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나긴 겨울방학. 아이들은 밥을 먹으라고 불러도 오지 않는다.
집이 식당도 아니고 주문하면 바로 줘야 하나. 대기하고 있다가?
언니나 어른들은 원래 사춘기 애들은 다 그래, 한다.
원래 다 그렇구나.
원래 다 그런 거라는데, 내 애는 예외일 것이라고 기대했던 것인지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까탈스러운 집순이 사춘기 아이 둘을 키우고 있다. 밤엔 안 자, 아침엔 안 일어나, 일어나선 안 깨웠다고 뭐라 해, 밥도 제때 안 먹어, 성가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집이 식당도 아닌데 먹고 싶은 것을 자기가 먹고 싶은 시간에 주문한다. 맛이 없다고 타박하며 애써 차린 음식이 외면당하기도 한다.
언니에게 불평을 늘어놓으면, 지금이 그리울 날이 올 거라고 한다. 이제 아들이 장성하여 집을 떠나서 공부하거나 직장에 다니고 있으니 자식들과 북적이던 시절이 그립다고 했다. 하루 종일 마음이 잘 맞지도 않는 형부와 지내는 것이 힘든가 보다.
지난번 야외 아이스링크를 지나가며 문득 애들 어렸을 때가 떠올랐다. 겨울방학이면 눈썰매장이나 멀리 있는 스케이트장에 가서 신나게 노는 모습을 지켜보곤 했었지. 여름에는 실내 수영장 가서 한 명은 앞에 안고 첫째는 '거북이 등딱지'라며 업혀서 애 둘을 안고 등에 지고 수영장을 걸어 다녔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전생처럼 멀게 느껴지는 기억이.
소풍 간다고 새벽 일찍 일어나 없는 솜씨에 선생님 도시락까지 정성스레 준비하고 신호등 카나페 등 특별한 간식을 탐구하던 그런 시절이 조금 그립기도 하다. 그때의 너무나 귀여웠던 아이들 모습과 지금보다 팔팔하게 젊었던 내가. 화도 잘 내고 웃기도 잘하던 그때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밥 먹을 때만 얼굴을 빼꼼 내밀며 이어폰 때문에 엄마 말은 들리지도 않는 아이들. 그래도 함께 있음이 사무치게 그리워질 날이 올까? 그때가 되면 나는 호호백발 할머니가 되어 지난 시절의 추억만 되새기며 살고 있을지도 모르지.
과거를 무한 긍정하기보다는 '지금이 가장 좋아', 씩 웃으며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유쾌한 할머니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