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넛 데이트

by Ryeonny

아마 초등학교 저학년 때 즈음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셔서 유치원생이었던 동생은 선교원(교회에서 하는 유치원)에 종일반으로 있고, 나는 학교가 끝나면 동생이 있는 선교원으로 가서 엄마의 퇴근 시간까지 있어야 했다. 지금의 방과 후 교실과 비슷한 느낌으로 부모님의 퇴근시간까지 붕 떠버리는 아이들을 배려해서 선교원에서 받아주었던 것이었는데, 이 시기에 엄마는 2주에 한 번 정도 근무 중 잠시 짬을 내어 나와 데이트를 해주셨다. 학교 마치고 선교원을 가기 전 잠깐 만나서 단둘이 시간을 보내는 것 뿐이었지만 엄마를 독점할 수 있는 그 짧은 시간이 무척 소중하고 즐거웠다.


주로 데이트 장소는 동네에 있던 '던킨 도넛' 매장 이었다. 도넛 하나랑 음료 하나를 엄마랑 마주 보고 앉아서 나눠 먹으며 수다를 떨었다. 어떤 얘기를 했었는지는 당연히 전혀 기억에 없지만, 따뜻하고 포근했던 분위기 만은 아직까지 생생히 기억난다.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먹는 공장에서 만든 도넛일 뿐이었는데 나에게는 지금도 시장 단팥 도나스보다 정감이 가득하다. 추억을 더듬을 때마다 엄마가 어린 나에게 도넛으로 대신했던 많은 감정들이 점점 더 잘 보인다.


미안함, 애틋함, 애정, 사랑 같은 대체로 뜨끈하고 뭉클한 마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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