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소개팅부터 결혼까지
성공적인 소개팅이란 무엇일까?
나랑 잘 맞는 사람을 만나서 좋은 만남을 이어가는 것일 것이다. 혹여나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이 나왔다면, 빠르게 알아 보고 정리하는 것이 그 다음으로 할 수 있는 성공적인 선택지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나와 맞는 사람이 누구인지 스스로 잘 알아야 한다. 그래야 소개팅을 부탁할 때 주선자도 주변 인물을 물색하기 쉽다. 호감형 외모에 안정적인 직장, 배려심 많은 성격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면 좋겠지만 이런 것은 너무 막연하다. 주선자 입장에서도 이런 사람을 소개시켜달라는 부탁은 부담일 수밖에 없다.
소개팅을 많이 해본 것은 아니지만 실패를 반복하며 나만의 기준 몇 가지를 세웠다. 1.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을 것, 2. 집과의 거리가 가까울 것, 3.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일 것. 이렇게 세가지였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지 않고 직장에 다니고 있는 사람이면 공감대를 쉽게 형성할 수 있을 것 같았고, 집과의 거리가 가까우면 만남을 지속하는데 부담이 없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가지 조건이 충족되어도 만남으로 이어지기는 쉽지 않았다. 점점 눈에 딱 떨어지는 알맞은 조건을 가진 사람보다는 나랑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고 비슷한 분위기를 풍기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는 말하지 않는 나만의 기준 2가지를 추가했다. 클래식악기를 배워 봤으며, 국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
취미가 바이올린인데 그런 나의 취미를 보고 막연하게 부담스럽다거나 고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줬으면 했다. 또, 여행을 귀찮아하지 않고 "주말에 여기 같이 놀러갈래?" 먼저 제안해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었다.
조건을 추가하면서도 이런 사람이 있을까 싶었다. 여행은 그렇다쳐도 남자 중에 취미로 클래식 악기를 배워 본 사람이 몇이나 있을까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마음이 들던 차에 회사 선배가 자신의 초등학교 동창을 소개시켜줬다.
일요일 저녁 홍대입구 3번 출구 앞에서 만나기로 했다. 약속시간에 맞춰 가니 3번 출구 앞에 셔츠에 슬랙스를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다들 캐주얼하고 개성 넘치는 차림인데 혼자만 깔끔하게 차려입은 것이 누가 봐도 소개팅 나온 사람이었다. 내가 먼저 아는 척을 했다.
"혹시 소개팅...?"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잘 못 봤다. 혹시 잘못 아는 채 한 것은 아닐까 1초 걱정했지만, 다행히도 내가 찾은 그 사람이 맞았다.
무난하게 1차로 파스타를 먹고, 2차는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그렇게 얘기를 나누는데 혼자 속으로 '운명인가...?'싶었다. 직장인인데다가 나이 차이는 별로 안나고 집거리도 가까웠다. 학창시절 클라리넷을 잠깐 배웠고,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과 국내여행을 많이 다녔다고 했다. 직장을 잠시 그만두고 쉴 때도 혼자서 국내여행을 많이 다녔다면서 여행을 좋아한다고 했다.
'와 내가 생각한 이상형이 요기 있네' 싶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길. 여전히 어색함은 흐르고, 말 사이에 침묵이 이어지곤했다. 결정적으로 홍대입구 앞에서 빠르게 인사하고 쌩 가버리는 그를 보면서 아, 이 사람에게서 애프터는 오지 않겠구나라는 슬픈 예감이 들었다. 내가 마음에 들었다면 조금이라도 더 함께 있고 싶어서 자신도 지하철을 타고 가겠다거나 내가 역으로 들어가는 것까지 확인하고 갈텐데 싶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