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소개팅부터 결혼까지
약 1년 넘게 준비하던 시험에 합격했다. 합격만 하면 곧장 연애할거라고 다짐했다. 그러나...
그렇다. 시험 합격자들을 대상으로 한달동안 진행되는 집체교육에서조차 아무런 썸이 생기지 않았다. 분명 공부할 때는 집체교육 때 그렇게 썸이 많이 생긴다고 강사님들이 그러셨는데. 먼저 시험에 합격한 친구도 같은 업계 사람들끼리 연애도, 결혼도 많이 한다고 그러던데. 나와는 상관없는 이야기였다.
집체교육이 끝날 때인 1월말, 조금 늦게 한해의 목표를 세우게 됐다.
'연애'
목표달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할까... 세부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MBTI J형의 면모가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모두들 내가 P일거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이상한 부분에서 J형의 면모가 드러난다.)
미용실에 가서 머리도 다시 하고, 수험 생활 동안 입었던 츄리닝은 버리고 옷도 새로 사고, 여러 모임에도 나가고... 하지만 이런 것만으로 과연 내가 원하는 연애가 가능할까? 이런건 지금까지도 많이 했었잖아? 근데 안됐잖아?!....ㅠ_ㅠ
그렇게 고민하다가 배우자기도를 해보기로 다짐했다. 보통 교회 다니는 사람들이 배우자기도를 많이 한다고 한다. 나는 성당에 다니지만 스스로 기도빨?이 좋다고 생각할 정도로 기도한 많은 것들이 이루어졌다. 그래서 이번에도 기도의 힘을 믿고 배우자기도를 하기로 다짐한 것이다.
세부계획을 세웠다면 실행해나갈 수 있도록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아무리 사소한 일이라도 매일 까먹지 않고, 귀찮게 여기지 않고, 목표한 바를 행할 수 있도록 말이다. 그래서 출근 길, 전철역까지 걸어가는 5분 동안 유튜브로 배우자기도 영상을 틀고 따라 기도했다.
배우자기도1, 배우자기도2를 마치면 어느새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그렇게 하루를 시작했다. 힘들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다. 나는 배우자기도라고 하면 '하느님 이런 사람을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바라는 점을 나열하는 기도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한 배우자기도는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을 위해 기도하고, 평생 그만을 사랑하며 그 앞에서 겸손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마음의 준비를 하는 기도였다. 이런 마음으로 사람을 만나고,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는 것이구나 다시금 깨닫게 해주는 시간이었다.
하느님, 어느 곳엔가 있을 하느님께서 정해주신 제 운명의 그 사람을 지켜주소서.
그 사람이 하는 일이 힘겨워도 극복할 수 있는 힘을 주시고, 자신의 인생을 밝고 활기차게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그리고 우리가 만나게 될 때 서로 자신들의 삶에 충실하고, 서로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자신의 삶 뿐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마음으로 사랑을 베풀 수 있는 그런 사람들로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보다 상대방의 마음을 먼저 헤어려주는 그런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로서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이렇게 서로 준비하여 만나면 이 사람이 하느님께서 지켜주셨던 사람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하여주소서.
그리하여 두 사람 모두 노력하여 하느님께서 주신 삶에 충실히 살아갈 수 있도록 도와주소서.
주님! 이사악을 위해 리브가를, 롯을 위해 보아스를 예비해놓으셨던 것처럼 저에게 가장 좋은 사람을 준비해 놓으신 것을 압니다.
그러나 주님! 제가 아직 그 사람을 만나기에 부족하다면 제 청년의 시기를 더 연장하여 주소서.
그리하여 제가 만날 그 사람을 아프게 할 수 있는 저의 모난 부분들이 깎여 나갈 수 있게 하여 주시고, 그 사람을 진정 사랑으로 섬길 수 있도록 저의 이기심이 사그라져 들 수 있게 하소서.
제 안에 있는 교만을 버리고 그 앞에서 진정 낮아질 수 있게 하시고 한 평생 그만을 사랑하고 그를 위해 살아가는 사랑이 제 안에 영원히 있게 하소서.
저의 오랜 고독의 시기로 인해 지치거나 원망하지 않게 하시고, 그때가 이르러 주님께서 준비한 그 사람을 정확히 알아볼 수 있는 맑고 빛나는 눈을 주소서. 아멘.
그렇게 무려 6개월동안 배우자기도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몇 개월 뒤 한 소개팅이 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