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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흔디 Nov 16. 2015

'주옥같은리뷰'는 왜 브런치로 옮겼나

브런치 리뷰 - 작가편

'주옥같은리뷰'는 텀블러에 글을 쓰고 있었다. 근데 UX를 리뷰하는 블로그를 사용성이 불편한 플랫폼에서 계속 쓴다는 게 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쓸 때마다 어디서 뭘 어떻게 수정해야 하는지 서로 물어봤다.

* 모바일에서는 사진 어떻게 올려요?
* URL이 이상하게 나오는데 어떻게 바꿔요?
* 글 편집하니까 전에 올렸던 이미지가 깨지는데 왜 그런걸까요?
* 조회수는 어떻게 확인해요?

쓸 때마다 발견한 여러 불편사항 중 우리를 텀블러에서 브런치로 옮기게 만든 가장 큰 이유는 모바일로 글을 쓰기가 거의 불가능했던 점이다. 모바일로는 텍스트 중간에 이미지를 삽입할 수 없고 글 서식도 바꿀 수 없고 딱 텍스트 입력만 가능하다. 임시저장(draft)한 글을 다시 모바일로 불러오면 html 형식으로 나온다. 편집 하려는 의욕이 뚝 떨어진다.




텀블러는 트위터보다는 길게, 블로그보다는 간단하게 작성하기에 좋은 곳이다. 그래서 리치한 컨텐츠를 작성하던 우리의 방식과는 맞지 않았다.





9월에 브런치 리뷰를 올렸을때만 해도 브런치는 듣보잡 서비스였다. 브런치 작가가 됐다고 했을때 브런치가 뭐냐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그게 안타까워서 리뷰를 썼던거고. 근데 두 달 사이에 브런치의 인지도가 꽤 높아졌다. 이제 페이스북 타임라인에서 브런치 링크도 많이 보이고 버스 안에서 혹은 엘리베이터 안에서 브런치 앱을 보고 있는 사람들도 종종 보인다.


지난 브런치 리뷰는 독자의 입장에서 리뷰를 썼다면 이번에는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 리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딘가에 글 쓸 곳이 없다고 느낄때
브런치를 알게 됐다.


국내에서는 네이버가 블로그 시장에서 가장 큰 파이를 차지하지만 솔직히 매력은 없다. 너무 광고성의 블로거들이 많고 디자인도 구리고 몇년째 UX도 발전이 없다. 텀블러는 좀 테키한 사람들이 많이 써서 한때 좋긴 했는데 아까 언급했듯이 리치한 컨텐츠를 작성하기에는 불편하다. 그리고 유입이 너무 어렵다. 주옥같은리뷰를 텀블러에 쓰고 있을때 유입경로는 거의 페이스북이었다. 검색도 잘 안잡히고 들어올 구멍이 별로 없다. 미디엄은 간지 흐르는 플랫폼이지만 한국말로 쓰기에는 좀 뻘쭘하다. Top Stories에 올라갈 일도 없고. 어딘가 좀 섭섭한 느낌이다. 워드프레스는 블로그보다는 좀더 본격적인 느낌이라 부담스러웠다. 그 외의 블로그들은 언급조차 하고싶지 않다.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을 때쯤 브런치를 알게 되었고 신선한 느낌에 작가 신청까지 했다. 불안했었던 요소는 신규 서비스라는 점. 괜찮다 싶어 정착했다가 아무도 안오면 어쩌지, 혹은 서비스가 망하거나 한물 가서 사람들의 이용이 뜸해지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과 위험 부담을 안고 시작했다. (지금도 사실 불안하다.)





브런치에 글을 써보니 좋은 점들은



1. 예쁘다.

지난번 독자편 리뷰에서도 썼던 "예쁘다"는 장점은 글을 쓰는 작가의 입장에서도 매력 요소다. 새로 산 예쁜 노트에 글을 쓰는 기분이다. 별거 아닌 사진도 인스타그램 필터를 먹이면 그럴싸한 사진이 되듯이 그냥 끄적끄적 거린 글도 브런치에 쓰면 왠지 그럭저럭 멋져 보이는 느낌적인 느낌. 내 글이 잘 전시되어 있는 기분이 든다.



2. 가독성이 좋다.

예쁘기도 하지만 읽기에도 편하다. 가독성을 높일 수 있게 폰트의 종류, 사이즈, 굵기, 행간에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보인다. 서체는 본고딕이 기본값이고 다른 블로그나 뉴스 서비스보다 폰트가 약간 크고 굵기는 살짝 얇고 행간은 넓은 편이다. 그리고 컨텐츠에만 집중할 수 있게 장식적인 요소를 최소화했고 심지어 모바일에서는 스크롤하면 타이틀 영역도 숨기고 딱 글만 보인다.



3. 편집이 편하다. 모바일에서도.
출퇴근 길에 모바일로 글을 많이 쓰는 편인데 브런치에서는 모바일로 초안부터 퇴고까지 다 써도 불편함이 없다. 사진이나 동영상을 올리거나 텍스트에 서식을 주거나 이리저리 텍스트를 옮기는 일 등 모바일과 데스크탑에서 제공하는 기능이나 경험이 거의 유사하다.



4. 포털 메인을 탈 수도 있다.

이게 개인적으로는 가장 이색적인 경험이었다. 브런치에 처음 썼던 '야매스케치' 매거진은 6개의 게시물 중 3개가 다음 메인을 탔다. 특히 첫글은 다음 모바일/PC 버전 둘다 메인에 거의 24시간 정도 떠있었고 브런치 메인에도 소개되어 초기 브런치 성장에 엄청난 도움이 되었다. 글을 하나 밖에 안 썼는데 하루만에 18,000이 넘는 조회수와 500명이 넘는 구독자 수를 보며 한번도 받아본적 없는 큰 관심에 하루종일 얼떨떨했다.



글 쓰는 사람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혹은 경쟁자가 적은 편이라 운이 좋으면 브런치 메인이나 다음 메인 혹은 카카오톡 채널에 소개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쉽게 된다는건 아니지만 네이버 블로그 쓰면서 네이버 메인을 갈 수 있는 확률보다는 훨씬 높아 보인다. 멀지만 닿을 수 있는 거리 정도. 초기 진입자들에게 유리한거 같다.



5. 검색이 잘된다. (다음에서)

검색이 잘 잡혀서 사용자 유입에 유리한 편이다. '주옥같은리뷰'는 텀블러에서 작성할때 네이버든 다음이든 검색이 절대 안잡혔다. 블로그 유입 경로에서도 다음/네이버/구글은 없었다. 근데 브런치로 이동 후 몇일만에 다음으로 검색했더니 바로 검색이 잡힌다.


다음 모바일 기준으로 '주옥같은리뷰'라고 검색하면 나오는 첫 4개의 통합웹 컨텐츠 중 3개가 우리꺼다. (첫번째는 아닌게 좀 아쉽다.) 그리고 그보다 더 즐거운건 'UX'라고 검색했을때 통합웹 컨텐츠에서 우리꺼가 2개 나온다는 점! 몇일 사이 유입 키워드 중에서도 UX가 몇개 있다.


좌측은 m.daum.net에서 '주옥같은리뷰'로 검색 / 우측은 'ux'로 검색 (2015.11.16 기준)






브런치에 쓰다 보니 아쉬웠던 점들은



1. 통계 데이터가 좀 허술하다.

좀 더 자세했으면 좋겠다. 이 부분이 글 쓰는 재미인데. 성취감도 주고 어떻게 쓰면 더 많은 사람들이 볼지 전략(?)을 짜기도 하는 곳인데 너무 간단한 정보들만 있다. 그나마도 모바일로 보면 기타 유입에 대한 경로도 없다.

메인 탄 날은 '기타'가 갑자기 폭증한다


페이스북 페이지의 통계 분석 데이터 'Insight'는 좋아요한 사람들의 성별, 나이대, 접속한 도시 등 사람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제공하고 Google Analytics는 접속한 기기(아이폰, 갤럭시, 데스크탑..), 페이지에서 머문 시간 등의 미시적인 정보까지 제공한다. 어떤 사람들이 들어오고 어떤 행동(behavior)을 하고 가는지 분석하다 보면 어떤 글이 '먹히는지' 파악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2. 브런치에는 '좋아요'가 없다.

'좋아요'를 넣지 않은 데에는 브런치의 전략적인 계산...이 있었다고 믿고 싶다. 지금 브런치는 독자들이 파악할 수 있는 각 글의 인기도는 댓글 수, 공유 수로만 알 수 있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보면(작가 정보 클릭) 작가/매거진 구독자 수까지 볼 수 있다.


그러나 댓글이나 공유는 적극적인 반응이다. 글을 읽고 '좋다'라고 느끼는 것과 '댓글'을 남기거나 '공유'를 하는 행위 사이에는 꽤 높은 장벽이 있다.


이 글 봤다 = 조회
이 글 다시 보고 싶다 = 라이킷
-
이 글을 남들도 봤으면 좋겠다 = 공유
이 글에 할 말 있다 = 댓글
-
이 작가/매거진의 다음 쓸 글이 궁금하다 = 구독


조회하기나 라이킷(북마크)은 장벽이 낮다. 누구나 쉽게 부담없이 조회를 하고 라이킷을 할 수 있지만 그 조회수나 라이킷 수는 독자들이 볼 수 없다. 반면 장벽이 높은 공유나 댓글은 독자들이 그 수를 볼 수 있다.


브런치에서 정의하는 인기 글은 공유가 많이 되고 댓글이 많이 달리는 글이라는 얘기다. 브런치 앱 내에서는 에디터가 선정한 큐레이션된 컨텐츠 외에 '브런치 소셜 핫이슈' 즉 공유가 많이 된 글을 따로 한페이지 상시로 소개해준다.


이게 전략적인 계산이기를 바라는 이유는 이런 장벽으로 인해 상대적으로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적은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작가 입장에서는 조회수가 많아도 피드백이 없으면 잘 쓴건가 마음에 든건가 궁금하다.



3. 안정성이 취약하다.

글 쓰다가 날려먹은 적도 많고 이미지 올리다가 뻗은 적도 많다. 그때마다 욕이 한 바가지씩 나온다. 그렇지만 이건 공 들이고 시간을 들이면 괜찮아질 부분이다. (공 들이고 있는 중 맞겠지? 안보이는 부분이라고 우선순위 밀린건 아니겠지?) 글 서식 바꾸고 나면 특히 많이 튕긴다. 고쳐주시길..



4. 불릿 포인트(bullet point)가 없다.

이건 좀 사소하고 개인적인 불편함이지만 불릿 포인트가 없는건 글쓸때 너무 불편하다!! 글이 못나보인다.



같은 글을 텀블러에서 썼을 때(좌측)와 브런치에서 썼을 때(우측) 비교






이병률 작가가 브런치에 글을 쓰고 있다. 그 섭외력에 무릎을 탁 쳤다. 네이버가 이효리를 섭외할때 브런치는 이병률을 섭외하는구나, 포지셔닝에서 확실한 차이를 보이네, 라고 친구가 얘기했다. 좋은 비교라 인용.


카카오 입장에서는 플레인 같은 가볍고 단편적인 글들 외에 브런치처럼 길고 읽을만한 컨텐츠 플랫폼이 함께 받쳐주는게 라인업이 풍성해보이지 않을까.


브런치의 사용자가 독자와 작가 모두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 아직 폭발적으로 늘어난 느낌은 아니지만 이 증가가 계속 갈지 한순간 끊길지는 잘 모르겠다. 그래도 한동안은 잘 되지 않을까. 잘 됐으면 좋겠다.







아까 위에 쓴거 기억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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