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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욱 Jun 10. 2019

지식근로의 시간

Time Management for Knowledge Worker

지식근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결과의 질이다.


한 회사의 경영자가 명확한 판단을 하지 못한다면 회사는 쇠락할 것이다. 아무리 많은 업무의 결과물을 낼지라도, 아무리 많은 회의에 참여할지라도. 회사가 나아갈 방향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조직을 구성하는 판단능력이 떨어진다면, 그의 모든 노력은 결과적으로 실패할 것이 자명하다.


한 작가가 아무리 많은 글을 쓸지라도, 그가 쓰는 글의 주제가 새로운 이해나 관점을 담고 있지 못하다면, 그의 글은 가치없는 휴지조각에 불과할 것이다.


이러한 지식근로가 지닌, 질이 모든 결과를 결정짓는 특성을 단거리 육상경기에 비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단거리 육상경기는 얼마나 멀리 달렸는지, 얼마나 오래 달렸는지(혹은 얼마나 열심히 훈련했는지)로 판단되지 않는다. 달리는 순간의 속도가 바로 결과이다.


이처럼, 지식근로의 진정한 결과인 질좋은 생각은 오로지 고도로 집중된 시간을 통해서만 발생한다. 이 강도 높은 지적 활동을 해낼 수 있는 능력이 곧 지식근로자의 능력이다. 물론, 계획한 바를 실행하기 위한 지구력을 요하는 업무가 필요할 수 있다.


하지만, 집중을 방해하는 요인을 최대한 제거해, 강도 높은 집중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단거리 육상선수는 결코 매일 전력질주를 하지 않는다. 어떤 강도 높은 스포츠에 종사하는 프로선수도 매일 전력을 다해 훈련할 수 없다. 매일 전력으로 훈련한다는 것은 두 가지 의미이다. 그의 전력이 그다지 강도가 높지 않거나, 부상이 가까웠다는 것.


지식근로자 또한 마찬가지이다. 매일 최대의 집중을 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좋은 아이디어는 두뇌가 휴식할 때 무의식에서 조합되는 경우가 많다. 학습은 수면을 통해 단단한 능력으로 형성된다. 문제에 지나치게 몰입하면, 그 전체적인 맥락을 잊는 경우도 매우 흔하다.


그렇기에, 지식근로자는 스스로를 단거리 육상선수로 여기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창의성의 집약성이 늘어날수록, 빈 시간의 중요성 또한 비례해서 증가한다.


빨리빨리, 악착같이. 우리 사회 업무 문화의 뼈대가 되는 사고방식은, 새로운 경제 환경에 적합하지 않은 운영체제일 수 있다. 내야 할 결과 자체가 변했기 때문이다.


이전에 우리가 해왔던 것처럼, 누군가의 생각을 조금 더 효율성을 더해 따라 하는 방식으로는 이제 더이상 경쟁력을 얻을 수 없다. 새로운 생각을 해야 한다. 더 질좋은 생각을 해야한다. 질이 결여된 생각은 가치가 아예 없거나, 오히려 해로울 수도 있다.



이완된 시간의 중요성.


최상의 창조적인 결과물을 낸 역사적인 인물들의 습관을 보면, 남들의 눈에는 꾸물거리는 것처럼 보이는. 일견 능률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 습관이 있다.


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는 집중된 업무를 하던 와중 맨발로 산책을 했다. 아인슈타인은 물리학의 문제와 씨름하던 와중, 강가로 나가 서툰 솜씨로 노를 저었다.


이는 사실 마냥 꾸물거리는 것, 지연행동(Procranation)과는 구분되는, 창조에 적합한 행동이다. 최상의 집중 상태인 플로우는, 이러한 이완 후에 찾아오기 때문이다.


플로우(Flow : 몰입) 해킹


창조의 경험이 쌓일수록, 이러한 이완의 습관은 점차 본성의 일부가 되는 것으로 보인다. 워커홀릭이었던 성공한 기업의 창업자가 내면의 평화를 찾고, 휴식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모습. 또한 이러한 휴식의 질 향상을 통해, 업무의 질 또한 확보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모습은 실리콘벨리의 새로운 패턴처럼 자리 잡고 있다.


감당할 수 없이 바쁜 것을 은근한 자랑처럼 강조하는 모습. 아마, 삶의 균형을 유지하며 업무의 질을 유지하는 것에 실패하는 미숙함을 스스로 고백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시간을 확보하는 것의 중요성.


15분씩 20일간 일하는 것. vs 5시간 집중해서 일하는 것.


같은 300분의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집중된 업무를 통해 결과물을 낸 경험이 있는 사람이라면, 15분씩 20일간 일하는 것으로는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내지 못한다는 것에 누구나 공감할 것이다.


또한 이러한 집중된 업무의 시간 이전에, 그 업무에 필요한 학습이나 원재료의 준비에 쓰이는 일상의 시간 또한 상당히 필요하다는 점도 공감할 것이다. 이러한 일상의 시간은 창조의 시간에 비하면 느슨하다. 하지만, 집중된 창조의 시간을 위해서는 집중의 밀도가 크지 않은 준비의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창조적인, 혹은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한 업무를 맡은 사람일수록, 시간이 바스러지는 것을 유심히 경계할 필요가 있다. 사회적 교류나, 회의에, 잡다한 업무에 주의집중이 지속적으로 방해받지 않도록, 빈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자.


빈 시간을 확보하는 것에 성공했다면, 이미 창조적 작업에 필요한 기본적인 조건이 갖추어진 샘이다. 흥미가 생기는 정보를 학습하거나, 생각하며 메모하거나. 아니면, 정말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마음을 쉬게 하거나.


바로 이런 느슨한 시간은, 강도 높은 집중의 전조가 될 것이다. 시간을 먼저 확보하자!



수면의 중요성.


한 실험에서는 지식근로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한 그룹의 수면시간을 제한했다. 흥미로운 결과가 나타났다. 수면량이 차이나는 두 그룹이 반복적인 작업을 처리하는 능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다. 하지만, 수면이 제한된 그룹의 피험자들은 고도의 지능 활동 과제를 기피했으며, 그 수행능력 또한 저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듭 강조하는 바, 지식근로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업무의 질이다. 집중된 업무를 마무리짓기 위해, 수면시간을 일시적으로 양보해야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수면이 부족하다면 업무의 질은 점차 감소하게 된다.


만성적인 수면부족이 원인이 되어, 자기도 모르게 반복적인 작업으로 시간을 허비하며, 거짓된 성취감을 느끼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며, 필요하지 않은 일에 열중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중요한 일을 분별하는 판단 또한, 생각의 질에 속하며, 지식근로자의 능력에 속한다.


업무와 생각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깊은 수면이 필요하다. 일관되게 깊게 잘 수 있는 능력을 배양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불면의 해독제 : 일주기 리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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