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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Sep 18. 2022

글이 취미가 되지 않게




옛날에도 나는 그런 타입이었다. 

공부하기 전, 마음을 다지는 일기를 한참 동안 정성 들여 쓰거나 주변 정리를 하거나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바람 쐬러 나가서 한참이나 자판기 커피를 음미하듯 마시며 아까운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막상 공부하는 시간은 다 뺏겨버리고 허무하게 벽돌 몇 장 들어있는 것 같이 무거운 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했다.


브런치 작가가 되고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에 참여할 마음을 먹고선 글을 써내야 하는데, 글쓰기에 임하는 각오라던가 글쓰기에 대한 단상만 열심히 쓰며 변죽을 울리는 나를 보니, 참 사람은 변하지 않는구나 싶다. 

내 안에 있는 스토리를 바로 꺼내면 되는데, 이미 주제는 다 정해져 있는데, 머리를 식힌다며 이 블로그 저 블로그 다니고 여행 사진도 들춰 보고 있다. 집이 더럽다고 투덜거리고 먼지가 유난히 눈에 띄고. 그러다 영감을 받는다고 책이나 영화를 한 편 볼까 생각하고 있는 나는, 나는 대체 뭐지?


보통의 여자들처럼 나도 이 취미 저 취미 많이 섭렵하고 다녔다. 

홈패션, 퀼트, 뜨개질, 홈베이킹, 도예, 냅킨공예, 한지공예, 목공, 원예, 수영... 언뜻 떠오르는 것만 써도 이 정도다. 이 중에 진득하게 오래 한 것은 없다. 글쓰기도 나에게 그런 '취미'로 끝날 것인가?

그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지만, 그 정도로 전력투구하지 않는 내 모습을 보니 서글퍼진다.


이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 노트북을 켰지만, 태풍이 오기 전에 산책하러 가자는 생각이 드는 걸 보니 난 주의력결핍인가 보다. 왜 글은 밤이 돼야 술술 풀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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