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겁게 달리면서

by 전우 호떡

주말에 눈이나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토요일 아침, 유리창에는 빗물이 맺혀 있었고 대지는 이미 흥건히 젖어 있었다. 주말을 맞아 잠시 멈춰 서 여운을 즐겼다. 늦게 일어나 간단히 요기하고, 책을 읽다 음악을 듣고, 다시 영상을 보며 시간을 흘려보냈다. 그렇게 점심을 지나 늦은 오후에 이르렀다. 오후와 저녁의 경계에 선 잿빛 풍경은 묘하게 아늑했다.


점심 이후의 포만감은 생각보다 오래 남아 있었다. 비가 지나간 뒤 회색으로 가라앉은 세상 속에서, 오후 늦게서야 집을 나섰다. 12월의 겨울비 뒤 공기는 장갑이 필요 없을 만큼 포근했다. 천천히 몸을 풀고 가볍게 나아가려 출발했지만, 곧 체중이 주는 중압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기름칠하지 않은 체인이 도는 듯 리듬은 뻑뻑했고, 거친 호흡 사이로 ‘헉’ 하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일주일 동안 한 번도 달리지 않았다. 탁구에 빠져 탁구를 즐겨 했고, 퇴근 무렵이 되어 달릴 여유가 사라졌다. 평일 내내 이어진 모임 속에서 평소보다 많이 먹었고, 늦은 시간의 과식은 더부룩한 아침으로 돌아왔다. 달리며 몸이 둔해진 리듬을 되찾게 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다.


버거움을 덜기 위해 호흡을 길게 내쉬고 들이마시며 보속을 늦췄다. 힘들수록 고개를 숙이는 경향에 시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이내 자세를 바로잡았다. 상체를 세우고 고개를 들어, 먼 창공과 높은 지대를 바라보았다. 지금의 고단함에만 매이지 않고, 한 발 앞에 있을 미래의 나를 품으며 나아가고 싶었다.


평일에 한 번도 달리지 않은 채 맞은 주말의 첫 달리기는 유난히 힘들었다. 올해 달려온 시간 가운데서도 손에 꼽힐 만큼 버거웠다. 중간에 멈추고 싶었지만, 이왕 시작한 김에 끝을 보고 싶었다. 몸의 둔중함과 묵묵히 맞서며, 다른 생각은 모두 접을 수밖에 없었다. 오직 전방의 먼 지점을 향해 발을 내딛는 행위에만 의지를 모았다.


한 시간 남짓한 코스의 3분의 1쯤을 지났을 무렵, 몸은 서서히 익숙한 궤도로 돌아왔다. 충격을 받아들이는 시간을 지나자, 그동안 달리며 쌓아온 에너지와 움직여 온 근성이 조용히 되살아났다. 비 갠 뒤의 포근함을 느낄 틈도 없이 무겁게 달렸지만, 오늘의 어려움은 평일 동안 흐트러진 생활이 남긴 흔적이었다. 무거웠던 달리기는 준비와 절제의 중요함을 일깨워 주었고, 진한 기억으로 또렷이 남았다. 이 기억은 오래 머물러, 다음 출발선 앞에서 나를 다시 단단히 세워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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