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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로잇 Jul 21. 2022

PM이 시간 관리하는 법 ②

시간 가계부: 목표가 있어야 만족감도 있다.

기록만 하는 마지막 단계: Phase 2

한 번에 하나씩.

시간 가계부 Phase 1 에서는 시간 측정 이전에 많은 가정들을 넣었다. 결과적으로 이 가정들은 혼란만 가증시켰다. 예를 들면 출근 준비하는 시간과 이동하는 시간은 묶어서 "준비&이동"이라는 카테고리로 묶었고, 잠자는 시간은 따로 측정 안 하고 필요하면 계산해내자고 가정했다. 하지만 이런 비약들로 더럽혀진 데이터는 보기에 불편했다. 특히, 데이터를 보고 한눈에 트렌드가 보여야 하는 게 중요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직관적으로 인사이트가 보이지 않는다면 화이트보드를 쓰는 효과가 없었다. 그래서 시간 가계부 phase 2 에서는 모든 24시간 데이터를 그대로 나열하기로 했다. 따로 정제하지 않은 raw data를 두고 카테고리별 시간을 보니 훨씬 더 트렌드가 눈에 잘 들어왔다.

2주간 진행한 phase 2


목표가 있어야 만족감도 있다.

역시 목표가 필요했다. 첫 몇 주간 기록해 놓은 것들을 바탕으로 각 항목별로 목표 시간을 정해서 파란색 숫자로 써두었다. 어떤 항목은 시간을 줄이고 싶었고, 어떤 항목은 시간을 늘리고 싶었다. 예컨대 출근 준비 시간(prep)과 이동하는데 소모되는 시간(traffic) 은 최소화하고 싶었고, 운동하는 시간(workout)과 사이드 프로젝트 시간(side project) 은 최대화하고 싶었다. 그래서 항목별로 목표보다 잘 해낸 거에는 파란색 화살표로, 못 한 거에는 빨간색 화살표로 표시하여 단순하게 다음 주에는 파란색이 많이 나오도록 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 준비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가방이나 옷을 전날에 준비해두고, 아침에는 고민 없이 빠르게 출근 준비를 마쳤다. 출퇴근 시간을 줄이기 위해 아침에는 일찍 일어났고, 퇴근하고서는 회사 근처 헬스장에서 운동하거나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다가 퇴근 시간을 피해 집에 늦게 들어갔다. 목표가 있어야 만족감도 있다.


시간을 정규화한다.

끝으로 주말, 공휴일을 제외하고 주중에만 시간을 측정하다 보니 매주 시간 관리 측정일 수가 다르다는 문제점이 있었다. 2월 넷째 주 주중에는 휴일에 없이 5일 출근해서 5일을 기록했다. 하지만 3월 첫째 주에는 주중에 공휴일이 있어서 4일만 측정하였다. 모든 시간을 그저 더해서 기록하다 보니, 1주일에 동안 사용한 시간의 합에 대해 단순히 숫자의 절대적인 크기만으로 비교하기 힘들었다. 그래서 시간을 측정일 수로 나눈 평균값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하니 목표 시간이 하나로 정규화되어 목표 시간과 실제 시간을 비교하기 훨씬 수월해졌다.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자: Phase 3

어떻게 습관을 지속할 것인가.

한 달간 시간 기록을 해보니 이걸 어떻게 지속할 것인가가 관건이었다. 습관화해야 한다. 나는 습관에 대한 베스트셀러인 Atomic Habits을 참고하기로 했다. 제임스 클리어는 습관을 어떻게 지속할 것인지에 대한 블로그를 써서 큰 인기를 얻었고 그 노하우를 Atomic Habits라는 책에 담아냈다. Atomic Habits에서 습관을 지속하기 위한 네 가지 법칙을 말한다. 습관은 분명하고, 매력적이어야 하며, 쉬워야 하고, 만족스러워야 지속 가능하다.

Photo by Lala Azizli on Unsplash


분명하게 만들어라.

습관을 지속하기 위한 첫 번째 방법으로 습관을 분명하게 만들었다. 다시 말해 실행 의도를 분명히 하여 그것을 습관 지속의 원동력으로 이용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카테고리의 상위 개념인 테마(Theme)를 정하기로 했다. 테마는 이 행동을 해야 하는 이유를 명시하는 작업이었다. 테마를 Routine, In-shape, Investing 으로 구분했다. Routine 은 현재를 살아가는 시간이고, In-shape 은 미래를 위해 체력을 만드는 시간이며, 이를 통해 Investing 시간 즉, 미래에 투자하는 시간이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 그리고 미리 선정해둔 카테고리를 각 테마에 맞게 분류했다.


3월 한 달간 진행한 phase 3


매력적으로 만들어라.

제임스 클리어는 Atomic Habits에서 습관을 지속하기 위한 두 번째 방법으로 유혹 묶기를 이용하라고 한다. 유혹 묶기는 "하고 싶은 행동"을 "해야 하는 행동"과 짝짓는 것이다.

하고 싶은 행동을 해야 하는 행동과 짝지어라.

이를테면, 나에게 해야 하는 행동은 일찍 일어나는 것이었고, 하고 싶은 행동은 맛있는 아침을 먹는 것이다. 침대에 누울 때면 늘 휴대폰으로 유튜브 영상을 보고 싶은 충동이 느껴졌었다. 이 충동을 참는 것은 내일 맛있는 아침을 먹겠다는 행동이었고, 이것은 내가 다음날 일찍 일어나게 만들었다. 나는 제시간에 일어나서 맛있는 아침을 먹었고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었다. 

맛있는 아침을 먹자는 생각으로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났다.

유혹 묶기가 비교적 잘 통하는 것 같아서 하나 더 적용하기로 했다. 이번에는 해야 할 행동이 운동이었고, 하고 싶은 행동은 새로 산 운동복과 러닝화를 신고 나가는 것이었다. 운동복을 내 방안에 눈에 띄는 곳에 두고, 러닝화를 늘 신발장에 꺼내놓아 퇴근 후에 억지로라도 밖에 나가게 만들었고, 결국 나는 운동시간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었다.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될 때 더 동기가 생긴다. 각 카테고리의 목표가 달성될 때마다 작은 성공을 맛봤고, 더 잘 해내고 싶은 욕구를 만들어냈다.

Photo by Shubham Dhage on Unsplash


하기 쉽게 만들어라.

다음으로 습관을 하기 쉽게 만들어야 했다. 나는 시간을 기록하는 행동 자체를 단순하게 만들었다. 결과에 따른 분석은 디테일하게 했지만 시간 기록 자체는 10초 이내에 끝나도록 만들었다. 단순해야 반복할 수 있다. 단순하게 기록해야 한다는 단 하나의 사실만 지속적으로 떠올렸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아끼기 위해 Google Calendar 앱의 위치를 Apple Home의 dock 오른쪽 아래에 배치하여 클릭하기 쉽게 만들었다. 그리고 매일 반복되는 카테고리를 미리 정해놓아서 궁극적으로 한 카테고리를 기록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10초 안으로 끝내도록 했다

Google Calendar 앱은 내 오른속 엄지로 바로 누를수 있는 위치에 배치했다.

주말에 실시하는 분석도 조금이라도 쉽게 만들고 싶었다. 그전에는 화살표 방향으로 목표 시간보다 잘했는지 못했는지를 평가했는데, 한눈에 분석하기 쉽도록 색과 모양을 더 적극적으로 사용하게 되었다. 각 카테고리를 평가하여 잘했으면 파란색 동그라미, 못했으면 빨간색 세모로 표시했다. 그리고 동그라미와 세모의 개수를 세어 그 주에 해당하는 평가를 "Best, Better, Good, Bad, Worse, Worst" 중 한 단어로 요약하여 표기하였다.


만족스럽게 만들어라.

제임스 클리어의 마지막 충고는 습관 추적을 계속하고 흐름을 깨뜨리지 말라는 것이었다. 나로서는 화이트보드에 시간을 기록하고 눈에 잘 띄는 방에 두는 게 유효했다. 단순히 꽉 차 있는 숫자들만 봐도 만족감을 준다. 동그라미, 세모는 더 잘 해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중요한 건 두 번 이상 거르지 말아야 한다. 한 번 걸렀을 때 즉시 궤도로 돌아가야만 한다. 시간 기록이 1분 1초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가령 피곤할 때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한 시간을 기록하는 것을 잊어버릴 수도 있다. 이때 필요한 건 놓쳤다고 생각했을 때 바로 다시 기록하는 것이다. 두 번 놓치게 되면, 연쇄적으로 실패하게 된다. 그래서 가급적 빨리 궤도에서 이탈한 나를 궤도 위에 놓으려고 노력했다.

Photo by Andrew Petrov on Unsplash

습관의 정착

2022년 2월과 3월 두 달간의 시간 기록과 분석으로 어느 정도 시간 기록이 습관화되었다. 그리고 내 일상생활은 보다 더 규칙적이 되었고 목표한 시간에 점점 더 다가갔다. 작은 만족감이 모여 점점 더 큰 성취감을 느꼈다. 느리지만 자아실현에 매일 한 발짝 다가서는 게 눈에 보였다. 다소 어수선하게 정리되었던 phase 1, 2, 3는 phase 4, 5 가 되면서 좀 더 체계적이 되었다. 이전 방법을 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phase 4, 5의 방식이 나에게 맞지 않았을 수도 있고 어쩌면 생각해내지 못할 수도 있었다. 다음 글에서 phase 4, 5를 소개하고 시간 가계부 시리즈를 마치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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