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류다 Sep 18. 2022

브런치 작가가 된 지 3일, 내 안의 두려움들





내게도 이런 일이!

역시 도전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

심사하는 데 보통 5일 걸린다더니 단 하루 만에 합격 메일이 왔다.

신청할 당시에는 자신 있게 신청서를 냈는데 막상 내고 나니 내심 불안했다. 

브런치북은 커녕 작가 신청도 떨어지면 어쩌지, 5수생도 있다던데...


하지만, 운 좋게 브런치 작가가 되어서 내 글을 브런치 플랫폼에서 발행할 수 있게 되었다.

블로그는 아무나 하지만, 카카오 브런치는 가입은 자유지만 글을 발행하는 것은 심사를 통과해야만 가능하다는 것에서 작은 자부심도 들고.


10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로 10인의 대상, 40인의 특별상 포함, 모두 50명의 신진 작가를 발굴한다는데요즘 브런치 작가 되기 최적기인가 보다. 신청하는 숨은 작가 지망생도 얼마나 많으려나.

난 내가 목차 잘 써서 하루 만에 된 줄 알았지 모야.





블로그에 쓴 글을 일부 약간 수정해서 3꼭지 발행했다. 

미미한 조회수지만 읽히지 않아도 좋다. 

한 관문을 통과했다는 것이 즐겁다. 딱 하루만의 즐거움이었지만.

팔리지 않는, 비상업적인 책을 쓴 작가가 된 것 같은 낭만적인 기분에 젖어든다.


하루가 지나니 두려움과 책임감이 엄습한다.

진정한 글을 써야 된다는 것, '작가'라는 무게가 주는 압박.


선생님이 '아니, 왜 글을 계속 이어서 안 쓰셨어요?'라는 물음에 바빠서라는 핑계를 댔지만, 나는 계속 도피 중이었다. 생각 없이 즐기며 쓸 수 있는 가벼운 글에, 익숙한 블로그 이웃님 방문에, 그리고 일상의 멍 때리는 여유로움에 젖어서.


목차가 정해지고 쓸 이야기가 대충 가닥을 잡아도 별로 유쾌하지 않은 추억을 쓰는 것은 자꾸 미뤄지기 십상이다. 나자신의 내면을 정면으로 마주 보고 어둠까지 직시해야 된다는 것이 고름을 짜는 것처럼 괴로움을 주기 때문이다.

죽을 만큼의 고통은 물론 아니지만 때로 외면하고 싶은 나의 지난 모습들이다.

사람을 못 살게 괴롭히는 것은 크나큰 고통이 아니라 작고 성가신 여러 개의 상처가 아니겠는가.


글을 쓰면서 드는 최근의 고민은 내 글이 너무 어두워서, 내 살아온 나날이 너무 어리석어서 사람들이 싫어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글을 쓴다는 것은 이런 두려움을 딛고 나가는 용기이고 자신과의 화해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면서 나에 대해서도 더 잘 알게 되었다. 

조용하고 순수하고 어떤 면에선 강하기도 한 사람인데 이런 면보다는 부정적인 생각에 많이 사로잡혀 있는 것이다.

'나는 비사교적인 사람이다, 사회성이 없다, 나를 잘 알게 되면 찌질한 모습에 결국 내가 싫어져 떠나버릴 것이다'라는 부정적인 스키마에 은근히 사로잡혀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예전에 알던 어떤 친구가 나보고 '언니도 결국 나를 떠나겠지?' 이랬는데 그녀가 날 먼저 떠나더라.

말로는 이런 두려움을 표현하지 못하고 안 그런 척한다. 하지만 이런 두려움이 내부에 또아리를 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러니 글을 쓴다는 것은, 글을 쓰기 위해 생각한다는 것은 고통(두통)과 자각과 그를 넘어선 해탈을 동반하는 것. 내 살아온 이야기를 다 써내고 나면 이 둔탁하고 재미없는 껍질을 벗고 또 한 단계 성장할 수 있겠지. 


#글쓰는두려움  #브런치작가3일차 





매거진의 이전글 도망치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