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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UC Jan 31. 2023

손해배상금 받아 BMW7 시리즈를 샀다.

파면 해임당한 나는 왜 '멋진' 교수인가?

 2007년 7월 17일에 첫 부당해고를 당했다. 교원소청에서 졌다. 행정소송을 하여 1심에서 이겼다. 학교가 항소하였다. 학교가 졌다. 나는 2년 가까운 기간의 임금을 요구했다. 법원에서 계산하는 그동안의 이자는 생각보다 쎘다. 밀린 임금을 다 받았다. 이자까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학교는 나를 부당해고한 책임을 어떻게든 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목사들이 자신의 개인 소유물로 학교를 생각하는 한, 부당해고는 계속해서 일어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렇기에 부당해고의 근거를 자꾸 남기는 것이 필요했다. 이왕이면 법적인 증거가 중요했다.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2천만 원정도였던 것 같다. 판례 등에 의할 때 내가 요청한 손해배상금은 적은 액수가 아니었다. 500만 원 정도면 되었는데 너무 많이 주었다고 학교 측 변호사가 투덜거렸다고 나중에 들었다. 총장은 내가 손해배상을 청구하자, 사람을 보내어 내 요구 조건을 상세히 살폈다. 아마 재판으로 기록이 계속 남는 것을 두려워한 것도 같다. 총장은 내 요건을 다 들어주었다. 백기 투항이다. 

   

그 결과 내 손해배상 소송은 판결이 아니라 ‘화해’라는 이름으로 마무리가 되었다. 표현이야 어떻든 법적 기록에는 ‘부당해고로 인한 손해배상 명목으로’라는 문구가 적혔다.



     

손해배상금으로 상징적인 일을 하고 싶었다. ‘엔카’에서 중고차를 골랐다. 마음에 드는 차가 있었다. 디자인에 끌렸다. BMW7 시리즈였다. 다소 부담스러웠다. 원래 찻값은 1억 원이 넘었다. 하지만 10년 넘는 것은 가격이 거의 1/10로 떨어진다. 찾는 사람이 한정적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돈 있는 사람은 새 외제차를 산다. 실용적인 사람은 외제차를 사지 않는다. 더구나 BMW7 시리즈는 유지비가 적지 않다. 돈이 아예 없는 사람은 쳐다보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유지하는데 큰 부담이 없는 사람이면서, 새 차 살 필요는 안 느끼고, 차를 좀 아는 사람이라야 BMW7 시리즈 ‘중고’를 살 수 있다. 나는 이런 조건을 거의 충족했다.

     

담배를 피우지 않았기에 그 비용으로 유지비를 충당하겠다고 생각하니, 자책이 사라졌다. 무엇보다도 일주일에 한두 번 왕복 200Km의 고속도로만 달리기에 적합했다. 공식 휴발류 연비는 6Km 정도였는데, 고속도로에서는 10Km 정도 달렸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었다. 외관도 깔끔했다. 올드한 실내 느낌이 좋았다. 시트의 무소 가죽 냄새가 일품이었다. 관리를 잘한 차였다.

      

차를 학교에 잘 보이게 세웠다. 나만 아는 소심한 복수였다. 


당시만 해도 외제차가 학교에 많지 않았다. BMW7 시리즈는 내 차가 유일했다. 남들이 무슨 돈으로 차를 샀냐고 물었다. 나는 학교가 사주었다고 이야기했다. 유지비도 학교가 준다고 했다. 손해배상금으로 샀기에, 학교가 사준 것은 맞고, 유지비를 준다는 것은 반만 맞는다. 월급을 받아서 유지비를 충당했기 때문이다. 내 부당해고 재판을 모르는 사람은 학교가 참 좋다고 말했다. 나도 그렇다고 말하면서 웃었다.

     

최선을 다한 게임에는 보상이 따른다. 외적 보상이 주어지기도 하고, 그 결과 자체가 보상이 되기도 한다.


부당해고에서 이긴 나는 충분히 BMW7 시리즈를 탈 자격이 있다고 생각했다. 특별한 게임에는 특별한 보상을 주는 것이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차는 4년을 탔다. 내가 산값의 반값에 다시 차를 팔았다.

     

그것으로 충분히 소송에서 이긴 물질적인 보상은 다 받았다고 생각했다. 정신적인 보상도 어느 정도 충족되었다. 하지만 소송으로 잃은 것을 모두 회복하는 것은 어려웠다. 보지 말아야 할, 봐서는 안 되는, ‘사람’, 특히 ‘교수’ 집단의 바닥을 너무나 많이 보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소송은 최소 10년간 지속되었다. 바닥은 끝이 아니었다. 이제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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