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달리면서

by 전우 호떡

연일 달리며, 가을의 문턱을 넘어간다. 비 갠 뒤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낙엽은 성큼 다가온 계절을 알린다. 긴 연휴가 시작된 첫날, 오랜만에 푹 쉬었다. 하루 종일 아무 일도 하지 않았지만, 시간은 순식간에 흘러갔다. 쉼은 있었으나 보람은 없었고, 그 허무함 속에서 연휴를 어떻게 보내야 할지 고민이 생겼다.


결국 나는 매일 꼭 해야 할 일 두 가지를 정했다. 외국어로 된 단편소설을 하루 몇 페이지씩 읽고, 매일 달리겠다는 계획이었다. 휴식도 분명 필요하지만, 쉼에만 머물다 보면 어느새 스스로 느슨해질 것만 같았다. 긴 연휴 동안 움직이지 않으면 몸은 비대해질 것이고, 그런 몸으로는 다시 삶의 리듬을 되찾기 어려워질 것이다. 나는 무료함과 건조함이 습관이 되는 것이 걱정스러웠다. 그래서 스스로를 깨우기 위해, 가을처럼 신선한 의지를 담아 달리기로 마음을 굳혔다.


첫날, 일주일 만에 다시 달리니 몸이 무거웠다. 특히 양식으로 가득 찬 배를 안고 달리는 일이 이렇게 힘든 줄은 몰랐다. 천천히 몸을 풀며 달리다 보니, 땀과 함께 체중이 빠져나가는 듯한 기분이 들었고, 그 가벼움에 기분도 산뜻해졌다. 원래는 1시간을 달릴 계획이었지만, 경쾌해진 기분에 30분을 더 달렸다. 복부의 살을 빼고 싶다는 단순한 동기도 한몫했다.


매번 1시간씩 달리던 시간에 30분을 더하니, 무언가 스스로를 넘어섰다는 작은 성취감이 밀려왔다. 달리기는 이제 단순한 운동이 아니라, 내 안의 열정을 깨우는 뿌리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의기소침하고 무기력할 때, 나는 늘 달리며 활로를 찾고 기운을 북돋았다. 그래서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다. 고통은 늘 따라왔지만, 그 고통 속에서 살아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 날의 목표는 전날보다 더 빠르게 들어오는 것이었다. 그래서 처음부터 속도를 높였다. 예상대로 호흡은 금세 가빠졌고, 전날보다 몸은 분명 가벼워졌지만, 속도에 맞추다 보니 오히려 더 힘겨웠다. 체중은 줄었지만, 고통은 줄지 않았다. 그 순간 깨달았다.


고통은 언제나 다른 얼굴로 다가온다는 것을. 익숙한 고통이 사라지면, 낯선 고통이 그 자리를 채운다. 삶도 다르지 않다. 달리며 문득 떠오른 말, “삶은 고통이다.” 철학자들이 자주 인용하는 이 명제는 피부에 와닿는다. 살아간다는 것은 고통이며, 그 고통을 견디며 의미를 찾아가는 것이 인간 존재의 방식이 아닐까!


연휴라는 평온한 시간 속에서, 나는 몸과 마음이 나태해질까 염려했다. 쉴 때는 쉬어야 하지만, 나는 어느새 쉬는 법을 잊어버린 사람처럼 되어 있었다. 그래서 다시 달리기를 선택했다. 고통을 감수하더라도,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서.


육체는 쉽게 무너지고, 정신은 더 빨리 나태해진다. 달리며 거칠게 올라오는 숨결 사이로 나는 지금의 나를 직면한다. 얼마나 안일해졌는지, 얼마나 무뎌졌는지.


하지만 ‘어이구’ 하며 멈추고 싶은 순간에도 나는 계속 발을 내딛는다. 나를 담금질하는 이유는 과거의 후회가 아니라, 달리고 난 후의 나를 그려보기 때문이다. 그 고통 뒤에 오는 개운함, 무기력 너머에 있는 생기를 맛보기 때문에 나는 이 선택이 나를 활력 있게 살아가게 만든다는 것을 느낀다.


달리기란, 결국 삶을 살아가는 방식의 축소판이다. 고통을 동반하지만, 고통이 전부는 아니다. 그 고통을 견디고 나면 몸은 가벼워지고, 마음은 단단해진다. 삶은 매일의 선택이고, 선택은 언제나 고통과 의미를 함께 건넨다. “나는 왜 또 달리기를 선택했는가?” 그 질문에 대한 나의 대답은 간결하다. “육체와 정신이 충일한 가운데, 살아 있음을 확인하고 싶어서.” 지금의 나를 더 나은 쪽으로 이끌고 싶어서. 그래서 오늘도 나는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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