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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울 령 Aug 29. 2021

경제의 우주상수

우리는 우주에서 벌어지는 물리적 작용들을 미리 예측할 수 있을까? 운명론적이기도 한 이 질문에 과학자들은 우주가 변하지 않는 고정된 상태라면 가능할 수 있다고 말한다. 아인슈타인은 그 예측 방정식을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문제는 우주 상수, A였다. 이 A의 정체를 몰라서, 또 당시 그의 가설을 뒤집는 사실이 발견됐기에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방정식은 틀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암흑물질’이라는 것이 발견되면서 우주는 고정된 상태일 수 있다는 가설이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아인슈타인이 옳았다는 것이다.


아직 과학이 밝히지 못한 미스터리는 인문학의 몫이다. 완벽주의로 유명한 SF 영화감독 크리스토퍼 놀란은 <인터스텔라>를 통해 그 우주상수가 실은 ‘개인의 강한 의지’ 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최근 <테넷>을 통해서는 ‘집단의 강한 의지’로 그 의미를 확장했다. 결국 감독은 미지의 우주상수 정체를 ‘인간의 간절한 바람’ 일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간절히 바라면 우주가 나서 도와줄 것이라는, 인류 최초의 샤머니즘적 상상력과 닮았다.

주인공 쿠퍼의 운명을 만든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었다 (영화 <인터스텔라>)
과거를 없애려는 세력과 지키려는 세력 간 싸움을 상징한 손 모양 (영화 <테넷>)


부분이 전체를 닮는다는 ‘프랙탈’ 개념을 도입해 지구의 '시장'을 보면 우주와 닮은 점이 많다. 구성부터 비슷하다. 시장이란 고정된 공간 안에 국가라는 은하계, 은하계 안에 계급에 따른 수많은 행성들과 주류에 속하지 못하는 자그마한 소행성과 위성들이 있다. 그렇다면 경제학은 고정우주론의 우주 물리학과 비슷할 것이다. 실제로 경제학자들은 각종 경제 주체들 간 역학관계를 토대로 이론을 수립하고, 거시적 미시적 경제 전략을 계산하고 효과를 예측한다.


우주의 물리 법칙과 마찬가지로 경제 효과 역시 그 관계성을 예측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 실제로 경제학에는 많은 이론과 계산 법칙이 있지만 그 이론이 현실 세계에서 딱 원하는 효과를 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경기 침체 때 금리를 내리고 통화량을 많이 풀면 경기가 살아난다는 것은 전통적인 경제학 이론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양적완화가 꽤 진행되었음에도 저성장 기조는 여전하다. 또한 양적완화가 어느 수준에 이르면 인플레이션으로 경제가 파탄 나야 함에도 일본의 경우를 보면 또 예외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시장에 영향을 미치지만 정확한 정체를 파악하기 어려운 어떤 미지의 요소, ‘우주상수’와 같은 요소가 있는 것이기 때문일까? 우리나라의 경우 일반 사람들의 소득 수준 등 실물 경제 형편에 비해 억 소리 나는 부동산 집값은 가장 대표적인 이해하기 어려운 경제 현상이다.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부동산 집값에 ‘군중심리’가 작용한다고 말했다. 이동훈 SK주식회사 부사장은 “도서관에서 경제 책 한 권 더 볼 시간에 강남에 있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는 게 낫다”라고 이야기했다. 주택 실수요자들의 이성과 감성이 그만큼 ‘가격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 부동산 경제를 팽창시켰다 위축시켰다 하는 우주 상수 '심리'인걸까?

부동산 정책에 대해 설명하는 김경민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KBS1 <링크> 4화 中)


심리는 눈에 보이지 않고, 그 심리를 움직이는 요소 역시 논증적으로 밝히기 어려운 음모론적인 부분과 맞닿아 있다. 그래서 현재 가장 유력한 우주 상수로 여겨지는 암흑 물질과 인간 심리는 닮았다. 암흑 물질은 우주의 70%가량을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그 점에서 본다면 실제 우리 경제의 7할도 이 인간 심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닐지?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는 말이 있다. 결국, 경제 정책의 디테일은 핀셋 규제나 핀셋 지원 같은 것이 아니라, 군중과 자본을 쥔 사람들의 ‘심리’를 움직일 정책을 내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볼 관점 1

그렇다면 일반 사람들의 인식 프레임을 관장하는 정치와 언론은 현재 우리 경제 문제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https://blog.naver.com/kpfjra_/222232920243


생각해볼 관점 2

미중 전쟁에서 시장의 방임은 중국의 방패로 쓰이는 듯하다. 우리 정치가 기여할 부분은 없는 걸까?

https://youtu.be/K9mxCICrE3o

강준영 한국외대 국제지역연구센터장은 시진핑 주석의 IT기업 CEO 때리기가 미중 갈등과 관련되어 있을 수 있다고 말한다 (스브스뉴스 '인사이트 아시아 e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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