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입견

by 전우 호떡

통상 차를 갖고 다녔었는데, 오늘 아내가 차를 쓸 일이 있어 차를 갖고 이동할 수 없어 차로 2시간 걸리는 거리를 대중교통을 이용했다. 3시에 출발해 버스와 지하철 시간을 기다리다 시간이 늘어났고, 해가 저문 7시 반에야 집에 도착했다. 차로 이동할 때보다 두 배 이상 걸렸지만, 좋은 경험이었다. 아내는 오랜만에 내가 버스를 타는 정류장까지 안내해 주면서 바래다주었다. 아내에게 잘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나눴는데, 버스를 오르자마자 교통카드가 되는 줄 알고 있던 카드가 결제 처리가 안 되어 난감했다.

버스 운전기사는 그럴 수도 있다는 듯 차에 먼저 오르게 해 주시며 나의 실수를 너그러이 받아주셨다. 일단 계좌이체를 해 드리겠다고 기사분에게 말씀드리니, 본인이 요금을 받는 게 아니라고 하면서 일단 앉으라고 했다. 아내에게 전화하니, 아내도 나와 같은 생각으로 요금을 계좌이체를 하는 방식으로 부탁해 보라고 했다. 좌석에 앉아 어떻게 하지 고민하다, 비상금으로 가방 안쪽 주머니에 1만 원을 넣어놨다는 걸 기억했다. 1만 원을 들고 기사분에게 요금을 내겠다고 말씀드리니, 3천 원 요금에 7천 원을 모두 잔돈으로 들고 다녀야 한다며 그러면 불편할 테니, 다음에 버스 탈 때 양심껏 2배의 요금을 내라고 하셨다. “요즘 세상에 이런 분도 계시는구나, 세상 사는 맛이 이런 거구나!” 다시금 배려의 철학을 깨닫게 되었고, 감사의 마음으로 집을 향했다.

버스로 1시간, 다시 지하철로 갈아타 1시간을 달리고, 마지막 시내버스로 40여 분 가면 집에 도착한다. 지하철로 내려 버스정류장에 도착하니, 방금 버스 한 대가 지나가 이제 30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 기다리는 동안 심심해서 시장을 한 바퀴 돌고 왔더니, 버스가 도착할 시간이 되어서 그런지 버스정류장은 많은 사람으로 북적였다. 버스정류장은 배차 시간이 긴 탓에 사람들이 많이 몰렸고, 버스에 오르자 차례차례 돈을 내라고 운전기사분이 큰 목소리로 계속 말했다. 이윽고 운전기사는 내 뒤에 한 사람에게 왜 카드를 찍지 않냐고, 상습적으로 그런다고 호통을 쳤다.

순간 정적이 일었고, 이내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그는 당혹감을 느끼면서도 차분하게 동료와 두 명분을 내겠다며 단말기를 그렇게 처리해 달라고 말했다. 나는 운전기사가 정말로 그를 예전부터 잘 알고 그랬는지 궁금했지만, 그 상황에서는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차에 오르면서 기사로부터 점잖지 못한 말을 들었던 사람이 의도적으로 버스요금을 내지 않으려고 단말기에 찍지 않았는지, 아니면 두 명분을 별도로 내기 위해 좀 기다리려 했는지 그 사실관계를 애써 규명하고 싶지 않다. 다만 기사가 승객을 대하는 방식에 문제가 있었고, 그 문제의 본질은 사람을 대하는 태도와 연관되었기에 미간이 찌푸려지지 않을 수 없었다.

말은 내용이 아무리 좋더라도, 목소리가 커지거나 말투가 빠르고 거칠 때 느끼게 되는 불쾌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운전기사가 선입견으로 거친 언사를 내뱉었을 때, 만일 차에 오른 승객이 거기에 반응했더라면 일이 크게 벌어졌을 수도 있었겠다. 그러나 그는 반응하지 않고 차분하게 필요한 말만 하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다행이었다. 운전기사가 오늘 어떠한 심리상태로 거기까지 왔는지는 알 수 없다. 늦은 시간 더위와 피곤함에 지쳐 있는데 버스요금을 내지 않으려고 꾀를 부리는 진상 같은 손님도 이미 만났을지도 모른다. 오늘의 일화를 통해 타인을 대할 때 선입견을 최대한 자제하고 객관적으로 대해야 함을 배웠다. 선입견을 갖지 않는 게 최선이지만, 혹 선입견이 있을지라도 그 선입견이 언어로 나타나지 않도록 노력함이 중요하다. 언어는 그 사람의 인격이고 그 사람의 전부이기 때문이다. 사람의 가치를 내려놓고 분란을 일으키는 태도는 절대 삼가야겠다.


2023년 9월 양주에서

작가의 이전글참 좋은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