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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현욱 Apr 11. 2019

'연구목적 외 사용 금지'

머리 좋아지는 약, 누트로픽 리서치 케미컬에 대하여.

 스포츠, 피트니스에서의 약물 사용은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의 근력, 지구력, 회복력 증대 효과는 사용자에게 막대한 경쟁적 이점을 준다. 신체 능력과 기술을 한계까지 발달시킨 최상위 선수들 사이에서는 약물의 사용 여부가 순위를 결정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장기적인 부작용, 의존의 위험성이 분명하다. 


 스포츠에서의 약물 사용 규제가 없으면 약물 없이 운동하는 운동선수는 경쟁에 참여조차 못하는 상황마저 벌어진다. 리그의 모든 선수가 약물사용자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스포츠 정신의 근원적 의미가 사라져버린다.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 있다면? 만약, 약을 먹은 사람과 약을 먹지 않은 사람 사이의 차이가 너무도 크다면? 이는 공정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올 수도 있지 않을까? 모두가 그 약을 먹게되진 않을까?


 하지만, 지능은 경쟁이 아니다. 진정한 지능은 공동체에 기여한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타인과 교류한다. 지능이 수단적 지능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사회적 지능까지 포함한다면, 지능의 총량이 많아지는 것이 사회에 나쁘게 작용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한편으로는, 누구나 지능을 원하는 것은 아닌 듯도 하다. 집중해서 생각하는 일은 마치 무거운 것을 드는 것과 같아서 – 그 일을 무척이나 좋아하는 사람도 있지만, 가급적이면 피하려는 사람도 많다.


 미국의 철학자 테렌스 메케나(Terence McKenna)는, 전 지구적인 난제. 자원의 낭비, 전쟁, 환경파괴와 같은 문제가 하나의 문제. ‘의식의 부재’에서 비롯된다며, 우리가 개개인의 좁은 시야에서 벗어나 종의 생존과 지구의 관점에서 환경에 닥친 위기를 인지하고 해결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함을. 그리고 이러한 인식과 태도가 지능과 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면. 지능과 의식을 촉발하는 어떤 것이라도 시도해야한다 역설했다.


 현대의 기업가(Entrepreneur)는 문제해결사와 예술가의 결합, 창조자에 비견된다. 사회에서 반복되고 있지만 사람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문제를 파악해, 그에 대한 창조적이고 효과적인 해결책을 상품의 형태로 제시하는 일을 하는 것이다. 더 많은 사람의 보다 중요한 문제를 해결하면 성공또한 큰 것이다. 보이지 않는 문제의 파악, 창의적인 대안의 제시는 모두 지능의 일이다. 이러한 기업가 정신은 지금 우리 사회에 가장 필요한 것이기도 하다.


 지능을 향상시키는 최대한 효과적인, 일관된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중요한 정보일 것이다. 규제되지 않는, 부작용이 없는 퍼포먼스 향상제(Performance enhancer)는 모든 스포츠 선수의 관심사이다. 최상위의 프로페셔널 레벨에서 경쟁하는 선수들은 영양과 보충제의 사용에 정통한 경우가 많다. 지능을 최대로 사용하고 싶은 사람도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아니, 그 전에,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란게 있을까?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 있는가?


 이미 정상적인 신체의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은 주류 의학의 초점이 아니다. 현대 의학의 초점은 고장난 신체의 기능을 정상으로 회복하는 것에 있다. 치매의 치료제 개발에 천문학적인 예산과 노력이 투입될 수는 있다. 하지만, 일반인의 두뇌를 더 좋게 만드는 것은 연구에 필요한 예산을 얻기도, 연구의 성과를 인정받기도 힘들다. 정신의 활동에 작용하는 약물이라는 점 또한 실험군을 모집하는데 장애물로 작용한다.


 과학적 실증으로 따진다면, ‘머리가 좋아지는 약이 있느냐’ 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직 잘 모른다’가 되어야 할 것이다. 몇몇 노인이나 인지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 몇몇 후보물질들의 실험의 결과가 있긴 하지만 결과가 일관되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것이 머리가 좋아지는 약입니다’ 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이에 비해 운동능력을 향상시키는 보충제에 대한 연구는 매우 활발하다. 산업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으며, 정량적 측정이 수월하다는 특성. 실험 참여자 모집이 어렵지 않은 특성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물질을 섭취함으로서 두뇌의 기능을 향상시킬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한다. 


 크레아틴(Creatine Monohydrate)을 예로 들어보자. 신체의 에너지의 화폐인 ATP를 한 번 더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즉, 에너지의 효율과 총량이 늘어난다. 신체의 단 3% 질량을 차지하면서도, 에너지의 20%를 사용하는. 에너지에 굶주린 기관인 두뇌는, 더 많은 에너지가 있을 때 더 활발하다. 크레아틴이 가져오는 인지능력 향상 효과는 많은 이들이 입을 모으는 바다.


 만약 두뇌에 비타민 B6, B12가 부족하다고 해보자.(안타깝게도 현대인의 대부분이 해당된다.) 신경전달물질을 제대로 합성할 수 없을 것이고, 두뇌세포에서 에너지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떨어져 있을 것이다. 자기도 모르는 우울감이나 감정적 기복이 익숙할 것이다. 이런 경우에 비타민 B 알약은 큰 폭의 두뇌기능 개선을 불러오는 ‘스마트 드러그’일 수 있다.


 이러한 보충/최적화의 영역을 넘어, 두뇌의 기능을 더 확장하는 약물은 없을까? 이 질문의 최전선을 살펴보자.



리서치 케미컬


 피라세탐(Piracetam)이라는 물질이 있다. 20세기 중반, GABA 수용체에 작용하는 약물을 연구하던 중, 실험대상자에게서 기억력이 좋아지고 두뇌 기능이 좋아지는 등의 의도치 않은, 일종의 부작용이 관찰되는 하나의 물질이 발견되었다. 피라세탐의 탄생이다. 하지만 약의 의료적 용도가 마땅치 않고, 작용기전이 불분명한 것이 한계였다. 쓰임새를 찾지 못하고, 연구자들의 관심에서 점차 밀려났다. 


Piracetam

 하지만 피라세탐은 중독이나 의존의 염려가 거의 없으며 독성 또한 현저히 낮은 프로필을 지닌다. 규제물질이 될 이유가 딱히 없는 것이다. 한편, 합성된 약이기 때문에, 비타민, 미네랄, 허브, 아미노산, 식품보충제, 추출물로 범주가 규정되어있는 보충제에 속할수도 없다.


 이러한 이유로 피라세탐은 규제할 이유가 없지만 이를 포함할 시장의 범주가 없는. 규제의 회색지대에 존재하게 되었다. 이를 거래하는 것은 불법이 아니지만, 효과를 주장하며 거래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다. 이러한 범주에 속한, 인지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물질은 수십가지에 달한다. 이를 ‘연구목적’에 한하여 구매하는 것은 법에 저촉되지 않는다.


 몇몇 실험적인 사람들(괴짜)은, 이 회색지대에 있는 실험적 물질들을 자신의 몸에 직접 실험해보기 시작한다. 그리고, 인터넷을 통해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일종의 ‘서브컬쳐’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 중 큰 효과를 보아 두뇌의 능력을 큰 폭으로 향상시킨 사람들의 경험담도 적지 않다. 효과가 미미하거나 두통이나 불안감등의 부작용이 더 커 지속할 이유를 찾지 못한 사람도 많다. 


 이러한 경험과 증언으로 이루어진 집단적 지성은 현재 바이오해킹 무브먼트의 씨앗이 되었다. 스스로 목적을 설정하고, 스스로 실험하는 태도. 그 결과를 공유해 집단지성에 기여하는 것. 같은 관심사를 지닌 사람들의 모임, 인터넷 포럼은 두뇌능력 향상이라는 목적을 공유하는 집단지성이 파생되는 개척지가 되어왔다.


 리서치 케미컬들의 효과는 개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뉴로-피지올로지, 두뇌의 동작방식이 사람마다 다른 것이 이유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큰 효과가 있는 물질이, 어떤 사람에게는 부작용만을 안겨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리서치 케미컬들을 통해 자신의 두뇌를 해킹하려면, 시행착오를 피해가기 어려운 것이다.


 두뇌 기능을 2~30% 향상시키는 것에 노력과 비용, 시행착오를 투자할 용의가 있는지. 사람마다 생각이 다를 것이다.



나의 경험


 개인적으로 다양한 리서치 케미컬 누트로픽을 시도해보았다. 크고 작은 효과가 있었으며, 부작용이나 독성은 거의 없었다. 시간이 지나며 효과가 반감되는 경우도 많았다. 효과가 일관되지 않아, 어느 때는 큰 효과가 있는 반면, 어느 때는 피로감이 찾아오는 경우도 있었다.


 그 중 피라세탐과 비슷한 화학적 구조를 공유하는 Aniracetam, Oxiracetam, Noopept 등은, 피라세탐에 비해 수십배에서 천배의 효과가 있다는 설명이 보편적이다. 이러한 설명에 혹해 여러 물질들을 시도해 봤지만 효과는 플라시보이거나, 크게 체감되지 않는 수준. 근본적인 변화에는 미치지 않았다.


 여러 물질들을 통한 시행착오를 겪다가, 리서치 케미컬의 원조인 피라세탐을 접하고, 드디어 원하던 효과를 보기 시작했다. 피라세탐은 흔히 효과가 가장 완만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내게는 다른 어떤 물질보다도 피라세탐이 분명하고 지속적인 두뇌능력 향상을 촉발했다. 집중력, 사고의 명확함, 글과 말의 표현력, 정보의 기억과 종합능력이 유의미한 수준으로 향상됨을 느낄 수 있었다.


 이 글을 쓰는 날 아침, 4그람의 피라세탐을 섭취했다. 일주일에 5번 복용하고 이틀은 쉰다. 복용하는 날은 콜린이 많은 식품을 충분히 먹는다. 콜린의 소모량이 늘어나 두뇌의 무언가가 부족해진 느낌이나 두통이 찾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험적 증언(Anecdote)은, 타인에게 똑같이 작용될 수 없다. 개개인의 신체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에게 큰 효과가 있는 피라세탐은 누군가에게는 두통만을 안겨줄 수 있다. 이러한 생리적 차이를 생체개성(Bio-Individuality)이라는 말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러한 생체개성의 변인을 파악하고, 각자의 신체에 주요한 물질을 처방할 수 있다면, 이러한 리서치 케미컬은 보다 광범위한 쓰임새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 전에 이러한 ‘브레인 도핑’에 대한 의료적, 공정성 논의에서 사회적인 합의가 도출될 필요가 있을 수도 있을 것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불의 사용은, 고기를 더 연하고 소화가 쉽게 만들었다. 턱이 작아지며 두뇌가 커질 공간이 생겼고, 소화가 쉬워진 단백질은 두뇌에 더 많은 영양분을 공급할 수 있었다. 인간 지능 발달의 조건이 된 것이다.


 어패류의 섭취가 두뇌 성장의 동력이 되었다는 설 또한 있다. 어패류에 풍부한 요오드, 오메가 3, 아연, 비타민 B12, 단백질은 모두 두뇌의 기능과 성장에 중요한 영양소이다.


 던지기 능력은 고도의 신체 협응력과, 움직이는 대상의 동선을 예측하는 능력을 요한다. 던지기 능력은 인간 두뇌가 지닌 고도의 역량이 나타난 예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던지기 기술을 토대로, 무리를 이루어 맹수를 돌로 쫓아내는 생존 전략을 택한 진화의 구간이 있었다고 추정된다. 이는 지능에 대한 자연선택 압력을 높혔다. 무리를 이루고, 노동을 분담하기 위해서는 의사소통 능력이 필요하다. 의사소통 능력이 있는 개체, 신체를 정교하게 움직일 수 있는 두뇌능력이 뛰어난 개체가 자연선택되었다는 것이다.


 두뇌를 구성할 충분한 영양분이 없었던 무리는 이러한 능력의 발달이 더뎠을 것이다. 신체협응, 의사소통과 공감과 같은 고등기능을 위한 두뇌는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며, 원시적 기능을 담당하는 두뇌의 발달 이후에 찾아오기 때문이다. 투박하고, 충동적인 무리들은, 더 날렵하고 영리한 무리와의 경쟁에서 뒤쳐졌을 것이다. 적합하지 못한 것은 멸종한 것이 지구 생명 진화의 역사이다.


 지금의 우리는 진화의 마무리에 도달한 것이 아니다. 우리에게 주어진 진화의 압력, 생존의 숙제는 산적해있다.


 인간이 사는 방식이 이 행성의 환경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의 삶의 방식이 우리의 환경을 우리에게 적합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는 다른 종족간의 경쟁과는 다른 차원의, 새로운 문제이다. 위기에 대처할 능력이 없으면 멸종하는 것이 자연의 섭리이다.


 우리가 사는 환경과 불화하지 않도록 우리 스스로를 진화시키는 것은, 지금 인간에게 주어진 가장 중요한 숙제이다. 그리고 우리는 이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거나, 애써 무시하려 하고 있다. 너무 늦기 전에, 우리는 새로운 삶의 방식을 창안해내야 한다. 이러한 변화에는 서로 협력하는 고도의 지능이 요구된다. 지능에 대한 막대한 요구가 있는 것이다.


 이러한 위기, 요구를 현명하게 해쳐나가기 위해서는 우리가 지닌 지능을 최대한 발휘할 필요가 있다. 또한,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지능을 확대시킬 수도 있는 모든 시도를 두려워하지 않을 필요가 있을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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