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 업계의 2021년은 코로나 사태로 1999년 이후 한국 시장 내 최저의 수입액을 기록했던 2020년 대비 32%의 상승과 함께 앞으로의 시장 회복에 대한 기대와 불안이 중첩된 해였습니다. 작년 말 우리는 위스키 브랜드의 비즈니스 리더들과의 대화에서 팬데믹이 부스팅시킨 2030 소비자 중심의 홈술 트렌드를 이들과 위스키 제품과의 지속적인 관계 생성을 위한 기회로 발전시키기 위한 고민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새로운 취향으로서의 위스키 중심의 가치 제안 등을 고민하던 그들은 명확한 방향성을 구축하지 못한 상태로 결국 2022년을 기존 모델들보다 한 세대는 젊은 30대 셀럽들을 내세운 브랜드 활동으로 시작했습니다.
물론 위스키 업계가 오랜 시간 age를 수익 창출의 핵심 가치 제안의 기준으로 성공적으로 활용해온 건 분명합니다. 숙성의 시간이 곧 가치 차별화의 핵심이었으니까요. 문제는 그 속에 놓여있는 hierarchy를 향한 이 새로운 타겟 세대의 반응에 대한 고민입니다. 위스키 생산자가 구축해 온 최적의 매출 생성을 위한 유통 구조는 기본적으로 엔트리 레벨 위스키와 제한된 수의 프리미엄 위스키로 구성된 세트 상품을 기준으로 유지됩니다. 그리고 이 같은 가치 차별화의 제품 판매 구조는 도매상, liquor shops을 거쳐 최종 엔드 유저인 소비자에게까지 그대로 전달되며 이 안에서 발생하는 프리미엄 위스키를 확보하기 위한 불평등은 피할 수 없는 필수 요소로 경험됩니다. 그리고 이는 기존 계층 구조에 대한 조용한 회피와 새로운 질서를 창출하는데 적극적인 후기 밀레니얼 및 Z 세대의 특징과 연결되어 현재 업계가 고민하는 위스키 제품과의 지속적인 관계 생성에 배리어가 될 수 있습니다.
물론 이와 같은 잠정적 요소를 배재하더라도 팬데믹 이전부터 이미 한국 내 위스키 시장의 쇠퇴는 꾸준히 진행되어 왔습니다. 한국인들에게 술자리는 전통적으로 사회적 관계 내 상호 간 위계 확인의 주요 무대였습니다. 1960~70년대의 정부 주도적 경제 발전의 산물인 접대문화는 한국 내 사업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으며 이는 곧 룸살롱과 같은 대표적 위스키 제품의 음성적 소비처의 성장과 연결되는 유흥 문화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해왔습니다. 이러한 기업의 접대비 지출은 2013년 한국 산업 경영학회가 발표한 자료 기준 광고비보다 매출액 증가에 더 효율적인 수단으로 인정받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부가 이 같은 공무원 및 기업 간 접대문화에 본격적으로 메스를 들기 시작하면서 위스키 매출 하락의 요인이 되기도 했습니다. 2017년 우버의 CEO가 경질된 배경이 되기도 한 기업들 간 한국의 접대 문화는 이제 그 형태가 점차 문화와 레저, 스포츠 등으로 변화하고 있어 과거와 같이 음주 및 유흥 등의 향응성 접대비 지출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위스키 업계가 기대하는 시장의 상승이 촉발되는 위스키 소비의 핵심 무대에 대한 기대가 어디에 맞춰져 있냐입니다. 접대문화, 유흥 문화에 기댄 술집에서의 위스키 소비는 이미 이전만큼의 폭발적인 매출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며, 디아지오의 ‘윈저’ 브랜드 매각 결정은 이 같은 업계의 현실을 드러내는 증거라 할 수 있습니다. 22년 4월 발표된 윈저 브랜드의 매각은 총 인수금액 2,000억 원으로 유통뿐만 아니라 브랜드 자체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례가 없는 M&A 사례입니다. 이 위스키 브랜드 ‘윈저’가 2000년대 국내 위스키 시장 점유율 70%를 차지하며 디아지오에게 연매출 4~5,000억 원대의 이익을 선사했을 만큼 성공적인 브랜드임을 고려할 때 이번 디아지오 런던 본사의 윈저 브랜드 매각 결정은 한국 위스키 시장에 대한 기대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합니다.
22년 4월 18일 기준, 사회적 거리두기 전면 해제로 정부가 엔데믹을 공식화하기 시작한 한국 시장에서 업계에게 남아있는 희망적인 단서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는 핵심 무대가 기존의 절대적 외식 시장 중심에서 집으로 분산 및 확산된 점일 것입니다. 물론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이 경험해 본 이 새로운 음주 형태의 변화가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지는 불분명합니다. 사람들은 큰 변화를 감당하려 하기보다는 빠른 적응에 더 뛰어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존재하는 현재의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보고자 하는 위스키 브랜드를 위해 아래의 이들 후기 밀레니얼 및 Z세대와의 관계 생성을 위한 다음의 단서들을 공유합니다.
떨어져 있어도 술자리의 즐거움을 공유 가능한 최초의 완전한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 갓 스무 살이 되어 인스타그램의 라이브로 공유되는 이들 세대만의 음주 로그 현상은 유튜브 검색을 통해서도 꽤나 자주 확인되는 현상입니다. 우리가 만난 이들 중에는 평소 사용하지 않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어 랜선 술자리가 있을 때만 지인들만을 초대해 활용하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한 번의 최선의 경험에 가치를 부여하고 투자를 아끼지 않는 소비를 하는 세대. 맡김차림을 기대하는 오마카세 식당에 긴 시간 줄을 서는 것을 피하지 않는 적극적인 프리미엄 다이닝 경험을 추구하는 건 관련 해시태그만으로도 쉽게 확인이 가능합니다. 예전만큼 자주 여행을 가지 않는 만큼 기존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고급 숙소를 경험하는 걸 선택하는 이들 세대의 특징은 위스키의 높은 가격과 이에 비례하는 가치 제안과의 연결점이 존재합니다.
느슨한 관계를 선호하는 소수로 노는 세대. 깊고 개인적인 새로운 관계에 대한 투자보다는 취향을 중심으로 하는 온라인 클래스나 모임에의 구독 서비스에 투자하고 있는 건 팬데믹 기간 동안 이들 세대의 소비 변화의 가장 큰 핵심이기도 합니다. 이는 팬데믹 이전부터 바를 찾은 30대 여성들이 기대하는 새로운 취향의 발견으로서의 위스키의 가능성이 확장될 수 있는 기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기회들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업계가 가진 위스키 음주 관습에 대한 재고에서부터 시작점을 찾는 것이 더 명확한 대안 찾기가 될 것입니다. 종종 각각의 업계는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통설과 가정들을 바탕으로 유지가 됩니다. 우리가 한의학계의 오랜 한약 매출 하락의 원인을 이해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했을 때, 개인사업자인 한의사들이 지적한 공통적인 매출 하락의 원인은 외부로부터의 비과학적이라는 부정적 관점을 전제로 했습니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되며 우리가 확인한 원인은 많은 경우 한의사들 스스로가 가지고 있는 한약 처방에 대한 불안이었습니다.
한의사들은 6년간 대학에서 한의학의 이론을 배우지만, 졸업 후 의사들과 같이 그동안 습득한 의학 지식을 임상에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공식적인 레지던트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졸업 후 대부분의 한의사들은 대출을 받아 동네에 개인 병원을 시작해 눈앞에 앉아있는 80대 노인의 만성 관절 통증에 대한 처방을 하는 상황을 마주합니다. 참고로 이들이 6년간 한의학 지식을 습득하는 메인 교과서는 600년 전에 쓰여진 동의보감입니다. 이 드러내지 않은 업계의 진실은 최소 10년간 한의학 학회가 매달 5,000만 원의 한약 홍보 비용으로도 해결하지 못한 한약 매출 하락의 핵심 원인 중 하나였습니다. 이후 이 한약 처방에 대한 불안을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한 한의사와 그렇지 않은 한의사 간 월 매출 차이가 수억 원에 이름을 스스로 확인하였을 때 비로소 내부에서의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만약 30대 셀럽을 내세운 현재의 위스키 업계의 마케팅 활동이 4,000억 원의 매출을 내던 이전과 같은 성공을 이끌기에 충분치 않을 거라 생각하는 비즈니스 리더가 있다면 위 한의학계의 사례는 주목할 가치가 있습니다.
기존 접대 및 유흥 문화에 기대어 위스키 소비 세대를 확장할 것인가? 대중적 기존 음주 관습의 영역에 새로이 위스키만의 기회를 찾을 것인가? 이미 와인 업계는 대중적 술자리를 이끌던 소주와 맥주 중심의 음주 관습에 자신들만의 영역을 만들고 있습니다. 2020년 대비 2021년 와인 수입액은 전체 외국 주류 수입액의 70%을 차지할 만큼 위스키 시장의 3배에 가까운 확장성을 보인 바 있습니다. Z세대가 홈술 트렌드에서 경험한 1위의 술은 와인으로 캐럿이 진행한 온라인 서베이의 결과에서도 확인이 되고 있습니다.
위스키는 가격과 도수, 희귀성과 연결된 그 경험의 측면에 있어 유니크함이 분명하기에 변화된 음주 관습 속 그 가치를 드러낼 수 있는 기회는 분명히 존재합니다. 문제는 업계가 어떤 내부 통설과 가정들을 인정하고 이를 마주하는 결정을 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습니다. 시장의 부활을 여전히 수동적으로 기대할 것인가요? 아니면 새로운 세대가 현재 경험하는 새로운 음주 관습을 이해하고 구체화하기 위한 도전을 마주할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