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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또래블 Jun 29. 2019

4. 순례길 첫날, 피레네 산맥을 넘어 론세스바예스로!

'내가 여기 왜 왔지?!' 젠장, 산티아고 순례기


프랑스 생장(St.Jean Pied de port) ▶ 스페인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




밤새 젠장


제대로 잠을 못 잤다.

사람들이 잠을 자면서 이렇게 다양한 소리를 낸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코를 골고, 이를 갈고, 방귀를 뀌고, 부스럭거리고... 왓더포크...




아침 출발 


어쨋뜬 아침이 되어 일어났다. 대충 준비를 마치고 해가 뜨기 전에 출발했다. 어둡지만 사람들을 따라가니 길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또 함께 걷는 재재언니가 있어서 든든했다. 어제 생장에서 처음 만난 한국인 언니로 나보다 두 살 위인데 산티아고를 걷는다는 동질감 때문인지 금방 친해졌다. 평소에 누구랑 뭘 같이 하는 걸 부담스러워하고, 또 산티아고에서는 외국인들이랑 얘기를 많이 해보고 싶어서 한국 사람하고는 별로 안 친해지려고 했다. 근데 막상 오니 한국사람들이 젤 편하고 좋다. ㅋㅋ 나이까지 비슷하니 더 좋다.







피레네 산맥 넘기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길은 더 예뻤다.

길에서 말, 소, 양, 돼지가 자유롭게 들판을 돌아다니는 풍경을 보았다.

날씨도 좋았다. 고도가 높아서 그런지 생각보다 바람이 차가웠다. 

푸른 하늘 아래 피레네 산맥. 내가 이 길을 걷고 있다니 참 좋았다. 





여행을 하다 보면 아름다운 풍경을 그냥 스쳐 보낼 때가 많다. 차 안에서 아름다운 풍경을 그냥 스쳐 보낼 때는 여행 중임에도 아쉽다. 그런데  이렇게 두 발로 내가 원하는 풍경 속으로 들어와 천천히 걸어 다니며 즐길 수 있어 이 여행이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피레네는 다양한 모습을 나에게 보여주었다. 기둥이 휘어진 특이한 나무가 심어진 숲길도 있었고, 키가 큰 나무가 울창하게 우거진 숲도 있었다. 나무 하나 없이 푸른 하늘 아래 잔디가 가득한 언덕을 지나기도 했고, 해가 뜨기 전 별이 빛나는 하늘과 해가 뜨면서 분홍색으로 빛나는 하늘과 구름이 흩뿌려진 푸른 하늘을 만나기도 했다.





순례길 중 가장 힘들다는 악명 높은 구간이라 걱정을 많이 했는데 우려했던 것보다는 힘들지 않았다. 평소 호수공원을 많이 걷고, 점심시간마다 회사 근처에 있는 작은 동산을 올랐던 게 도움이 많이 된 듯싶다. 또 엄마의 조언으로 짐을 최대한 줄이고 장비를 잘 챙겨 온 것도 수월하게 산을 넘는데 도움이 됐다. 여행을 떠나기 전 허리가 아파 한의원을 몇 번 갔었다. 침을 맞고 난 뒤에는 아프지 않았는데 그래도 혹시 걷다가 아플까 봐 정말 필요한 물건만 챙겨 왔다. 걷는 내내 배낭이 나보다 작은 사람을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여행 전 허리가 아파서 걱정을 많이 했는데 그 덕에 짐을 최소한으로 가져올 수 있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참 잘된 일이지 싶다. (순례길 다녀오고 반년이 넘었는데 허리는 또 하나도 안 아프다. 갑자기 출발 전에만 막 아팠음. 참 인생이란 알 수 없음. )



피레네 산맥을 넘으며 만난 수많은 양 떼, 염소였나?! 




론세스바예스 도착


아침 7시가 되기 전에 출발하여 오후 4시가 다 되어서야 론세스바예스에 도착했다. 론세스바예스는 주민이 사는 마을이라기보다 순례자들만 머무르는 곳이라 주변에 알베르게와 몇 개의 호텔밖에 없다. 그래서 알베르게를 찾기 쉽다. 그런데 숙소가 생각보다 좋아서 놀랐다. 수도원을 개조하여 만든 알베르게라고 한다.      

근처에 식당이 없어 대부분 숙소에서 파는 저녁을 먹는데 나는 어제 까르푸에서 산 컵라면을 재재언니와 먹었다. 역시 등산하고 난 뒤에는 국물이다!! 숙소에서 파는 저녁은 가격에 비해 맛이 별로였나 보다. 그 얘길 들으니 더 뿌듯~      




순례길 첫 미사 


저녁 8시에 성당에서 미사가 있다고 했는데 그때까지 할 게 없어서 7시쯤 성당에 미리 가보았다. 성당이 그렇게 큰 것은 아닌데 유럽 성당이다 보니 천장이 높고 기본적으로 매우 화려했다. 보면서 이런 느낌의 성당에서 결혼하면 참 좋겠다 싶었다. 작지만 매~우 화려한! (짝도 없으면서 이런 생각만 함 ㅠ)     

암툰.. 성당에 미리 가있으니 미사 시작 전 묵주기도를 하고 있었다. 묵주기도를 '로사리오'라고 하나보다. 불어인지 스페인어인지 영어인지 모르겠지만 대충 성모송을 하고 있구나 하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도 함께 옆에서 성모송 5단을 바쳤다.      

그리고 미사 시작. 근데 너~~ 무 졸렸다.. ㅋㅋㅋ

그래도 순례를 시작하고 첫 미사라 좋았다. 앞으로 매일 이렇게 미사에 참여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사가 끝나고 내 침대로 돌아가는데 성당 수련회 온 것 같은 느낌 ㅋㅋ

하나도 안 힘들다고 생각했는데 침대에 누우니 조금 힘들긴 했다. 그렇게 잠들었다.     


계속...




산티아고 순례길 TIP



1. 피레네 산맥 넘는 거 얼마나 힘든가?

- 스타트 지점이라 체력이 좋아 그렇게 힘들게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산과 비교한다면 한라산이 훨씬 힘들다. 하지만 무거운 배낭을 메고 있으니 힘들다고 느껴질 수도. 걱정되는 분들은 동키 서비스를 이용하여 짐을 미리 오늘 머물 장소에 보내는 것도 좋다.


2. 중간에 음식 파는 곳이 있나요?

- 오리온 산장이 있고, 중간중간에 작게 바나나, 계란 등 음식 판매하는 곳이 있다. 못 먹어서 배고파 죽을 일은 없다. 하지만 미리 간식을 어느 정도 사 가지고 가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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