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깊어졌던 연애가 갑자기 끝났다. 상대방의 마음이 일방적으로 식어버렸다. 사람 마음은 자기 자신도 모를 때가 많다지만, 얼마 전까지 그는 ‘네 본질을 사랑하고 싶어. 네가 대머리여도 사랑해.’라며 사랑을 속삭였는데. 그런 마음이 이렇게 급작스럽고 쉽게 변할 수 있다니. 너무 혼란스러웠다.
사랑이 끝난 후 다짐했다.
‘다음 사랑이 찾아오면, 이번에는 꼭 내 마음을 경계해야지.’
‘마음을 처음부터 많이 주지 말아야지. 천천히 속도를 조절해야지.’
나는 사랑하는 사람이 생기면 그 사람이 1순위가 되는 터라 모든 이별에 힘들어했다. 전에 없이 빠르게 끝나버린 이번 연애는 내가 진심의 깊이와 속도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 내가 너무 빨리 마음을 주고 너무 헌신한 건지, 너무 성급하진 않았는지. 이번에야말로 내 마지막 사랑인 줄 알고…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가 ‘마지막 사랑’에까지 이어졌다.
우린 언제가 마지막인지 모르고 살아간다.
그런데 이 순간이 정말 마지막이라면?
‘마지막’에 대해서 많은 생각이 들게 하는 일이 있었다. 얼마 전 쉬는 날 오랜만에 친구와 만나 저녁 먹고 그동안 밀린 이야기들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우리는 우리 나이가 벌써 이렇게 된 것과 정년까지의 미래 걱정 등등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함께 걱정하고 한탄했다. 그냥 평범하고 다른 날들과 똑같은 하루였다. 다음날, 예상치 못한 부의 알림 문자를 받았다. 내겐 별다를 것 없던 그날이 누군가에게는 중요하고 평생 기억에 남을 그런 날이었다. 죽음과 삶은 맞닿아 있다고 하는 말을 그냥 아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너무나 달랐다.
진심을 다한 만큼, 사랑한 만큼, 마음을 준 만큼 그만큼 아프다지만 사실 그 순간엔 또 그만큼 깊게 행복하다. 마음을 경계하고 의심하고, 진심을 다하지 않으면 또 그만큼은 행복이 덜어진다.
그렇기에, 그래도 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