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ina Dec 03. 2019

20대, 30대에 잘한 일 Vs. 후회되는일

30대를 떠나보내며... 지극히 개인적인 best & worst

39살 12월이 드디어 왔다. 솔직히 말하면, 29살 때보다는 덜 심란하다. 아이가 생긴 이후로는 아이의 나이에 맞춰서 살기 때문인지, 세월의 흐름에 좀 둔감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40살이 된다고 생각하니, 왠지 조금은 두려운 마음이다. 어렸을 때는 마흔, 이라는 단어가 굉장히 어른스럽고 인생에서 무언가를 성취했을 것만 같은, 뭔가 마흔 이후로는 쭉 의무로만 가득한 어른의 삶만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더 이상 실패가 도전이나 열정이란 단어로 포장될 수 없을 것만 같은 나이. 처음 겪는 일도, '마흔 정도 됐으면 이 정도는 혼자 알아서 할 줄 알아야지' 라고 냉정하게 비판받을 것만 같은, 그런 나이로 느껴진다.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지만, 그래도 나이를 마냥 잊고 살 수는 없다. 아무리 나이 드는 것에 부정적이지 않던 나일지라도 마흔이라는 단어 앞에서는 괜히, 이미 지나온 20대와 30대 시절을 떠올려보게 된다. 치열하게 살아서 자랑스러운 부분도, 너무 뭘 모르고 어리석어서 후회되는 부분도 당연히 있다. 나름대로 20대와 30대를 떠나 보내는 의미에서, 지극히 개인적인 관점에서 잘한 일과 후회되는 일을 정리해보았다.



20대에 잘한 일:

- 두 달동안 했던 자유 배낭여행 (이렇게 긴 자유 여행은 이때 뿐...ㅠㅠ)

- 과외 말고 육체적인 노동을 할 수 있는 아르바이트 경험 (이런 경험도 이때 뿐...)

- 대학교 생활 열심히 한 일 (공부, 학과, 동아리 활동 등등)

- 4년 내내 영어 공부 열심히 한 것 (평생 써먹음)

- 돈이 늘 부족했던 경험 (돈의 소중함을 알고 일찍 자립하게 됨)

- 책 많이 읽은 것 (도서관은 나의 집...)

- 일기 꾸준히 쓴 것

- 연애 열심히 한 것

- 대학 졸업하자마자 취업 전선에 뛰어든 것


20대에 후회되는 일:

- 쓸데없이 휴학한 일

- 복수전공 안한 것

- 교환학생 지원조차 안해본 것

- 로망이 있었던 직업(방송작가)에 도전조차 안해본 것

- 술을 너무 많이 마시고 다닌 일 (놀 줄 모를 때 오히려 술마시는 것만 하게 된다)

- 이별에 너무 심각했던 것 (지나고 보면 아무 일도 아닌데 모든 일을 손에서 놓고 슬퍼만 했던 시간이 아깝다. 슬퍼하는 것도, 할일은 하면서 슬퍼할걸..ㅎㅎ)



30대에 잘한 일:

- 0순위: 너무 예쁜 아이를 낳은 일

- 중소기업, 중견기업, 대기업, 외국계 기업, 국내 기업까지 모두 다녀본 것.

- 12년 동안 큰 공백기 없이 직장생활 꾸준히 한 일

- 결혼 전 엄마와 단 둘이 해외여행 다녀온 일

- 30살에 독립한 일  

- 이직을 너무 자주 하지 않고, 한 회사에서 최소 2년 이상 근속하며 일관된 직무 커리어를 쌓은 것 (아무리 이직이 흠이 아닌 시대라지만, 여전히 업종 or 직무 중 하나라도 일관된 경력을 쌓으면 좋다)

- 운동 열심히 한 일 (기본 체력의 바탕이 되주었다)

- 열심히 놀러다닌 것 (경제력이 받쳐주므로 더 재미있게, 자유롭고 신나게 놀 수 있는 시간은 이때 뿐..)

- 대학원 진학한 것

- 35살 이후에 결혼한 것

- SNS 안한 것 (하등 쓸데 없음.. 개인적인 생각임)


30대에 후회되는 일:

- 전문 자격증 따려고 적성에도 안맞는 공부를 2년동안 한 일 (시간이 아깝...)

- 정말 아니었던 남자와 일찍 헤어지지 못했던 일 (이것 역시 시간이 아깝..)

- 가족 문제로 지나치게 속앓이 했던 일 (성인이 되면 가족문제는 더 이상 내 문제가 아니다. 내가 해결할 수도 없다. 그냥 거리를 둘 수밖에 없다, 는 점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 혼자 살 때, 직접 요리해서 잘 챙겨먹지 않은 것 (건강이 많이 상하고, 요리 실력이 여전히 형편없다)

- 20대 때처럼 책 많이 못 읽은 것 (시간도, 마음의 여유도 없다)

- 외로움을 너무 크게 생각한 것 (인간은 원래, 누구나 외롭다는 것을 그때도 알았더라면..)

- 글쓰기를 좀더 일찍 시작하지 않은 것

-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었던 일에 좀더 일찍 도전하지 않았던 것 (결국 39살이 되어서야 도전하게 되었다)

- 결혼 전 부모님과 좀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지 못한 일 (여행좀 같이 갈껄..)

- 다이어트, 외모에 집착한 일 (홀린 듯 사들인 화장품, 구두, 옷, 악세서리...1년에 한번 입을까 말까다. 아까워서 버리지도 못하고 있다)




쓰고보니 20대에 비해 30대에 후회되는 점의 목록이 더 길다는 것이 흥미롭다. 20대에 했던 어리석은 일들은 젊음의 열정과 치기로 다소 미화되는 한편, 30대에 했던 과오들은 여전히 후회로 남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지금보다 더 나은 목록을 쓰게 될 것 같지는 않다. 목록의 한 두개가 더 늘거나, 줄어든다 한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 당시에는 잠을 못잘 만큼 괴로워하고 집착했던 문제도, 시간이 지나고 보면 왜 그랬을까 싶을만큼 작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서, 그 문제가 정말로 작았던 것은 아니다. 시간의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것이다.


이미 이만큼 지나온 나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잘했던 일도, 후회되는 일도 결국 모두 나의 일부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앞으로도 수없이 많은 best와 worst를 만들어가면서, 가장 나다운 40대를 보내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쉬는 시간도, 노는 시간도 필요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