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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잇 Jul 14. 2022

PM이 시간 관리하는 법 ①

시간 가계부: 기록해야 한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기록해야 한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본격적으로 나의 시간 가계부를 만들기에 앞서 베이스라인을 잡기로 했다. 과연 지금 내 몸에 밴 시간 관리 상태는 어떨까. 최대한 시간을 측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하지 말고 기록에만 집중하자. 이걸 위해서 특별히 계획을 세울 필요도 없다. 다만 하나의 행동이 끝나면 그 행동을 몇 시부터 몇 시까지 했는지만 기록하자. 이걸 자주 까먹을 테니 기록해야 한다는 사실만 기억하자. 주중 5일간 기록하고 그 결과를 주말에 점검하기로 했다. 그러면 어떻게 기록을 할 것인가 라는 질문이 자연스레 생긴다. 나는 시간을 기록하는 데에는 개발자의 접근을 하게 되었고, 기록하여 통계를 내는 데에는 PM의 접근을 사용하였다.


개발자의 접근법 - 도구를 찾아라.


개발자는 평소에 어떻게 사고를 할까? 꽤 오랜 기간 개발자로서 삶을 살아온 나의 경험으로는 개발자는 대게 비효율적인 걸 극도로 혐오하고, 내 인생을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만들어 줄 도구를 늘 찾는다. 사실 새로운 도구를 사용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피곤한 일이다. 그 도구를 찾는 시간, 그 도구를 익히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 등을 포함하면 꽤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작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개발자에게는 이런 종류의 시간은 "단 한 번" 투자하는 초기 비용에 불과하고, 중요한 건 그다음 "여러 번" 반복되는 작업의 비용이다. 


게임용 젓가락에 대해서 들어본 적이 있는가? 말 그대로 컴퓨터를 하면서 무언가를 먹을 때 사용하는 젓가락이다. 누군가는 저런 걸 돈 아깝게 왜 구입하냐고 하겠지만, 대다수의 개발자들은 구입 비용 대비 과자를 집을 때마다 매번 손을 털고 키보드를 청소하는 비용이 더 "비싸다"라고 생각하고 게임용 젓가락의 가성비를 극찬했다. 게임용 젓가락에 대한 찬사는 지극히 개발자다운 발상의 예시라고 할 수 있겠다.

게임용 젓가락

이런 관점에서 시간 기록에 툴을 찾는 행위를 생각해보자. 만약 시간을 기록하는 한 번의 행동에 대해서 노트에 손으로 적는 것이 10초가 걸리고, 도구를 사용해서 적는 것이 9초가 걸린다고 한다면, 한 행동을 기록할 때마다 1초씩 아낄 수 있다. 아주 많이 기록한다면 결국에는 도구를 사용하는 것이 훨씬 더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개발자의 접근법이다. 그리고 이러한 사고법은 아이러니하게 계속해서 그 툴을 사용하게 되는 동력이 된다. 이렇게 개발자적 접근을 해서 쓸만한 도구를 조사해봤고, 이 글에서는 Toggl Track과 Cron이라는 툴에 대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Toggl Track 

Toggl Track 은 프리랜서를 대상으로 그들의 업무시간을 기록해주는 툴이다. 크게 Dashboard, Reports, Insights라는 기능이 있어서, 캘린더처럼 업무 시간을 기록할 수도 있고, 시각적으로 리포트 형식으로 통계를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간단한 insight 도 얻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무료로도 꽤 많은 기능을 사용해 볼 수 있었기 때문에 꽤 매력적인 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모바일이 아닌 웹에 최적화되어있었기 때문에 나에게 적합한 툴은 아니었다. 마음에 쏙 드는 앱이 없어서 개인적으로는 직접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Toggl Track 사용 화면 (출처:https://www.producthunt.com/products/toggl)

Cron

Cron이라는 툴은 사실 시간 가계부와 큰 관련이 없지만, 이번에 시간 관리 도구를 찾아보다가 알게 되어 지금까지 계속 사용하는 툴이 되었다. 기본적으로 여러 캘린더를 하나로 통합하여 보여주는 도구라고 생각하면 된다. 구글 캘린더, 애플 캘린더 등에 흩어져 있던 내 스케줄을 한 군데로 모아서 시간 관리를 더 잘하도록 만들어준 도구이며, 최근에는 Notion에 인수되어 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시간 기록과는 거리가 있지만 시간 관리에는 확실히 도움이 많이 된다. 이 도구에 대해선 다른 포스트에서 자세히 알아보도록 하자.

cron 사용 화면 (출처: https://www.producthunt.com/products/cron)


구글 캘린더 그리고 추가적인 도구들

시간 기록을 위해 여러 가지 툴을 조사해보았지만 조금 번거로워도 구글 캘린더가 제일 적합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새로 학습할 필요가 없어서 추가적인 시간을 투자할 필요가 없었고, 무엇보다도 아직은 모바일 경험이 다른 캘린더에 비해 월등히 좋다고 느꼈다. 한 가지 행동이 끝날 때마다 기록해야 했기 때문에 나에게는 모바일 경험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다.

구글 캘린더에 기록

시간 측정에 대한 도구 결정은 여기까지이고, 개인적으로 더 측정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추가할 수 있다. 나는 마침 코로나 시작과 함께 구입해 놓은 먼지 쌓인 InBody 기계를 꺼내 InBody 점수를 매일 기록하기로 했다. 단순히 몸무게를 매일 측정해도 좋고, 수면시간을 추적해주는 기기를 사용해도 좋고, 운동 기록을 측정하고 싶은 분들은 운동 수행 능력도 숫자로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렇게 개발자적 접근으로 나의 시간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을 숫자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PM의 접근법 - 애자일(Agile) 하게 하자.


Product Manager 가 제품을 관리할 때에 애자일(Agile) 하게 관리하는 방법론은 이제 IT 업계에서 표준이 되었다. 과거의 흔히 Waterfall 방식이라고 알려진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은 기획자가 200장이 넘는 문서로 디테일하게 기획을 하고, 개발자가 기획 문서에 맞게 그대로 동작하도록 개발하는 방식이었다. Waterfall 방식의 문제는 제품을 배포하는데 주기가 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제품에 대한 고객의 피드백이 제품에 바로바로 반영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이 있다.

Waterfall 개발 방식 (출처: https://www.atlassian.com/agile/project-management/project-management-intro)

반면에, 애자일 하게 소프트웨어를 개발한다는 것은 개발 주기를 짧게 여러 번 가져간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빠르게 기획하고 개발하여 1차 배포를 하고, 다음 주기에는 1차 배포의 피드백을 반영하여 다시 빠르게 개발하여 2차 배포를 한다. 한 번에 완전한 제품으로 배포를 하는 방식이 아니라, 애자일 방식은 짧은 개발 주기와 고객의 목소리를 충분히 반영한 여러 번의 배포로 서서히 제품을 발전시켜 나가는 방식을 말한다. 나는 시간 측정방식을 애자일 하게 진행하려 한다. 그 방식이 완전하지 않더라도 일단 측정을 시작해서 측정주기를 2주 정도로 짧게 가져가고, 스스로 피드백을 하여 그다음 측정주기에 반영할 것이다. 

Agile 개발 방식 (출처: https://www.atlassian.com/agile/project-management/project-management-intro)


추가적으로 PM이 자주 사용하는 화이트보드를 통계의 도구로 사용하고자 한다. PM은 업무를 할 때 많은 주체들을 상대한다. 특히 IT 기업의 PM 은 개발자, UX 디자이너, 프로젝트 매니저, Growth 매니저, Account Executive 등 다양한 동료들과 조율하여 일한다. 이 복잡한 이해관계를 풀어내기 위해서는 전체적인 그림을 봐야 하는데 화이트보드가 제격이다. 화이트보드에 모든 사안을 나열하고 정리하다 보면 큰 그림을 보는 것뿐만 아니라 그 속에 숨겨진 새로운 인사이트를 찾도록 도와준다. 화이트보드에는 생각을 쓰는 것이 아니다. 쓰기 때문에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즉, 화이트보드에 적는 행위 자체가 다른 사고로 이어지게 만드는 힘이 있다는 뜻이다. Write to think. 이것은 Chicago University에 Larry McEnerney 교수님의 강의에서 깨달은 것이었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해서 큰 깨달음을 준 강의라 꼭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Write to think.

화이트보드에 기록한 phase 1

최종적으로 나는 주중에 구글 캘린더 기록한 결과를 주말에는 화이트보드에 합산하여 정리하기로 했고, 가장 위쪽에 Write to think라고 적어두었다. 처음으로 시도해본 측정법은 당연히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이 베이스라인에서 시작해서 애자일 하게 화이트보드에 적힌 숫자들을 바탕으로 스스로 피드백을 만들어서 그다음 측정주기에 반영을 할 것이다. 그렇게 점점 나의 시간을 최적화할 인사이트를 찾고, 더 나은 측정법으로 업데이트를 하려고 한다. 애자일 하게


기록에 삶이 잠식당하지 말자.


이렇게 내 현재 상태를 측정하는 phase 1 단계를 2주 동안 실시했고 주말에는 별도로 시간 측정하지 않았다. 주말에 측정하지 않은 이유는 첫째로 주중에 업무에 몰두하지 못한 점이 내가 바로잡고 싶은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로는 이 측정이 주말까지 이어지면서 기록한다는 것에 내 생활 자체가 잠식당하게 두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Phase 1 기록 결과를 통계 내어 보니 업무, 준비&이동, 운동, 쿨다운, 프로젝트&독서 5가지 카테고리로 크게 나눌 수 있었다. 특별히 잠자는 시간을 따로 기록하지는 않고, 이 5가지 카테고리 일들의 합을 알면 자는 시간을 추론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서 기록하지는 않았다. 숫자를 카테고리별로 분류해놓고 보니 준비&이동의 시간을 줄이고 싶었고, 운동의 시간은 늘리고 싶었으며, 쿨다운의 시간은 줄이고 싶었고, 프로젝트&독서의 시간은 늘리고 싶었다. 


여기서 두 가지를 고쳐서 다음 phase 2에 반영하려고 한다. 하나는 잠자는 시간까지 기록하는 것이다. 물론 phase 1에서도 잠자는 시간을 계산해서 구할 수는 있지만, 잠자는 절대적인 시간을 눈에 보이게 기록해서 그다음에 필요한 정보들을 뽑아내는 방향으로 발전시키고 싶었다. 두 번째는 좀 더 카테고리를 세부적으로 나눠서 측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준비&이동이라는 카테고리에서 준비시간을 더 줄이기 위해서 드는 노력이 다를 테고, 이동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하는 노력이 달라지겠다고 생각했다. 크게 이런 두 가지 점을 보완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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