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나 소설을 보며 다른 세계가 피부로 생생히 느껴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나요? 저는 종종 영화나 책을 통해 다른 세상에 다녀오곤 합니다. 최근에는 전시회에서도 그러한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광복 8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관에서 이전까지 생각해 본 적도 없던 ‘나라 없는 슬픔’이 갑자기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손기정 선수의 인터뷰를 본 순간, 저는 나라 없는 그 시절로 들어가게 되었어요.
국제대회에서 누군가 우승을 하여 그에게 축하인사를 건넸을때, ‘나는 일본 사람이 아닙니다. 나는 조선사람 입니다.’라고 한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작고 힘이 없어 다른 나라의 지배를 받고 있는, 이름도 모르는 어떤 나라의 이름을 대며 자랑스러워 한다면? 어쩌면 많은 경우, 듣는 사람은 아무 감흥이 없을 지 모릅니다. 하지만 말하는 그 사람의 심정을 상상해보니 심장에 커다란 해일이 일어나는 것만 같았습니다.
각자의 방식으로 나라를 지켰던, 많은 손기정들의 삶이 간접적으로나마 느껴지자 점점 그 감정들이 거대해졌습니다.
저는 결국 다른 생각들로 도망쳤습니다. 심하게 몰입되면 며칠은 힘들 것 같아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