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manizing Tech Investments
23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3대 게임체인저 분야 기술 수준 심층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한국의 반도체 5개 기술 분야 기초 역량이 모두 불과 2년 만에 중국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해당 결과는 지난해 9월 4조 3천억이 투자된 삼성 반도체 핵심 공정 기술을 빼돌려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업체를 세운 전직 임원에 대한 구속 수사와 같은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 듯하다. 이 정도 규모라면 단순한 기술 경쟁력을 확인하는 수준을 넘어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 및 경제 안보가 위협받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진행 중인 미국 최대의 보수주의행사 CPAC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측근으로 알려진 잭 넌 의원은 국내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MBK 파트너스와의 법적 논쟁이 중국과의 연계성을 고려할 때 핵심 광물 공급망을 둔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이 같은 국내 유망 기술 기업들을 향한 중국의 공격적 대응은 기업 간 이슈만이 아닌 국제적 경제 전의 일환으로까지 해석이 가능해진다.
흥미롭게도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지난 12월 계엄령 이후 진행 중인 대통령 탄핵 심판에서도 이 같은 중국의 내정 개입에 대한 주장이 대통령 측 변호인단을 통해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왜 CPAC과 같은 정치적 콘퍼런스 행사에서조차 그리고 국내 현직 대통령의 탄핵 심판 과정에서 대한민국의 국가적 역량을 향한 중국의 영향력에 의한 잠식 위기가 논해지고 있는 걸까? 이제는 대통령의 탄핵 심판을 그저 대한민국 내부 정쟁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데에서 보다 넓은 시야로 다시 바라볼 필요가 확인된다.
지난 18일 국회에서는 보험업 법 일부개정법률안이 21회 국회 발의 및 폐기된 이후 재등장했다. 해당 법안은 표면적으로는 형평성 확보와 자산운용 안정성을 강조하지만, 실제적으로는 법안 통과 시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주식 매각에 대한 압박을 발생시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약화 및 외부 자본 유입에 따른 경영권 불안을 야기할 수 있는 데 활용될 수 있다는 해석도 있다. 삼성의 특수한 지배구조를 고려할 때 이는 충분히 현실에서도 실현 가능한 시나리오라는 점에서 반도체 기술 유출, 고려 아연을 향한 적대적 M&A 시도와 같은 맥락에서의 또 하나의 국내 기업의 경영 위기, 즉 대한민국의 국가 경제 안보 위협의 가능성을 품은 시도라 볼 수도 있게 된다.
대통령의 변호인 측은 계엄의 배경을 논할 때 하이브리드 전쟁을 언급한 바 있다. 중국의 초한전 전략은 경제전, 정보전, 심리전, 법률전을 동시다발적으로 활용한다고 알려진 만큼 중국의 초한전 전략과 하이브리드 전쟁이 대한민국에 실제 적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실체적 현상들의 예시로 언급한 국내 기업들의 위기를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높아진다.
최근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테슬라, 스페이스 X를 이끄는 기업인 일론 머스크에게 DOGE(정부효율부)를 운영할 수 있는 권한을 주어 기존 관료주의에 익숙해진 정부의 방만한 운영을 보다 효율적으로 예산 절감을 통해 민간의 혁신과 효율성을 공공 부문에 도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에 대해 공무원 노조와 민주당 측에서는 헌법상 권한을 넘어섰다고 반발을 하고 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일부 국민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기업인이 정부를 더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는 초기의 취지가 힘을 얻고 있다.
반면 대한민국의 비즈니스 리더들은 국내를 대표하던 기업들의 위기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대통령 탄핵 사태에서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중국의 영향력 관련 주장을 확인하는 상황에서도 여전히 이를 정쟁의 관점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든다. 링크드인과 같은 커리어 관련 전문성을 드러내는 플랫폼, 언론사 오피니언 섹션에 비즈니스 리더로서의 투자 관련 조언, 리더의 덕목을 논하는 이들은 여전히 경영학적인 논리에만 머물고 있는 건 아닌지 묻고 싶을 정도로 현 시국에 대해서는 침묵하는 현상을 본다.
24년 9월 기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에 따르면 5,100만 명의 대한민국 총 인원 중 40대, 50대, 60대 전체 합계는 전체 인구의 47.35%에 달한다. 이들은 우리 사회를 이끄는 기득권이라 할 수 있으며 이 중에는 교수, 대표, 팀장과 같은 사회적 역할을 담당하는 많은 이들이 포함되어 있다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리고 지난 1월 말 진행된 대통령 탄핵 관련 여론조사에서 기각에 50% 이상이 의견을 모은 10대, 20대, 30대, 60대, 70대와 달리 40대, 50대는 50% 이상이 탄핵 인용에 힘을 실어줬다 한다.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하나 있다. 진실 규명은 언제나 의심과 의혹에서 시작되고 가능해진다. 기업인들에게 익숙한 ‘혁신’은 세계의 변화와 시장의 맥락을 읽고 그에 따른 결정과 실천을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것은 잘 알려진 상식이다. 하지만 여기 또 하나의 상식 또한 확인해야 한다. 국가가 무너지면 과연 기업은 존속이 가능한가? 대한민국의 주권과 미래를 지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결단을 내릴 것인가? 당신들의 뒷모습을 보고 따르던 학생, 직원, 자녀들의 시선을 확인하고는 있는가? 이에 대해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답을 해야 할 때가 되었다. 도대체 그 많던 대한민국을 빛내던 비즈니스 리더들은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