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이 시간 관리하는 법 ⓪
시간 가계부: 24시간을 기록하다.
아무것도 하기 싫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 태어나서 서른 번째 해를 맞이한 올해 초 2월쯤의 내 상태였다. 원인을 알 수 없는 권태로움엔 이제 혐오감마저 느끼고 있었다. 짐작건대 그 몸짓에 혐오감을 느낀 것은 나도 모르는 원인에 이름조차 붙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은 자아실현의 단계에 도달했는가?
우선 나는 그 원인을 메슬로우의 욕구 이론에서 찾아보고자 했다. 아래서부터 하나씩 지워나가자 메슬로우가 주장하는 인간의 욕구 최상단에는 있는 자아실현의 욕구가 눈에 들어왔다.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다행히 나는 끼니는 때우고 생계를 유지하고는 있구나. 안도했다. 그렇다면 나의 자아실현의 꿈은 "달"에 가까운가 "6펜스" 짜리 동전에 가까운가.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끼니와 꿈의 간극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중요한 건, 내가 무언가에 몰두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Photo by Edvard Alexander Rølvaag on Unsplash인생은 성장이다.
그러면 나는 왜 몰두하지 못하고 있을까? 학생 때는 비교적 명확한 목표가 있었다. 좋은 성적을 받아오면 부모님이 칭찬해준다. 장학금을 준다. 나는 기분이 좋아진다. 원하는 직장에 취직한다. 인생에 대단한 걸 이룬 거 같다. 하지만 직장인이 되니까 누가 나를 컨트롤해주지 않았다. 돈 나올 구멍은 있고, 그 한도 내에서 내가 갖고 싶은 걸 사고, 먹고 싶은 걸 먹었다. 별문제 없이 보였지만 내 마음은 불만족스러웠다. 성장이 없었다. 나에게 인생은 성장이다. 성장이 없으면 죽은 거나 마찬가지였다.
시간은 금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몰입을 할 수 있을까? 나이키의 창업자 필 나이트의 자서전 <슈 독>의 서문에서 한 가지 힌트를 얻었다.
나는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생각보다 짧고, 한정된 시간을 의미 있게 보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꼈다. 그 시간을 목표를 가지고 창의적으로 써야 한다. 무엇보다 남들과는 다르게 써야 한다.
Phil Knight, <Shoe Dog>
Photo by Lala Azizli on Unsplash그렇다. 문제는 시간이었다. 나는 지금 시간을 어떻게 보내고 있지? 문득 내 24시간이 궁금했다. 그래 시간은 금이야. 근데 나는 시간을 금처럼 쓰고 있는가. 전혀 아니었다. 나에게 주어진 금이 어떻게 들어가고, 어떻게 나가며, 어떻게 낭비되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나의 24시간을 기록해야겠다고 느낀 순간이었다. 시간이 금이라면 시간 가계부를 적어서 관리할 수 있지 않을까. 적어도 내가 어떻게 시간을 보내려고 있는지 정확한 숫자를 알고 싶었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나는 줄곧 숫자를 보고 살아왔다. 숫자는 새로운 프로젝트의 목표이고, 내가 진행한 프로젝트의 결과이자, 다음 프로젝트의 의사결정을 내리는 수단이다. 감정적인 부분이 관여하려고 할 때 철저히 그것을 배제해주는 거짓말 하지 않는 도구이다. 이제는 내 인생에 숫자를 계산해 볼 때이다. 나라는 프로젝트는 잘 진행이 되고 있는가. 잘하고 싶었고,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었고, 후회하지 않는 삶을 살고 싶었다. 하지만 늘 숫자를 다루는 나조차도 오히려 내 삶을 정당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때로는 이것은 나의 기억을 조작하기도 하여 좋은 방향으로 결론이 난 것처럼 위장해 나 자신을 보호했다. 하지만 이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 숫자라는 잣대를 내게 주어진 시간에 댈 시점이었다.
Photo by Nick Hillier on Unsplash핵심은 기록이다.
시간을 가계부 쓰듯이 기록해보자. 핵심은 기록이다. 계획이 아니다. 그리고 기록을 일주일에 한 번 되돌아보자. 일주일을 반성하는 동안에도 여전히 계획을 하진 않지만, 기록 방법을 계속 바꾸어 개선해 보자. 프로젝트를 계획하듯이. 그리고 나에게 맞는 최적의 시간 가계부 측정 방법을 찾아보자.
평생 가져갈 좋은 습관
시간 가계부를 2022년 2월에 첫 시작을 했고, 2022년 6월에 중단했다. 기록방식을 5번을 바꿨고 몸무게는 5kg 감량했다. 일주일 동안 낭비하는 시간은 5시간에 불과하고, 미래에 투자하는 시간은 40시간을 넘어간다. 나는 이제 평생을 가져갈 좋은 습관들을 몇 개 터득했고, 지금은 몰입의 즐거움에 빠져 더 이상 시간 가계부가 필요 없게 되었다. 자아실현에 매일 한 발 더 가까이 가고 있다. 여기서 그 여정을 시간 가계부 측정 방법론을 중심으로 단계별로 공유하고자 한다.
마지막 두 달 간의 사간 가계부 기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