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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Son Oct 25. 2021

새 스포츠 에이전트를 만들고 싶습니다

꽤나 낯선 분야였다.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제리 맥과이어에서나 봤던 전문 운동선수들을 대상으로 하는 매니지먼트 사업. 수십 명의 직원이 있는 사무실보다는 슈트 차림의 잘생긴 한 남자가 바쁘게 걸으며 전화 통화를 하는 모습이 연상되는 직업. 미팅서 마주한 전직 프로 선수였다는 이 남자는 실제로도 젊고 잘생겼다.

배경: 대형 에이전시 중심의 시장. 최근 해외 리그로 진출한 국내 선수들의 소식이 대중에게 전해지지 않는 이유는 이들 에이전시들의 국내 리그에만 집중한 결정들이 배경에 존재한다. 관리비용과 단기적 수익성 관리에 최적화된 에이전시 중심의 결정들. 



Q. 새로운 에이전트 사업의 차별화된 선수 영입 전략은 무엇인가?



자. 문제를 재정의해보자 - Framing


컨설팅은 관심과 관점을 파는 일이다. 위 질문은 시장 중심의 관점, 즉 선수를 상품으로 보는 관점을 전제로 한다. 유망주라 불리는 십 대 후반부터 30대 중반까지의 프로 운동선수들의 커리어 기간은 다른 업계에 비해 굉장히 짧은 편이다. 유럽의 은행들은 프로 운동선수들 대상의 주택담보대출 금융 상품의 연령을 34세까지로 제한해놓았다. 이 같은 결정은 기존 운동선수 고객들 대상 관리 업무의 통계학적 결론과도 같다. 34세 이후로 부채 상환 능력이 급격히 저하되는 현상에 기반한. 


하지만 선수는 그저 상품이라고만 할 수 없는 우리와 같은 '사람'이다.


그들은 10대 때부터 부모의 직접적인 금전 지원을 받아(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약 2억 원가량) 프로로 입단할 기회를 얻는다. 이후 최대한 몸값을 키워가는 전략을 세워나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부상들은 이러한 결정의 순간마저 끝내야 하는 신호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은퇴는 노화와 함께 자연스레 어떤 업종보다 빠르게 다가온다. 여전히 젊은 삼십 대. 이후 어떤 직업을 배워 다시 시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들.

실제 프로 리그 현직 선수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논문들에서는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고민과 두려움이 가장 크다는 답변을 확인할 수 있다.


Retirement planning among South African professional soccer players 
프로축구선수의 은퇴 불안 및 은퇴 후 삶의 기대에 관한 연구 
- 슬픈 올림픽 은퇴 선수들 갈 곳이 없다


즉, 이들에게 선수 시절의 이적은 단순히 최대한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머지않아 다가올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대비의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는 것이다. 업계의 관점에서는 선수가 유망주로 불리는 10대 후반부터 은퇴에 가까워지는 30대 중반까지의 상품이나 선수의 입장에서는 10대 후반부터 은퇴 이후의 삶까지를 고려하는 한 가족의 가장으로서의 고민이라는 점에서 큰 차이가 발견된다.

 

새로운 Question


은퇴 이후의 삶까지 고려한 Career plan을 미리 확인하고 이를 이적 시 계약 조건과 연결해 제시할 수 있는가? 영국, 독일 등의 구단으로 이적을 고려 시 해당 국가에서 은퇴 후 운동선수로서 가능한 직업이 무엇인지, 이후 관련 교육을 받는 프로그램과 이를 위해 드는 비용까지를 포함하는 계약을 제시할 수 있는가? 


위 질문은 Market를 바라보는 관점의 범위를 넓혀준다. 그리고 집중해서 조사해야 하는 차별화된 주제와 키워드들을 구체화하도록 돕는다. 이에 대한 프로그램이 정교하고 현실적으로 구조화될수록 선수들과 만나 계약을 제시하는 순간에 이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회는 넓어질 가능성이 높아진다. 


- 해당 업계 운동 코치로서의 대학 교육 프로그램은 어떤 국가에 어느 정도의 비용을 필요로 하는가?
- 해당 프로그램 이수 시 가능한 직업군의 범위와 연간 소득은 어느 정도인가?
- 해당 국가에서의 평균 4인 가족 생활비는 어느 정도인가?

- 프로 운동선수로서의 신체적 활용 능력은 행동 과학 분야와의 연결점이 있는가?

- 몸을 활용한 개인화된 멘털 관리 프로그램의 개발과 코칭 서비스 구현화는 가능한가?



RFT(Raw Functional Training)라는 자신만의 운동 프로그램을 제시하는 Da Rulk는 마블 영화 '토르'의 크리스 햄스워스의 운동 코치로도 유명하다. 그는 대학에서 운동학 및 생체역학을 전공했고 이를 바탕으로 현재는 소방관 및 특수부대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한 프로 선수가 은퇴 후 자신도 이러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일을 해보고 싶다고 한다면, 현 에이전트는 그를 위해 어떤 교육의 기회와 비용에 대한 대비책을 제시해 줄 수 있는가?



극복해야 할 Risk

프로 운동선수들의 은퇴 후 커리어 개발은 사실 개인의 몫이 아니다. 한 명의 선수를 키워내는 데 들어간 비용만 고려하더라도 국가적 손실이다. 실제 정부 부처에서도 이와 같은 논의가 계속해서 진행되어 왔으나 운동선수로서의 경력을 살릴 수 있는 은퇴 이후의 뚜렷한 직업적 성취를 제시하지는 못해왔다. 


하지만 이 같은 한계는 선수들을 바라보는 국내의 해당 운동 시장에서의 관점에서만 그쳐 있다는 공통된 패턴으로 확인이 된다. 더 많은 기회가 존재하는 해외 시장으로의 진출, 몸을 움직여 신체의 감각에 집중해 불안으로부터 벗어나는 기능성에 대한 집중 등 많은 가능성은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거기까지의 관심과 투자가 없을 뿐. 

프로 운동선수로서의 현재에는 대중이 알 수 없는 개인의 몰입과 그 속의 드러나지 않은 다양한 성취가 존재한다. 그 부분이 무엇인지 명확히 이해하고 구체화해 이를 현실에서의 시장 가능성과 연결해줄 수 있는 깊이 있는 조사만 있다면 얼마든지 가능하다.


결론 및 제언 - Recommendation

'은퇴'는 선수들에게 갑작스럽게 경험되는 현실이다. 업계는 이를 방관한다. 고부가가치 상품으로써의 10대부터 30대의 삶까지만 관심과 투자를 할 뿐이다. 하지만 선수들의 삶은 이후에도 진행되며 많은 경우 은퇴를 앞둔 시점에 개인이 아닌 한 가족의 가장이 되어 있다. 

새로운 에이전트로서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해나가는 시도는 기본적으로 기존 업계의 밥그릇을 뺏는 의미가 있기에 그 시작점은 달라야만 한다. 무엇보다 설득해야 하는 궁극적 대상은 선수들 개개인이다. 이들 선수들이 오랜 시간 품고 있지만 해답을 얻지 못하는 불안의 본질은 은퇴 이후로도 이어지는 가장으로서의 삶에 있다.

시스템이 이뤄져야 하는 건 뻔한 직업 마련이 아니다. 운동선수들 개인의 특성을 살릴 수 있도록 돕는 개인화된 비전 제시와 투자 프로그램이어야 한다.

그러니 미리부터 은퇴 이후의 삶에 대한 비전을 얼마나 꾸준히 디테일하게 제시할 수 있는가, 그리고 각자의 특성과 선택에 맞춰 그에 따른 대비와 관련된 비용을 투자의 개념으로 에이전트와의 계약에서 논의할 수 있는가가 이 새로운 에이전트로서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를 갖추기 위해서는 마켓과 선수를 바라보는 확장되고 담대한 관점을 필요로 하며 이에 대한 가치 확인 및 확신을 전제로 사업이 진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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