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에세이 쓰기를 시작하면서 내 안에는 늘 하나의 해결되지 않는 질문이 있었다. 글은 내가 쓰고 싶어서 쓰는 것인데 그냥 '글을 쓰는 것'만으로는 안 되나. 꼭 책을 내야 되나? 사람마다 이 질문의 답은 다를 터이니, 스스로의 마음을 잘 들여다보고 신중하게 답을 내려야 할 것이다.
나의 선생님은 꼭 책을 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셨다. 책을 내고 작가가 되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좋은 글을 쓰는 것이 먼저라는 뜻일 게다. 출판물의 홍수 시대에 함량 미달의 책을 한 권 보탠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읽히지 않을 것 같은 책은 내지도 말라는 것은 너무 지나친 이야기 아닐까.
글쓰기 모임을 하고 온라인을 통해 글 쓰는 사람들을 알게 되니 책을 내는 블로그 이웃들이 많아졌다. 어떤 분은 참 쉽게도 책을 낸다. 물론 그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겠지만, 기획 출판이나 자비 출판, E-book으로, 주문 제작 POD 시스템, 텀블벅까지 여러 형태로 책을 내는 분을 보니 책을 출간한다는 것이 마치 마음만 독하게 먹으면 뚝딱뚝딱 이뤄지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이런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자신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목표 없이, 그냥 소리 지르듯 독백하듯 글을 뿜어내는 것, 그냥 내 안에 차오르는 생각과 감정을 글로 옮기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쓰는 것. 그것이 정말 의미 있는 일일까. 결국 모든 회의는 '나는 왜 글을 쓰는가'라는 질문에 귀착되면서 비슷한 대답을 하고야 마는 것이다. 나름의 답을 내리고 쓰다가도 이 질문은 어느 순간 또 내게 다가와 진솔한 답을 요구한다. 아마 글을 계속 쓰는 한 되풀이될지도 모르겠다.
글을 쓰는 사람 중에 자신의 책을 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출판사에 투고하거나 출판사의 컨택을 받아 출간하는 기획 출판을 선호할 것이다. 알려진 작가도, 등단한 작가도 아닌 다음에야 기획 출판이란 하늘의 별 따기 수준으로 어려운 것처럼 보이지만, 그래도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나도 한번 권유받은 적이 있는 반기획 출판은, 작가가 자신의 책을 100권 정도 산다는 전제하에 출판이 이뤄진다. 즉, 반 자비 출판이라고 할 수 있다.
꼭 책을 출간하고 싶다면 자비 출판이 나을 것도 같다. 작가가 말하지 않으면 독자들은 자비 출판인지 잘 알지도 못할뿐더러 출간이 목표라면 돈 몇백만 원으로 자신의 꿈을 빠르게 이룰 수 있다. 자비 출판을 한 어느 작가는 이런 말을 했다. 자신의 책을 내는 것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는 큰 기쁨과 성취감을 준다고. 그리고 자신이 돈을 내는 것이므로 출판사나 편집자에게 좀 더 당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하지만 많은 작가 지망생은 출판사의 간택을 받기를 원하고, 나 또한 마찬가지다. 출판사와 계약을 한다는 것은 내 글이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니까. 요즘 출판계의 사정이 어려워서 기획 출판하기가 더욱 힘들어졌다고 한다. 그러니 결국 어디 공모전에 출품하여 상을 받는 것이 출판의 지름길일 것이다. 크고 작은 공모전, 신춘문예가 많지만 별로 흥미가 없었고 브런치북 프로젝트에는 작년과 올해 에세이로 응모했지만 탈락했다. 올해는 혹시나 하고 기대를 했는데 실망해서 한동안 글을 쓸 기분이 나지 않았다.
사실 얼마 전에 자가출판 플랫폼인 '부크크(BOOKK)'에서 문우들과 공저를 냈다. 제목은 '일상의 평범함이 특별함이 되는 시간'이다. 기쁘고 뿌듯했던 것은 잠깐이고 솔직히 말해서 책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부크크 디자이너가 제작한 표지를 구입해서 표지는 그럴듯한데 서체가 보통 책들과는 차이가 있었다. 여러 번 교정을 봤는데도 불구하고 오류도 많이 보였다. 자가출판 주문형 제작이라 오탈 자는 수정할 수 있다. 지금은 부크크에서만 구입할 수 있고 예스 24 등 온라인 서점에는 한 달쯤 지나면 입고되며, 오프라인으로는 구입할 수 없다. 그래서 아직 공저를 자랑하고 프로필을 바꾸지 못하고 있다. 유수의 출판사에서 제작한 책과는 인쇄 재질 등에서 분명 차이가 있지만, 돈을 별로 들이지 않고 책을 낼 수 있다는 것은 큰 장점일 것이다.
이렇게 자가출판 시스템으로 8명 공저를 만들어보니 오히려 내게는 욕심이 생겼다. 내년에는 공모전에 도전해 보고 출판사에 투고도 해보자고. 언젠가 꼭 내 책을 내야겠다는 목표가 생긴 것이다. 좀 더 진지하게 적극적인 글쓰기를 하자고 이른 새해 결심을 해보았다. 지금까지는 책은 내면 좋고 못 내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조금 바뀌었다.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의 책임감과 간절함을 가지고 도전해 보기로 했다. 그 결심 약해지지 말자고 다짐해 본다.
오늘의 결론: 그래도 책은 내야겠다, 적어도 5년 이내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