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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an Son Mar 27. 2023

주 69시간 근무제와 Zoom의 기회: Time

Humanizing Tech Investments

"Zoom은 말 그대로 사람들이 살고 싶은 곳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렇게 했습니다." 


‘도시의 승리'의 저자이자 하버드 대학교 경제학 교수인 에드워드 글레이저는 최근 2년 간의 재택근무가 도시민의 사는 곳에 대한 선택에까지도 변화를 준 일명 ‘줌타운’ 현상의 근간임을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원격 근무의 시간은 저물었습니다. 25일 월스트리트 저널은 미 노동부 설문 조사 기준 지난해 재택근무를 시행하지 않은 사업장이 72.5%에 달함을 밝혔습니다. 테슬라, 아마존과 같은 해외 기업들뿐만 아니라 네이버, 야놀자 등의 국내 기업들도 팬데믹 기간 동안 유지해 온 전면 재택근무 체계를 경기 둔화를 근거로 철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해 직원들의 입장은 이제 예전과 다릅니다. 재택근무 철회 발표 이후 카카오 본사 직원들의 노조 가입률은 기존 10%대에서 50%에 육박한 수준으로 급증했으며 야놀자 경영진은 재택근무가 회사가 약속한 복지의 일환이라 경험해 온 직원들의 비난을 고스란히 마주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의 리더가 개인에게 있어 많은 시간을 독점하는 ‘일’과 관련한 현상을 대할 때 고려해야 하는 건 일이 사회적, 정치적 상상력까지 지배한다는 점입니다. 


일은 개인이 더 넓은 집단을 구성하는 사회적, 정치적, 도덕적 공동체에서 인정받기 위한 수단이며 이를 사회, 정치적 규범이 보이지 않게 지시합니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정부 주도의 MZ세대를 의식한 주 69시간 근무제가 전체 근무일 수를 줄이자는 본래의 좋은 취지와는 다르게 안전장치로서 기능할 근로자 대표제의 현실성 여부에 있어 사회적 관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나아가 최대 69시간 근무 가능성에 대중의 상상과 관심이 집중되어 분노를 불러일으키는 현상 또한 이를 통해 설명됩니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임금 노동을 소득 분배의 주요 구조로, 윤리적 의무로, 그리고 자신과 타인을 사회적, 정치적 주체로 정의하는 수단으로 받아들여왔습니다. 하지만 현재와 같은 저성장의 시대에 ‘직장’은 사회적 가치와 의미의 상징적 중재자로서의 기존의 중심적인 위치를 잃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컨설팅 기업 Gemic이 미국과 인도의 Z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이상적 업무에 관한 인식 관련 연구에서 이 새로운 젊은 세대는 일에 대한 윤리적 태도는 여전히 완고하게 유지하려 하되 좋은 삶을 위한 식생활과 건강에 많은 무게를 두고 있음이  확인된 바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추구하는 ‘좋은 삶’을 구성하기 위해 식생활과 건강은 우선적으로 고려하나 일을 적게 하거나 전혀 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는 그만큼 관심을 두지 않았던 결과였습니다. 


"사무실에서 12시간을 보내고 온라인에 글을 올리는 것은 플렉스(과시하기)입니다. 하지만 하루에 5시간씩 헬스장에서 운동하고 인스타그램과 틱톡의 모든 사람에게 알리는 것도 플렉스입니다." 


해당 연구에 참여한 한 25세 미국 여성의 대답은 일이 더 이상 좋은 삶에 있어 우선시 되던 이전의 절대적인 주제가 아닌 건강을 지키기 위한 운동과 같은 수준의 하위 주제로 고려되고 있음을 확인케 합니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일로부터의 자유’가 아닌 '적극적인 삶의 조건의 구성’에 있습니다. 즉, 어떻게 하면 시간을 잘 보낼 것인가라는 통합적 주제가 이제 일과 개인 생활을 소주제로 품는 시대의 변화 속에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좋은 삶'을 위한 일의 기준: The Meaning of Time


기업이 직원들이 경험하는 변화된 일의 의미에 대해 이해하는 것은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것입니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것은 단순히 생산성과 복지에 머무는 관점보다는 기업과 직원들 간 보내는 시간을 향한 서로의 기대와 역할에 대한 논의로 확장되었을 때에야 상호 작용 지점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써의 직업과 직장은 이전과 같은 높은 수준의 우선순위에서 밀려났을 수 있으나 부족해진 사회 공동체로부터의 소속감을 제공하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할 기회는 커졌습니다.


지난달 Zoom의 CEO인 Eric Yuan은 전체 직원의 15%, 약 1,300명의 정리 해고를 발표했습니다. 이는 2년 만에 직원 수를 3배로 늘린 후 이루어진 조치로 이번 달 8일 한국에 8번째 글로벌 지사 설립 등기를 마친 상황과 맞물려 아이러니한 결정으로 보입니다. 정부의 MZ세대를 언급하며 제시된 주 69시간 근무제 도입 법안은 대통령의 보완 지시로 잠시 숨을 돌리게 되었습니다. 이 조금씩 달라 보이는 일의 미래와 위기에 대한 직장인들의 현실 속 반응은 기업과 정부 모두에게 기회가 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메일과 캘린더 기능을 플랫폼에 통합하고 앞으로 AI 기반 챗봇도 출시할 계획이라고 밝힌 Zoom은 이미 단순한 화상 통화 서비스 그 이상이 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업무'에 집중된 관점에서 이용자들의 기대하는 삶의 적극적인 구성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둠으로써 더 나은 업무 시간의 미래를 제안하는 기회를 선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너무 당연해 보여 보이지 않는 변화된 삶의 구조를 이해하는 어려운 작업에 이 글이 출발점이자 자극제가 되기를 바랍니다. 연결은 여기서부터 시작될 수 있습니다. 



*이 글은 23년 3월 28일 자 전자신문 기명칼럼에 게재된 내용의 원본입니다.


References


‘Zoom Towns’ Exploded in the Work-From-Home Era. New Residents Are Facing Layoffs

“코로나 끝났죠? 이제 회사로 나오세요”… 재택근무 접는 미국

야놀자 경영진, 재택종료 사과 “생산성 바닥 수준, 불가피한 선택”

재택근무 막자 노조 향하는 카카오 직원들… 가입률 과반 코앞

Jobs Not To Be Done: Anti-Work Theory and the Resilience of Mutual Ai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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