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귀결.

이것이 시작이었다.

by 류온


아빠에게 자식은 어떤 존재였을까.

아빠 삶에 어쩌다 생긴,

먹여 살려야 하는 귀찮고 성가신 존재였을까.


아빠는 평소에도 화가 나 있었고,

하는 행동마다 짜증이 깃들어 있었다.


엄마는 새벽 다섯 시쯤 식당에 일을 나갔고,

아침에 우리를 깨우는 건 아빠였다.


아빠는 나와 오빠를 곱게 깨우지 않았다.

짜증 섞인 목소리로 버럭버럭 소리를 지르고,

일어나지 않으면 문을 쾅쾅! 박차고 들어와

온갖 짜증과 화를 괴성으로 쏟아냈다.


자식이 한 번에 일어나지 않는 게,

저리도 폭발할 일인가.


분노에 찬 그 괴성을 들으며 맞이하던,

나의 아침.

한없이 위축되어, 쪼그라든 마음으로 눈을 뜨면

같은 방, 같은 풍경.

오늘도 이곳에서 눈을 떠야 한다는 게

숨 막혔다.

내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내일은, 눈뜨지 않았으면 좋겠다.


짜증은 돌고 도는 돌림병. 전염병.


나의 아침세포들도 잔뜩 찌푸린 표정으로 나를 깨웠고,

새벽에 일 나간 엄마 대신,

나는 아침마다 나와 오빠의 도시락을 싸야 했다.


소시지를 굽고, 밥을 퍽퍽 퍼 넣는 손길에서부터,

단추도 다 채우지 못한 교복에,

가방을 아무렇게나 들쳐메고,

신발을 대충 구겨 신고 나가

아빠를 부를 때까지.

내 안의 짜증세포들은 격하게 싸우고 있었다.


대답이 없는 아빠를,

참았던 짜증을 터트리듯, 목청껏 더 크게 불러댔다.

짜증세포들, 돌격!


내가 아빠에게서 받은 것보다

더 거칠고, 더 많은 짜증으로 되돌려주려는 듯.


그렇게 주고받은 짜증은

내 안에 쌓이고 쌓여,

불안정한 정서와 분노로 자라났다.


사랑, 존중 따윈 없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내가 가장 싫어하는 아빠의 모습.

그 모습을 똑 닮은 내가 되어갔다.


우리 형제는 모두가 그러했다.

대물림된 모양만 조금씩 다를 뿐,

본질은 똑같았다.

어쩌면, 아빠보다 더 심해졌는지도 모른다.



아빠는 우리에게 무엇을 가르치고,

무엇을 물려주려 했던 걸까.

가난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던 걸까?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자식들을 동원해 일손에 보태고,

자식들의 미래 따위, 감정 따위, 인격 따위는 안중에도 없었던 걸까.


감정조절 못하는 아빠.

돈돈거리는 물질주의 아빠.

그 아래 자라난 자식 셋.


마흔이 넘은 내가 직면하며 깨달은 것.

언니도, 오빠도, 나도.

결국 아빠로 귀결된다.


하지만,

아빠는 우리 셋을 바라보기만 할 뿐.

입을 꾹 다문 채,

그저 그곳에 서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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