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또래블 Jan 08. 2023

소개팅의 어색함을 깨는 대화 방법

#3. 소개팅부터 결혼까지


일요일 소개팅을 마치고, 월요일 출근을 했다.


주선자이자 회사 선배인 A에게 소개팅이 잘 안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주선자인 A가 봐도 잘 안 된 것 같다고 했다. 뭐가 문제였는지 주선자에게 물어보니 그냥 남자가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고 했다.


쳇, 미래에 대한 고민이 많아도 내가 마음에 들었으면 애프터를 했겠지! 다 핑계다! 생각했다. 그냥 내가 마음에 안들었나보다 하고 마음을 접었다.


그런데 나흘이 지난 목요일 저녁, 그에게서 갑자기 연락이 왔다.


'시간 괜찮으면 영화 보러 가실래요?'


망한 줄 알았던 소개팅. 한줄기 희망의 빛이 나타났다. 좋다고 했다. 주말에 영화를 보러 가기로 했다. 어떤 영화를 볼지 얘기를 나눴다.


그가 ''범죄도시2'가 재밌었다며 추천했다. 이미 본 영화인데 괜찮냐고 물어보니 또 봐도 상관없다고 했다. 주변에 많은 사람들이 범죄도시2 재밌다고 추천했지만, 그렇게 추천한 모든 사람들이 이미 봤기에 같이 볼 사람이 없었던 차였다! 괜히 좋게 느껴졌다. 자기 위주로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나를 배려해서 정말 재밌는 영화를 추천해주고 싶어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두번째 만남!

영화관에서 만났다.


그런데...! 둘이 같은 브랜드의 옷을 입고 나온 것이다. 그는 하얀색 폴로 PK셔츠, 나는 남색 폴로 PK원피스. 서로 말은 안했지만 보자마자 눈빛이 '? 커플룩이다 허허허'


그렇게 영화를 보고, 저녁을 먹고, 카페에 가는 대신 소화도 시킬 겸 근처 공원을 한바퀴 돌았다. 초 여름밤, 완연하게 초록빛으로 물든 나뭇잎이 노란 조명에 살랑거렸다. 그 사이를 나란히 걸으니 침묵이 이어져도 어색하지 않고 편했다. 그래서일까? 카페에 가만히 앉아서 얘기를 나눴던 첫만남 때보다 훨씬 더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같이 본 영화 이야기나, 오늘 날씨 이야기, 공원을 걸으며 눈에 보이는 강아지나 꽃에 대한 이야기, 평소 산책이나 운동은 많이 하는지 등 대화 소재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아이를 데리고 공원으로 산책 나온 가족들도 눈에 많이 띄어서 가족이야기도 자연스럽게 하게 됐는데 집안 분위기도 비슷한 것 같았다.


헤어지기 전, 돌아오는 금요일 저녁에 만나기로 약속을 잡았고, 그 주 주말에는 뭐할지까지 정했다.

잘 되겠다라는 느낌이 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