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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래블 Jun 15. 2019

3. 루르드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점인 생장으로

'내가 여기 왜 왔지?!' 젠장, 산티아고 순례기





아침부터 벌써 젠장

 


아침에 일어났다.

화장실에 너무 가고 싶은데 화장실이 객실 밖에 있는 호텔이었다. 침대에 누워 갈까 말까 한참 고민하다가 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화장실이 밖에 있든, 안에 있든 가고 싶으면 그냥 얼른 갔다 오면 됐을 것을 그때는 사소한 것도 혼자 되게 고민하고 힘들어했다.


루르드에서 내가 머물렀던 방 


그렇게 일어나 침대 정리를 하는데 내 침대에서 베드버그를 봤다!

으악!!! 이게 베드버그구나!

처음 봤지만 직감적으로 이놈이 베드버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잡을까 말까 하다가 휴지로 잡았다. 근데 휴지에 빨간 피가 엄청 묻어났다. 모기 잡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피가 묻어났다. 헉뚜 ~~ 시작부터 멘붕이다. 내 옷을 샅샅이 뒤졌으나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몸도 간지럽지 않아서 그냥 출발했다. 어제 루르드에서 성수도 마셨으니 성모님이 지켜주셨을 거라 생각하며 그냥 말았다. (루르드는 성수가 유명한 가톨릭 성지다. 성수를 마시거나 성수로 몸을 씻은 사람들 중에 기적적으로 몸이 치유된 사례가 많다.) 살짝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지만 그냥 기분 탓이려니 했다.




산티아고 순례길의 출발점, 생장 가기 



오늘은 루르드에서 산티아고 순례길의 시작점인 생장(St. jean pied de port)으로 가는 날이다. 생장까지는 기차를 타고 가면 된다. 티켓은 어제 샀다. (ㅋㅋ 진짜 여행 준비 1도 안 하고 일단 비행기부터 탔음.) 기차 티켓 사는 것은 어렵지 않다. 프랑스 기차 어플(OUI.sncf)이 있는데 이걸 이용하면 된다. 원하는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고, 카드 정보만 넣으니 끝. 세상 참 편리하다. 티켓도 따로 출력할 필요 없이 어플 화면을 보여주면 된다. 티켓 검사는 우리나라처럼 기차 탈 때가 아니라 이동 중에 역무원이 기차 안에서 한다.  



루르드 기차 플랫폼


루르드에서 생장으로 가려면 기차를 타고 2번이나 경유해서 가야 한다. 한국에서는 내가 잘 갈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엄청 잘 간다. 생각보다 내가 여행 고수인 건지, 아님 세계가 글로벌화되면서 시스템이 비슷해져서 그런 건지 잘 모르겠다.


루르드에서 혼자 생장으로 가는 길



암툰, 생장으로 가는데 내 옆자리에 동양인 여자분이 앉아 있었다. 한국인인가 했는데 중국사람이었다. 나한테 먼저 말을 걸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홍콩 근처에 살아서 그런지 영어를 아주 잘하셨다. 알고 보니 남자친구도 캐나다 사람이라고 했다. 이분도 산티아고까지 갈 거라고 했다. 근데 특이한 것이 생장에서부터 걸 가는 게 아니라 기차를 타고 간다고 했다. 기차를 타고 산티아고 순례길의 주요 도시를 거친 뒤 산티아고까지 가는 여정이었다. 이런 방법도 있구나 신기했다. 또 특이한 것이 아주 작은 백팩 한 개만 들고 여행을 한다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공항에서 캐리어 전체를 도둑맞았다고 한다. 단벌신사에 남은 것은 아주 작은 백팩 한 개뿐... 이것도 신기했다. 나였으면 망연자실해서 우울증 걸렸을 것 같은데 아주 명랑해 보였다. 그동안 영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을 못 만나서 너무 답답하고 심심했는데 나를 만나서 기쁘다고 했다. 같이 셀카도 찍고 신나게 떠들며 같이 생장으로 향했다.  


생장행 짧은 기차


바욘 역에서 내려 생장으로 가는 마지막 열차를 탔다. 생장은 아주 작은 마을인지 그곳으로 향하는 기차도 엄청 작았다. 근데 그 작은 기차 안에 한국인이 엄청 많았다. 내가 갔던 때는 한국에서 <같이 걸을까?>, <스페인 하숙>도 방영하기 전이었는데 말이다. 


앞으로 잘할 수 있을까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생장에 도착했다. 기차에서 내리고 나니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일단 사람들을 따라갔다. 다행히도 다들 한 방향으로 갔다. (아니, 이 사람들은 어떻게 이렇게 잘 알고 앞으로 향하는 것일까? 신기하다.) 덕분에 바로 순례자 사무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생장 순례자 사무실 



순례자 사무실은 시에스타 시간이라 문을 닫은 상태였다. 그 앞에 가방을 내려놓고 조금 기다리니 문을 연다. 거기서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고, 내일은 어느 방향으로 걸어가면 되는지 설명을 듣고, 가방에 매달 조가비도 하나 사서 나왔다. 사무실에서 오늘 잘 알베르게도 하나 추천해줬다. 사무실 바로 근처였다. 거기에 가서 짐을 풀었다. 그곳에서 만난 젊은 한국인 3명과 미국인 1명과 점심을 먹었다. (가자마자 친구 사귐 ㄷㄷ)


시에스타라 문이 닫혀있는 순례자 사무실 문 앞
순례자 여권을 발급받는 순례자들




산티아고로 짐 미리 보내기 



점심을 먹고 나서 나는 산티아고로 짐을 보냈다. 산티아고 순례길이 끝나고 포르투갈 여행 계획이 있었기 때문에 캐리어에 짐을 좀 더 챙겨 왔다. 이 캐리어는 산티아고에 있는 한 호텔로 보내진다. 가격은 70유로. 사설 서비스라 조금 비싸긴 하지만 워낙 편리하기 때문에 나는 만족했다. 더 싼 가격에 산티아고로 짐을 보내길 원한다면 일단 스페인 국경을 넘은 뒤에 아무 우체국이나 들어가서 산티아고 우체국으로 택배를 보내면 된다. (참고로 생장은 프랑스다.) 그럼 거기서 일정 기간 동안 짐을 맡아준다고 한다. 그런데 스페인 국경을 넘을 때까지 이 캐리어를 데리고 다닐 자신이 없었고, 복잡한 것도 싫어서 그냥 바로 보냈다. 이 선택은 나중에 산티아고 도착하고 나서도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자세한 이야기는 나중에)


짐 보내고 받은 증서. 여권이랑 같이 가지고 다님.



생장 마을 구경 



짐까지 보내고 나서 생장 산책을 했다. 생장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름다운 도시였다. 나는 그냥 순례길이 시작되는 도시 정도로만 알고 갔는데 이곳 역시 프랑스가 맞구나 감탄이 나왔다. 흰 벽에 주황색으로 포인트처럼 칠해진 창, 곳곳에 있는 화분이 참 아름다웠다. 피레네 산맥을 넘기 직전에 있는 마을답게 곳곳에 산이 보였는데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 목가적인 분위기가 풍겼다. 



저녁에는 사람들과 함께 마트에 장을 보러 갔다. 생장 중심가에서 조금 벗어나 가다 보면 꽤 큰 까르푸가 있다. 거기서 나는 라면, 빵, 과일 등을 샀다. (생각해보니 한국음식을 하나도 안 가져온 것이다! 근데 생장 까르푸에 컵라면을 팔다니! ㅋㅋ 안 가져오길 잘했다.) 장 봐온 것으로 사람들과 알베르게 마당에 있는 테이블에 앉아 저녁을 먹었다. 그러다가 나는 피곤해서 먼저 일어났다. 근데 외국 사람들이랑 있다 보니 이렇게 다 먹었다고 먼저 일어나도 되는 것인가 괜히 신경이 쓰였다. (나는 소심한 사람... 그러면서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사람...)


그렇게 알베르게 2층 침대에서 잠이 들었다.





산티아고 순례길 TIP


1. 프랑스 기차 예약 :  https://en.oui.sncf/en / OUI.sncf (모바일 어플)

2. 생장 → 산티아고 택배 서비스 

- 업체명 : Express Bourricot 

- 가격 : 70유로, 선불 (2018년 10월 기준)

- 영업기간 : 3/12 ~ 10/21

- 영업시간 : 7:00 ~ 10:00, 16:00 ~ 20:00

- 홈페이지 : https://www.expressbourricot.com/luggage-transport/

3. 생장 숙소 : 55번 알베르게 (순례자 사무실에서 알려준 곳. 순례자 사무실과 매우 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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