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아마존이 소유한 오더블(Audible)은 사용자가 자연어 쿼리(query)를 사용하여 오디오북을 검색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기능인 메이븐(Maven)을 출시했다. 이 새로운 도구는 현재 베타 버전으로 일부 미국 고객에게 제공된다. 이 서비스는 “여성 주인공이 나오는 감동적인 소설을 찾고 있어요.” 또는 “8시간 동안 여행할 수 있는 판타지 오디오북을 보여주세요.”와 같은 질문에 답하도록 설계되었다.
오더블의 최고 제품 및 분석 책임자인 앤디 차오는 성명에서 “메이븐을 통해 청취자가 방대한 카탈로그에서 가장 구체적인 요청에 대해서도 숨겨진 보석을 발견할 수 있도록 인공지능 기반 검색 기능을 도입하게 되었다.”라고 말했다. 오더블은 메이븐 외에도 사용자 리뷰의 인공지능 생성 요약을 제공하기 시작했으며, 아주 작은 주제에 대한 타이틀 목록을 맞춤형 방식으로 생성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테스트하고 있다.
현재 초기 베타 단계에서는 모든 멤버십 플랜의 미국 고객 중 50%가 메이븐을 사용할 수 있다. 메이븐은 아직 초기 단계이므로 기능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는 사용자 피드백을 받고 있다. 오더블은 사용자가 항상 최상의 오디오북 추천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이 기능을 지속적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디지털 음성 확보를 위한 오더블의 내레이터 영입
최근 오더블은 오디오북 녹음에 사용할 음성을 인공지능에 학습시키기 위해 내레이터(Narrator)를 영입하고 있다. 2023년 애플(Apple)은 인공지능 기반 디지털 내레이션을 도입하면서 독립 작가와 중소 규모 출판사들의 호응을 얻었고, 오디오북에 관심 있는 고객들을 다수 확보하면서 시장의 변화를 촉발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플랫폼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는 오더블의 변화는 애플과의 경쟁을 더욱 치열하게 만들고 있다.
오더블은 오디오북 제작 속도를 높이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세웠다. 내레이터의 음성을 복제하도록 시스템을 구축했고, 복제된 음성을 새로운 오디오북 제작에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오더블은 이를 통해 더 많은 오디오북을 더 적은 비용과 시간으로 제작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현재 베타 테스트 단계에 있으며 미국에 거주하는 내레이터에게만 적용되고 있는데 2024년 말까지 저자, 출판사 및 에이전트를 포함하도록 프로그램을 확장할 것이다.
베타 테스트 이용을 위해 오디오북 내레이터는 자신의 음성 샘플을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통해 정확한 복제본을 만든 다음 오디오북 제작에 사용한다. 내레이터는 오디오북 프로젝트를 실행하기 위해 자신의 복제된 목소리 또는 자연스러운 음성을 빌려주는 권리를 가진다. 아마존은 내레이터가 작업하는 각 타이틀에 따라 결정되는 ‘로열티 공유(Royalty Share)’ 모델을 사용하여 내레이터에게 보수를 지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로열티 분배 모델이나 내레이터가 복제된 음성을 사용할 때 얼마나 많은 수익을 얻을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다. 콘텐츠 제작과 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경우, 인공지능 음성 샘플은 무료로 제공될 예정이다.
베타 서비스를 통해 참여자들은 고품질 오디오북 제작 역량을 확장하고, 더 많은 프로젝트를 동시에 수행하여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며, 수익성을 더 높일 수 있다. 아마존은 내레이터가 인공지능 음성의 발음이나 속도를 편집할 수 있도록 제작 도구와 최종 제작이 승인되기 전에 제작물을 검토하여 오류를 찾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아마존은 공식 블로그에서 “아직 오디오로 존재하지 않는 방대한 도서 카탈로그가 있으며 오더블에서 더 많은 책에 생명을 불어넣을 방법을 모색하면서 창작자, 내레이터, 출판사 및 청취자의 이해관계를 신중하게 균형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라고 했다. 새로운 오디오북 제작에 인공지능 음성을 사용하는 것을 정당화한 것이다. 아마존은 2023년부터 디지털 음성을 이용한 오디오북 제작을 시작했으며, 그 결과 4만 개 이상의 오디오북을 제작했다.
아마존과 오더블은 2011년부터 독립적인 창작자를 위한 올인원 마켓플레이스(All-in-one marketplace)로서, 고객들이 오디오북을 제작하고,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다가가 그들의 통찰력을 추적하고, 수익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ACX(Audiobook Creation Exchange)를 운영하고 있다. ACX는 주로 창작자, 내레이터, 스튜디오, 에이전트, 출판사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며, 고품질의 스튜디오 장비와 오디오북 출판에 대한 다양한 정보도 제공하면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인공지능과 인간 내레이터의 경쟁, 그리고 시장 전망
인공지능 음성 도입은 인간 내레이터들 사이에서 우려를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오디오북 내레이션에 인공지능이 광범위하게 사용되면 인간의 재능을 발휘할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는 주장이다. 결국, 인공지능 제작의 효율성과 속도 때문에 출판사와 작가가 인간 내레이터 대신 인공지능 내레이터를 선택하게 될 수도 있다.
미국의 주요 대형 출판사들은 사운드 엔지니어와 메타데이터 전문가를 갖춘 오디오북 스튜디오를 사내에 두고 있다. 이들은 이전에 거래했던 내레이터를 고용하거나 배우와 유명 성우를 고용하는 편이다. 소규모 출판사와 독립 작가는 오디오북 전문 내레이터가 있는 오더블의 ACX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다. 일반적으로 ACX의 초보 내레이터는 완성된 시간당 10~100달러의 낮은 요금을 받고, 숙련된 내레이터는 100~500달러의 요금을 받을 수 있다. 평균적으로 책 한 권을 제작하는 데는 수천 달러의 비용이 들지만, 인공지능을 무료로 활용하면 구간과 신간의 대부분을 이 방식으로 제작할 가능성이 높다.
오디오북은 디지털 출판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분야다. 미국오디오출판사협회(APA)에 따르면, 미국의 오디오북 시장이 2023년에 전년 대비 9% 증가한 2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기록하면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협회는 미국 성인의 52%, 즉 약 1억 4,900만 명의 미국인이 오디오북을 들어본 적이 있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출판업계에서 오디오북 시장은 높은 제작비와 프로세스의 복잡성 등으로 인해 수익 실현이 어렵다는 한계점도 있었다. 하지만, 오디오북 이용이 편리해진 플랫폼 환경과 스마트 기기의 급속한 보급 등으로 사용자층이 확장되었고, 출판 생산자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다양한 콘텐츠가 공급되면서 시너지 효과를 만들어 가고 있다. 이에 더해 인공지능을 활용한 디지털 음성 시스템이 제작비 절감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물론, 오디오북의 낮은 품질에 대한 문제와 저작권 소유의 주체에 대한 논란은 해결이 필요한 과제다.
결론적으로, 양질의 콘텐츠와 디지털 기술로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아마존의 오더블이 디지털 음성 기술과 맞춤형 콘텐츠 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여가는 점에서 글로벌 오디오북 시장의 방향성을 예상할 수 있다. 무엇보다 콘텐츠 생산자와 소비자가 모두 독서의 즐거움과 수익을 얻을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고, 장기적인 성장이 가능하길 바란다.
덧) 2024.11.19. 아마존의 발표에 따르면, 아마존 뮤직(Amazon Music)에서 오더블(Audible)이 가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오디오북을 선보일 예정이다. 미국, 영국, 캐나다에 거주하는 무제한 구독자는 미국에서 엄선된 100만 권 이상의 오디오북과 1억 곡의 HD 노래, 인기 팟캐스트를 포함하여 한 달에 한 권의 책을 즐길 수 있다.
참고 - https://www.aboutamazon.com/news/entertainment/audible-amazon-music-unlimited-subscription
[참고자료]
Audible experiments with new AI features for tailored audiobook recommendations, Techcrunch.com, 2024.09.25.
- 류영호 | 월간 국회도서관, 출판가 길라잡이, 2024년 11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