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기로울 령 Oct 27. 2021

'대출'은 주거비를 충당하려고 받는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 <익스플레인 돈을 해설하다>를 보며

넷플릭스 <익스플레인 돈을 해설하다>를 보면서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금융의 나라, 자본주의의 나라, 미국에서 학자금 대출을 비판하는 것이다. 그 이유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이렇다. 많은 빚을 져가면서까지 대학을 나와도 그에 걸맞은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직장을 구하기 어렵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이러한 사고 프로세스의 전제는 ‘대출’의 본래 의미에 기반한다.


대출은 ‘시장’에서 태어났다. 그래서 본래 의미는 ‘은행’의 존재 이유와 관련되어 있다. 즉, 물건을 사고 파는 상업 과정에서 아직 발생하지 않는 사회적 가치를 미리 계산해 돈을 빌려주는 것이 ‘대출’이다. 사회적 가치가 창출돼 시장이 확대된다면 원금 이상의 돈을 갚을 수 있는 것이고, 아니면 파산하는 것이다. 그래서 은행이 10원의 예금을 받고 90원을 대출해주는 것이고, 몽키스테외나 존 로크 같은 서양의 법치주의자들도 시장주의를 옹호한 것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래 가치를 창출해 사회를 이롭게 하는 일은 좋은 것이니까.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대출은 보통 국어사전에 나오는 그대로 ‘돈이나 물건 따위를 빌려주거나 빌림’이란 의미로만 통용된다. 대출의 본래 의미를 납작하게만 본 것이다.


미국이 학자금 대출을 비판하는 것은 그래서이다. 큰 빚을 져서 대학을 나와도, 이 빚을 갚을 만큼의 임금을 받을 수 있는 직장을 얻기가 어렵고, 창업을 한다면 여기에 더 큰 빚을 져야하며 오히려 이것이 족쇄가 되어 아무 것도 하기 어려워지니까. 결국 대출의 본래 의미, ‘가치 창출’은 이룰 수 없게 되는 것이다. 학자금 대출은 학교를 배불리는 것 이외에 아무런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것이 된다.


넷플릭스 <익스플레인 돈을 해설하다> 학자금 대출 편 中


어제 정부가 현재 대출 한도를 버는 만큼으로 줄인다고 선포했다. 이에 가장 우려하는 것은 ‘부동산 실수요’였다. 주거는 인간의 가장 기본권으로 예민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좀 따져 봐야 하지 않나? 우리가 제대로 된 집에 살 수 없는 근본적인 원인이 대출금 때문인가? 호가만 높이고 가격을 내리지 않고 버티는 집 주인들은 아무 문제가 없는가? 그렇게 대출 받은들 부동산에 돈이 묶인 채 개인은 도대체 미래에 어떤 부가가치를 창출해 부동산 대출을 갚을 것인가? 국가 성장률이 한 자리 대인 나라에서, 100% 넘게 오른 부동산 가격을 뛰어넘는 상업 활동을, 이자 부담을 떠안은 채 어떻게 할 수 있냔 말이다. 결국 부동산을 원래 샀던 가격에 ‘웃돈’을 주고 파는 길만이 가장 확실한 부동산 대출을 갚는 방법 아닌가. 부동산 가격 상승이 도대체 경제에 무슨 이득이 되는 것인가? 의문 부호는 끊이지 않지만 정작 여기에 시원하게 답해주는 정보는 아직 찾지 못했다.


정부는 그동안 부동산 값도 제대로 못 잡아 놓고 이제와 대출을 못 하게 막으려고 하는 점에서 무능하다. 부동산 값이 오른 이유로 여러 분석들이 난무하지만, 결국 정부가 시장과의 머리 싸움에서 진 것 밖에 안 된다. 그렇다고 부동산 값이 계속 오르도록 냅둘 수는 없지 않나? 부동산 대출을 이대로 두는 것은 부동산 가격 폭등을 놔두는 것 아닌가? 대부분의 가계 대출을 부동산에 묶어 두는 비율을 높여 한국 경제의 성장 동력을 약화시키는 것과 같지 않나? 소비를 담당하는 가계가 소비를 못하면, 생산이 되나? 부동산 불로소득 이익 보장이 확실해지면 누가 노동을 하려 하겠는가? 또 다시 의문 부호와의 싸움.


https://news.naver.com/main/read.naver?mode=LSD&mid=sec&sid1=001&oid=437&aid=0000279296


현금부자만 집 사라는 거냐며 자꾸 대출 조이기에 화내기 보단, 그렇게 안 하고 어떻게 지금 당장 부동산 값을 잡을 수 있는 것인지, 지금 당장 하기 어려운 공급 확대 외 다른 대안도 함께 취재해 제시해주면 좋겠다. 엘리트 저널리즘이 권력 비판만 하는 것은 아니니까.



전문가도 아니고 언론인도 아니지만, <익스플레인 돈을 해설하다>에서 나온 미국 학자금 대출 문제를 살펴 보면서, 우리나라의 학자금 제도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된 시기를 보니 당시 정권은 이명박, 박근혜 정부였다. 현재 미국의 문제를 이미 10년 전에 해결한 것이다. 어떻게 학교와 금융 권력의 반발을 뚫고 이를 관철시켰는지 대출 규제로 인한 부정적 효과를 보완하는 방법을 알아보는 차원에서 연구해볼 필요가 있어 보인다.

https://www.khan.co.kr/opinion/column/article/202108050300045

이 칼럼에서 나온 내용처럼 부동산 정책도 이전 정권에서 배울 게 있으면 배워서 정책에 적용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경제의 우주상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