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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C Jan 15. 2023

내 계산은 복잡해졌다.

파면, 해임당한 나는 왜 '멋진' 교수인가?

사립학교에서 파면 혹은 해임당하면 할 수 있는 것은 두 가지다. ‘민사소송’ 혹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는 것이다. 소청이란 쉽게 말하면, 불이익한 징계를 받았을 경우 이를 취소해 달라고 행정기관에 요청하는 것이다. 이와 달리 민사소송은 사법부에 직접 징계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것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교육부 소속기관이다. 행정기관이라는 뜻이다. 만일 교원소청에서도 자신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행정소송으로 자신의 억울함을 주장할 수 있다. 행정소송은 법원에서 재판하는 것이다.      


사립학교 교사나 교수가 교원소청심사 청구를 하지 않고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이유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그러나 두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를 믿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행정기관이기 때문에, 심사를 담당하는 위원들의 법적 지식이 재판을 주된 업으로 하는 판사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할 수 있다. 둘째는, 비록 중립을 지킨다고 하더라도, 교육 관련 위원들은 보수적인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학교 기관에서 내린 징계 처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생각 때문이다.


실제로 서울기독대학의 손원영 교수는 해임된 이후로 교원소청심사를 하지 않고 민사소송을 하였다. 손원영 교수가 해임된 표면적 이유는, 2016년에 개운사라는 법당에 몰상식한 기독교인이 난입하여 불상을 훼손한 것을 손 교수가 공개 사과하고 불상건립 모금을 한 것과 관련이 있다.


서울기독대학은 손원영 교수의 행위가 기독교 신앙을 저버린 것이라며 2017년에 파면하였다. 그러나 손원영 교수는 학교의 끈질긴 보복에도 불구하고 4년간의 기나긴 재판에서 승소하여 현재 복직하였다. 당시 손원영 교수가 나에게 밝힌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청구하지 않은 이유도, 교원소청위원회의 보수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법원의 판결에도 불구하고 손원영 교수(목사)의 복직을 반대한 서울기독대학 교목실]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303777



소청심사위원회를 불신하는 대표적인 예는, 교육부 나향욱의 ‘민중은 개돼지로 취급하면 된다’라는 망언에 대한, 교원소청 심사 결과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교육부 정책기획관 나향욱은 2016년에 신문기자들과의 사적 대화에서, ‘민중은 개돼지와 같아서 먹여 살려주기만 하면 된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하였다. 교육부 관료의 이 발언은 우리 사회에 크게 문제가 되었다.  

    

정치적으로 불편했던 교육부는 나향욱을 파면 처분하였다. 나향욱은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 취소 심사를 청구하였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는 교육부의 파면을 그대로 인정하였다. 아무래도 사회적인 관심이 많은 사건이었고, 교원소청위원회는 앞서 살핀 바와 같이 교육부 소속기관이기 때문에, 교육부의 압력을 뒤집지 못하는 태생적 한계가 있었다고 할 수 있다. 행정소송에서는 판사들이 나향욱의 파면은 과하다고 판결하였다. 교육부가 항소하였지만, 항소는 기각당했다.

     

나는 파면당한 후에 교원소청심사 청구를 하였다. 민사소송을 바로 할 수도 있었지만, 사건이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민사소송은 대부분 1년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소청은 빠르면 3개월 내에 결정된다. 내 징계는 성범죄를 일삼은 전임 총장에 대한 욕설 때문이다. 쉽게 말하면, 욕 좀 했다고 파면을 한다는 것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학교는 2021년 1월 15일에 나를 파면하였고, 나는 1월 28일에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파면처분 취소 심사를 청구하였다. 나는 청구인이고, 학교는 피청구인이다. 심사 결정은 코로나로 인하여 원래 보다 상당히 늦어져서 5월 12일에 이루어졌다. 주문은 다음과 같다.    

  

피청구인이 2021. 1. 15. 청구인에게 한 파면 처분을 취소한다.




[2021. 5. 12. 교원소청심사위원회 결정서]




교원소청심사위원회가 나에 대한 파면 처분이 지나치다고 한 것은 두 가지 차원이다. 첫째는, 전임 및 현 총장의 범죄 및 부당성에 대한 나의 욕설이 징계 거리이기는 하지만, 파면 처분은 지나치다고 본 것이다. 둘째는, 장애학생에 대한 인권침해와 성범죄를 저지른 교수들에게 내가 문자를 보내어 협박한 행동은, 그 동기가 피해 학생을 보호하기 위한 공익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파면은 가장 불이익한 처분이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덫 붙였다.    

   

학교는 교원소청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대략 한 달 후인 2021년 6월 15일에 나를 복직시켰다. 그리고 다시 징계위원회를 구성하여 나를 해임시켰다. 파면, 복직, 해임이라는 최악의 순서가 나를 기다린 것이다.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서 파면이 과하다고 했으니, 대학은 기다렸다는 듯 이번에는 파면보다 한 등급 낮은 해임 징계처분을 한 것이다. 해임은 파면과 달리 연금과 퇴직금은 모두 나오지만 3년간 같은 기관에 취업을 할 수 없는 중징계이다. 내 계산은 복잡해졌다. 해임을 받아들이고 명예퇴직했다 생각하는 것. 재판을 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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