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겨울 어느 날,
저녁 여섯 시가 조금 지난 시간.
이미 땅거미가 내려앉아 있었다.
친구들과 놀다 헤어지려는데,
같은 방향으로 가던
한 남자친구가 어두우니
다리 있는 곳까지 같이 가준다고 했다.
그러곤, 몇 발짝 가지도 않아
너무 어두워서 귀신 나올 것 같다며
되돌아가버렸다.
가로등 하나 없는,
산으로 둘러싸인 어둠의 길.
나는 혼자 터덜터덜 걸어갔다.
내 발끝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
한줄기 빛조차 없는
내 인생 같았다.
하지만 나는 걸어가야 했다.
나의 집은 저기,
보이지 않는 어둠 속에 있었고,
상상의 귀신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현실이,
내 앞의 현실이 더 무서웠다.
왜 늦게 왔냐며 나를 괴롭힐 언니.
집으로 가고 싶지 않았다.
나의 집엔
편치 않은 것 투성이었다.
누군가 나를 시험대에 올려놓은 걸까..
여긴 그 시험대,
그 작고 어두운 상자 안일 뿐일까.
그 흔한 가로등 불빛 하나 없는, 어둠의 길.
이 작은 아이는
이 짙은 어둠 속에서
길을 잃지 않고
나아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