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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류다 Sep 20. 2022

단단한 땅이 될 수 있다면




글이 작품이 되는 공간이라는 브런치. 그 세계에 발을 디딘 지 겨우 5일.

브런치에 가면 온갖 종류의 글들이 있어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것처럼 너무 신기하고 재밌었다. 요즘은 블로그에도 읽을거리가 많지 않은데(볼거리는 많음) 이건 완전 신세계라며 물개 박수도 치고 훅 빠졌다.

굳이 긴 책 읽지 않아도 브런치를 통해 다양한 개성의 글을 접할 수 있다는 게 좋았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에 들떠서 브런치 작가 소개에 처음엔 [에세이스트]로 했다가 은근슬쩍 [작가지망생]으로 포부를 밝혔는데 벌써부터 좌절감이 들려고 한다.


니 글을 니가 알렷다.

아무리 기다려도 대답 없는 원고여.

솔직히 쓸 건덕지는 있는데 한숨만 나오고 쓰기가 싫다.

뭘 써도 긴 호흡의 글을 써내기가 쉽지 않다.

평소에 말하는 거 안 좋아해서 그런가? 조용한 편이다 보니 글도 자꾸 짧아지는 것 같다.


글 쓴 지 얼마나 됐다고 첫 술에 배부르겠냐고 하겠지.

갑자기 브런치북 프로젝트에 나서기에는 작업 기간이 너무 짧다. 전부터 글을 써오거나 수업을 들었던 사람도 아니고. 이번은 기대 없이 그냥 시험 삼아 도전하는 것이 맞다.

그런데 사람 마음이 왜 이렇게 간사하지.

'작가지망생'이라고 쓰는 순간 나도 모르게 진짜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이 들었나 보다.


나는 그냥 옛날 일 얘기하는 것 좋아하는 추억의 날품팔이.

혼자 추억을 되새기며 재미로 글을 쓰는 것으로 족하다.


한 때 잠시 멘토로 생각했었던 '새벽달'님, 우연히 블로그 새글 피드에 '문학하고 앉아있네('문학하고 자빠졌네'라는 말이 좀 그러니까 순화시켜 표현한 듯)'라는 글이 뜨길래 들어가 봤더니,

 '문학적인 글 쓸려고 애써 노력하지 말고 그냥 쓰고 싶은 글 써. 일단은 그게 먼저야.' 대충 이런 요지의 글이었다.

어쩌면 이 조언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지망생'이라고 라벨링하는 순간, 내 글에 대한 스스로의 기대치가 높아져서 부담이 되고 글쓰는 재미는 뚝 떨어져 버린다. 그리고 몇 줄의 글도 쓰지 못한다.

독자에게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시작과 여운을 주는 끝을 의도하면서 글을 쓰려고 하면 글은 더 도망가 버린다.

어쩌면 이런 것은 타고난 작가가 아닌 다음에야 몇 번의 퇴고 끝에 다듬어가는 것일 텐데.


'작가지망생'이란거 갑자기 붙여서 사람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하던 대로 해.

오늘은 왠지, 그냥 눈물이 났다.

이번 주, 다음 주 계속 행사가 있어 신경이 곤두섰던 것일까.


우리나라의 많은 문인 중에 일반인들이 이름이라도 몇 번 들어본, 잘 알려진 작가가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빙산의 일각일 뿐. 이름난 작가는 아니지만 자신의 글을 꾸준히 쓰는 작가들은 훨씬 더 많을 것이다.

유명해지기 위해 글 쓰는 거 아니잖아.

그냥 내가 하고 싶은 말 쓰고 싶은 거잖아.


나에게 제일 부족한 것이 집중과 끈기이다.

작가가 된다는 것은 이렇게 수백 수천번의 희망과 좌절을 넘나들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만이 이를 수 있는 고지가 아니겠는가. 강철은 어떻게 단련되었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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