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의 숙제이자 고민
나는 상대가 좋아하는 것보다 좋아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좋아하는 것은 은연중에 티가 나기 마련이고
좋아하는 것을 같이 하는 것도 좋으나 좋아하기 때문에 혼자서도 꽤나 즐겁게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의 반대는 자연스레 숨겨지기 마련이고
마치 숨겨져 있는 지뢰 같아서 나도 모르는 새에 밟는 순간, 관계가 터져버릴 수 있기에
미리 조심하기 위해 알고 싶다.
더 깊게 들어가 역설적으로 이 마음은
나와 관계를 맺는 사람이 내가 싫어하는 행동 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생겨버렸다.
나는 솔직했고 특히, 나에 대해 말하기를 좋아했다. 이유는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마음을 나누고픈 상대에게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하고 보여주는 걸 좋아했다.
그만큼 나도 상대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으나 대부분의 상대는 나만큼 자신을 드러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괜찮았다. 관계가 깨지기 전 까지는.
일련의 관계의 결말은 항상 나 혼자 남는 엔딩으로 끝이 났다.
그때 말했던 나에 대한 것은 곧 약점이자 상처로 돌아왔다.
그러한 일들이 반복되었지만 나는 이상하게 마음을 나누고픈 사람을 찾았고 다시 관계를 시작했다.
전과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나를 숨겼고 말을 아끼며 싫어하는 것을 피해 가려 안간힘을 쓴다는 것.
상대에게 상처 줄까 싶어 시간 확인도 웬만하면 하지 않았다. 행동해야 할 때는 항상 이유를 덧붙였다.
"잠시만요. 어디서 연락이 와서 카톡하나만 보내고 다시 이야기 들을게요."
그러나 그 관계 또한 오래가지 않았다.
상대는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해 크게 생각하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관계가 끝나는 것이 무서워 난 그러한 내 모습이 싫으면서도 상대에게 맞춰주곤 했다.
난 프리랜서니까 회사 다니는 너에게 약속시간과 요일을 맞추고
네가 자꾸 힘들다 힘들다 하니
상대적으로 재정상태가 나은 (그것이 사실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모든 값을 지불해야 했으며
네가 털어놓은 고민과 비밀에 나 또한 하날 내놓으면 그것은 너에게 큰 고민이 아니 여서
생각보다 미지근한 너의 태도에 나는 애써 괜찮아하며 별 고민 아닌 듯 웃어넘기는 일이 많아졌지.
내가 뼛속까지 마음이 말라가는 동안 하나하나 조심하는 내 모습을 상대는 좋아했다.
그들은 기꺼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나에게 행했다.
꽃을 좋아하지 않는 내게 상대는 자주 꽃을 선물했다.
나는 당신이 꽃을 받은 내가 "고마워. 감동이야."라는 말을 하기를 원하고 그것에 뿌듯해함을 알고 있기에
나는 좋아하지 않지만 당신의 마음에 맞춰 고맙다는 말을 한다.
나는 닭고기를 꺼려하고 그 이야기를 불과 몇 시간 전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했지만
당신은 늦은 밤, 배가 고프다며 내게 넌지시 음식 시키기를 권한다.
이곳은 나의 집이고 내가 초대했으니 넌지시 당신은 내가 상대의 모든 것을 충족시켜야 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난 당신을 위해 많은 음식을 샀고 당신에게 먹였으며 그로 인해 재정이 좋지 않아 졌지만... 당신을 위해 내가 꺼리는 치킨을 선택해 당신에게 또다시 음식을 대접한다.
당신은 나에게 의견과 생각을 묻지만 나의 말에
항상 "근데" 라며 그것을 행할 수 없는 이유를 말하곤 한다.
나는 매번 무안해져 가지만 당신은 내가 말한 말이 되지 않는 이유를 말하며 자신의 태도에 대한 견해를 견고하게 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무안해질걸 알면서도 열심히 답을 건넨다.
피곤했다. 사람이 좋은데 사람이 싫고, 혼자가 좋으나 가끔은 나도 외롭고 싶지 않아 사람이 다시 필요하고 그런 악순환의 반복.
나는 사람들과 관계를 지속할수록 당신이 싫어하는 것을 은연중에 알게 된다.
당신이 말하지 않아도 당신의 표정과 행동 말투를 통해. 그래서 그것을 기꺼이 피하려 한다.
그러나 당신은 나와의 관계를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더욱 견고하게 쌓아 올린다.
나는 그것에 숨이 막힌다.
나를 드러내도 숨겨도 같은 엔딩이 계속 일어났다.
“내가 너에게 이만큼 맞춰줬잖아. 이만큼 좋은 것을 줬잖아. 근데 이렇게 끊어버리다니. 괘씸하네?”
어느 엔딩에선 나 또한 화를 냈고 또 다른 엔딩에선 침묵을 택했다.
고민을 내놓으면 사람들은 이제나 저제나 같은 엔딩이라면 내게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 이후 어느 엔딩에서든 “미안해”라는 말은 내가 했다.
그것이 상대가 원하는 것이었기에.
관계가 끝난 후, 정말 내 문제인가? 하며 스스로 자문자답을 계속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관계에서의 문제는 대부분 쌍방이지 않나? 싶은 생각에
혼자 밤을 지새우며 억울해했다.
만나고 있을 때, 휴대폰만 하는 당신의 모습에
당신이 생각나서 깜짝 선물을 한 나에게 "근데 왜 줘요?" 라며 퉁명스럽게 말하는 당신의 태도에
모든 나의 말에 "근데?"라고 대답하는 당신의 말에
난 꽤나 무안해졌고 상처받았지만
애써 받지 않은 척, 애써 괜찮은 척하며 웃어넘겼단 말이야.
나도 참은 게 많다고... 근데 왜 나만 미안해해야 해?
이런 도돌이표 같은 생각을 한 들, 정답이... 나올 리가 없고 그다음 관계에선 어떻게 해야 하나 라는 질문만 계속될 뿐이었다.
그래서 알고 싶었다. 당신이 좋아하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나 또한 피해 갈 테니 당신 또한 내가 싫어하는 걸 피해달라고.
그렇게 혼자 속으로만 외쳤다.
며칠 전, (나보다) 어른과 나누던 대화 도중 급작스레 하지만 오래된 고민이란 듯 질문을 던졌다.
"관계도... 재편이 되나요? 하도 많이 잃어서 이젠 잃기 싫은데."
그러한 말에 평생 관계는 재편된다는 말을 들었다.
평생 재편되는 게 관계라면 이렇게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되는 건데 말이야...
매일 그 문장을 곱씹던 도중 한 책을 만났다.
부서진 모든 관계들은 내게 큰 실패로 남아있었다.
실패가 짓누르는 마음을 애써 피려고 노력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살고 있는 날이 늘어가고 있다.
그런데 책의 마지막에서 지난한 마음 읽기의 실패는 사랑이란 문장을 보았다.
관계가 부서졌지만 부서지는 동안 그리고 지금까지도
난 그들을 사랑했다.
여전히 말과 마음을 숨긴다.
지금도 사람이 싫으면서 갈구하고 관계는 늘 어렵다.
그래도 조금은 괜찮다
이 실패한 관계들은 사랑이니까.
이 실패한 관계들을 사랑이라 부르자 억울함이 조금 나아졌다.
김화진 작가님의 <나주의 대하여>를 읽었습니다.
단편 하나하나 읽을 때마다 울컥하는 나를 발견합니다.
그러던 도중 자신을 드러내는 것이 어렵다는 고민을 우연히 받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드러내도 숨겨도 힘들었던 제 과거 현재 어쩌면... 미래가 생각나 다시 한번 울컥했습니다.
여전히 어려운 사람과의 관계가 참 짜증 났는데
평생의 숙제이자 고민이고 사랑이라 생각하니 조금이나마 스스로에게 위로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