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남도 진주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무엇일까? 사람들은 보통 진주성, 유등 축제, 그리고 진주 냉면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 같다. 서부 경남의 중심지인 진주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진주성. 성곽이 남아 있는 도시는 어딘지 모르게 낭만적이다. 영국의 고성이나 넓은 수원성과 비교하면 좀 더 아늑하고 정감이 가는 것이 진주성이다. 큰 마음의 부담 없이 슬렁슬렁 산책하기도 좋다. 오늘은 진주성을 사부작사부작 걸어보기로 하자.
진주성의 정문인 공북문으로 들어오면 아담한 키의 칼을 찬 장군 동상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마치 '너 자신을 알라'라고 하는 듯이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는 동상의 주인공은 김시민 장군이다. 김시민 장군은 임진왜란당시 진주대첩을 승리로 이끌다 돌아가신 명장이다. 진주성을 지키다 서른여덟의 나이에 유명을 달리한 김시민 장군은 진주에서 이순신과 같은 영웅이다. 진주에는 그의 이름을 딴 김시민 대교가 있다.
여기서 왼쪽으로 굽어 들면 촉석루가 나온다. 촉석루를 검색하면 중국집이 여럿 나오는데, 의외로 진주에 있는 중국음식점은 아니라는 점이 재미있다. 촉석루에 올라가 아래를 내려다보면 유유히 흐르는 남강의 잔물결에 마음이 정화되는 듯하다.
이때 속으로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으니 '몸 바쳐서 몸 바쳐서 떠내려간 그 푸른 물결 위에~'라는 노랫말의 '논개'이다. 가락지 낀 손으로 왜장을 안고 남강에 뛰어들어 의로운 죽음을 선택했다는 논개의 이야기는 촉석루와 그 아래 의암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진주에는 이를 기념하여 논개제도 열리고 논개 뮤지컬이 상영되기도 했다.
산책자로서 진주성이 아름답게 느껴지는 것은 역사적 장소라기보다 철철이 피어나는 아름다운 꽃과 푸른 남강 때문이 아닐까. 진주성에서 천수교, 진주교 등을 내려다보는 전망은 가슴을 탁 트이게 해 준다. 봄이면 벚꽃이 피고 여름에는 신록이 우거지고 가을에는 노랗고 빨간 단풍을 볼 수 있는 진주성. 추운 겨울에는 진주성을 방문한 적이 없는 것 같은데, 언젠가 눈이 내린 날 진주성을 거닐고 싶다. 눈이 아주 귀한 진주에서 진주성의 설경은 또 다른 운치를 선사할 것이다.
야경이 유명한 진주인만큼 밤에 산책하는 것은 또 다른 감상에 젖어들게 한다. 간혹 저녁에 차를 타고 진주성 부근을 지나가다 보면 성벽에 켜놓은 불빛 때문에 시선이 멈춘다. 남강 위로 반사되는 촉석루의 야경에 감탄을 금치 못한다.
어린 왕자가 장미를 보살피고 사랑을 쏟은 만큼 소혹성 B612의 장미는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소중한 의미가 되었다. 우리가 걷고 살피고 감탄하고 마음을 쏟은 만큼 우리 동네의 길들은 그만큼의 의미로 다가온다. 게으른 산책자도 오늘은 진주성을 걸으며 진주의 겨울을 느껴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