진다고 생각됩니다. 

 

- 경험적 검증:
가정이 경험적 데이터를 통해 검증될 수 있는 경우, 실험과 관찰을 통해 그 타당성을 평가합니다.


- 논리적 검토:
가정이 논리적으로 일관되고 모순이 없는지 검토합니다. 이는 논리적 분석과 연역적 추론을 통해 이루어집니다.


- 철학적 논쟁:
논쟁과 토론을 통해 가정의 타당성과 유용성을 평가합니다.


이 중 '경험적 검증'과 '철학적 논쟁'은 막연한 효율성을 넘어서는 사회 역학의 체제 안에서의 적응성, 윤리성, 소비자라는 인간 경험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신체'를 통해 세상 속 존재로 직접 관련 현상을 확인할 수 있는 인간만의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반면 방대한 데이터와 복잡한 자료들의 빠른 확인 및 통합을 통해 논리적 분석과 이어지는 추론을 해내는 것은 AI가 인간의 능력을 이미 초월해 버린 영역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가정 검증'이라는 주제만으로도 인간과 AI의 협력은 상호 보완적이어야 합니다. 물론 이 점을 AI를 사업에 적용하는 비즈니스 리더, 즉 사람에게 알리거나 설득하는 과정이 저와 같은 이들에게는 앞으로 더 또 다른 넘어서야 할 장애물이 될지도 모르겠지만요.


이번 기사에서 공유된 리테일 업계에서의 AI 적용 사례는 꽤 고무적이면서도 두려움을 줍니다. 어쩌면 앞으로 강조되어야 할 비즈니스 인류학 분야의 새로운 프레임은 '기술이 감지하고 인간이 이해한다' (AI Senses, Humanity Comprehends)가 적절할 듯합니다.


AI가 제시하는 데이터 기반 가설을 현장에서 검증하고 풍부하게 만드는 과정에서, 현장 조사 방법론 역시 더욱 정교해질지도 모릅니다. 기술의 정확성이 인류학적 관점의 깊이를 더하고, 인간만의 통찰이 기술의 방향을 조정하는 것이죠.


결국 우리는 기술과 인간성 사이의 번역가이자, 데이터와 문화 사이의 중재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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