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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on Nov 21. 2015

얼마나 잘 하니? 모텔 앱 UX #1

프롤로그

Tumbler에 작성했던 글을 옮겨 왔습니다.

(기존 작성일: 2015. 8. 26)



모텔. 어딘가 부끄러운 단어다. 누군가에게 귀가시간이 막차시간보다 늦어지며 둘러댈 말을 걱정하던 추억을 떠올리거나, 가슴 한 구석이 간지러우며 쑥스러운 기분을 선사하거나. 어디까지나 은밀한 영역에 존재했기에, 극장광고에서 마주했을 때 느낌은 우선 ‘당황스러웠’다. 

넉넉지 않은 주머니에 아껴 보겠다 쭈뼛거리며 “저 야노ㄹ…ㅈ…회원…"이라며 소곤댔을 그 이름. 10여 년 전, 최대 모텔 정보  카페에서 지금은 데이트 정보 서비스로 탈바꿈 한 [야놀자]다. 서비스의 기본 시나리오는 회원 가입을 하고, 제휴업소를 방문하여 회원임을 인증하면 할인이나 연장 등 서비스를 받는 것이다. 이전에는 인증단계에서 신분증이나 회원번호 심지어 목소리 등 작은 신상이라도 노출해야 하는데 부담이 있었지만, 스마트 시대답게 앱 인증으로 부담은 약간 줄어들 수 있었다. 하지만 특유의 음지성 덕에 일말의 부끄러움은 사라지기 힘든 터였으리라. 그러다 올해 초 ’Re:Start'를 외치며  모텔뿐만 아니라 호텔, 게스트하우스, 여행, 데이트 코스 등 다방면으로 서비스를 확장하는 새로운 전략을 론칭 한 야놀자는 본격적으로 수면 위에 올라왔다. 덕분에 야놀자라는 이름이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어졌고, 최소한 폴더 구석에서는 꺼낼 수 있게 된 것이다. 아는 사람이야 배시시 웃겠지만, 모르던 사람에게는 당당할 수는 있을 그런.

늘 잘되는 집이 생기면 경쟁자들이 생기는 법. 이들은 야놀자가 ‘모텔'의 존재감을 줄일 때 오히려 강조하는 상반된 방향성을 보여주고 있다. 아마 후발주자로서 선도 서비스만큼의 콘텐츠 확보가 쉽지 않으니, 본질에 집중하겠단 것일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아울러 재기 발랄 마케팅을 과감하게 펼쳤으며, 결과적으로 현재 앱스토어 여행 카테고리 상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한다. 대신 노골적 광고들이 ‘민망하다’며 일부 언론에 좋은 먹잇감이 되기도 하지만.

8월 말 기준으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의 ‘여행 및 지역정보’ 카테고리 상위권을 살펴보면 [여기어때?], [야놀자], [여기야], [모가] 4개가 경쟁 중이다. 우선 가장 오래된 서비스는 10년을 넘긴 [야놀자]와 [모가]인데 야놀자는 언급한 대로 다양하게 확장을 해온 반면 모가는 하나에만 집중 해왔다. 한놈만 패 정신 이었던 듯 하지만, 현재를 보면 그다지 잘 패진 못한 것 같다. 다음 카페 시절엔 규모나 인지도에서 압도적이었으나 현재는 스토어 순위도 가장 뒤에 있고, ‘최대 제휴사’를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 것이 어딘지 안습한 기분이다. 그러면서 유독 야놀자 디스가 활발한 페이스북 페이지나, 영화 예고편 스타일로 풀어낸 광고 등 나름의 B급 정서를 추구하지만 어딘지 하나씩 센스가 부족한듯한 느낌은, 모 배달앱을 떠올리게 한다.

[여기어때?]는 가장 후발주자임에도 현재 1등이다. 개그맨 유병재와 치어리더 박기량을 모델로 내세운 공격적 마케팅의 대표적 케이스다. 소위 ‘무슨 약을 드셨길래 이런 생각을 하셨어요?’ 싶은 광고는 남자들의 늑대 심리를 노골적으로 풀어낸 덕에 인기가 높다. 운동으로 땀 흘린 여친의(심지어 그게 박기량) “씻고 싶다”는 한 마디에, 희번덕한 눈동자와 불타오르는 심장이라니. 물론 지나친 희화화나 그 노골성에 논쟁 소지는 있으나, 이 마저도 노이즈 마케팅이 된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여기야]는 다른 서비스에 비해 특별히 두드러지는 활동은 보이지 않는다. 페이스북 페이지가 있지만 어딘지 안타까운 센스에, 그나마 4월 이후론 업데이트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가보다 위에 있는 순위는 함정.

확실히 이들을 대하는 데 느껴지는 온도가 옛날과는 다르긴 하다. 욕망에 솔직해진 것인지 아니면 소위 발랑 까져가는 것 인진 잘 모르겠지만, 분명  오래전부터 많은 니즈가 존재해온 서비스 영역이라는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여러 부끄부끄 손들이 어딘가를 열심히 찾고 있을 거란 것도.

다음 편으로는 언급했던 서비스들의 앱을 비교해볼까 한다. 어떤 앱이 가장 괜찮은 사용성을 갖고 있는지 궁극적으로 덜 ‘부끄부끄’한 경험을 줄 수 있을지 등등. 모델이 박기량이든 오달수든, 제일 중요한 것은 가장 빠르고 정확하고도 명랑한 경험을 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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