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구대 위에서 배움

by 전우 호떡

일과 후에 거의 매일 탁구를 친다. 라켓과 공, 함께할 사람만 있으면 언제든 시작할 수 있는 운동이다. 탁구는 몸을 움직이게 할 뿐 아니라 사람을 만나게 하고, 하루의 긴장을 풀어 준다. 큰 무리 없이 오래 즐길 수 있어 나이가 들어도 곁에 둘 수 있는 운동이라는 점도 매력이다.


어릴 적 동네에는 합판을 짜서 만든 탁구대가 있었다. 라켓을 어떻게 구했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친구들과 모여 공을 주고받던 장면은 아직도 생생하다. 처음에는 그저 넘기기만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주고받는 재미를 알게 되며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큰 시험을 치른 뒤나 친구 생일 등 특별한 일이 있으면 시내로 나갔다가 탁구장에 들르곤 했다. 마음 맞는 친구들과 웃고 떠들며 치던 탁구는 그 시절의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중년에 접어들어 정부 부처에 파견 근무를 나갔을 때, 청사 지하 1층에 탁구장이 있었다. 감정적 갈등이나 소모적인 일이 비교적 적었던 시기라 업무와 인간관계 모두에 여유가 있었다. 저녁마다 탁구를 치며,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던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어릴 적 동네에서 치던 탁구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지만, 탁구장에서는 평균 이상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덕분에 사람들과 어울리기 수월했지만, 늘 비슷한 수준에 머물러 실력이 크게 늘지는 않았다. 그래서 잠시 레슨도 받아 보았다. 전문적으로 잘하고 싶다기보다, 더 재미있게 즐기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 무렵 동네 주민센터의 탁구 동아리에도 나갔다. 대부분 연배가 높은 분들이었고, 내가 막내였다. 팔목과 무릎에 보호대를 착용한 채 경기에 임하는 어르신들을 보며 오랜 시간 쌓인 구력의 벽을 실감했다. 함께 쳐도 이기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다 작년 말 근무지를 옮기면서 다시 탁구를 꾸준히 즐기게 되었다. 함께 칠 동료들이 있어 거의 매일 탁구대를 찾았다. 1 대 1로 이긴 사람이 계속 경기하는 방식이었는데, 파견 근무와 동아리 활동을 통해 쌓은 경험 덕분에 비교적 오래 탁구대를 지킬 수 있었다. 탁구는 이전보다 훨씬 더 재미있어졌다.


최근 새로 온 동료 중 탁구를 잘 친다는 사람이 있었다. 은근히 그의 실력이 궁금했는데, 탁구장에 가방을 들고 나타난 모습부터 예사롭지 않았다. 라켓과 장비는 모두 전문적이었고, 실력 또한 탁월했다. 그는 초등학교 때 전문적으로 탁구를 배웠다고 했다.


현격한 실력 차이로 나는 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하지만 그와의 대결 속에서 조금씩 나아지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승부에 집착하기보다 나의 플레이에 집중하며, 어제보다 나아진 오늘에 의미를 두었다.


2주쯤 지났을 때, 나는 마침내 그를 이길 수 있었다. 경기를 즐기며 마음속으로 “할 수 있다”를 되뇌었던 덕분이다. 넘을 수 없을 것 같던 벽을 극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승부욕을 내려놓고 하루하루 발전하는 나 자신을 믿었기 때문이다. 점수에 집착하면 몸과 마음이 경직되고 판단이 늦어져 오히려 반응이 둔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매번 졌지만, 실력 차이를 인정했기에 조급해하지 않았다. 대신 이길 때까지 꾸준히 도전하며 기술을 끌어올리려 노력했다. 반복되는 패턴 속에서 정체를 느끼던 차에 그가 나타났고, 그는 내게 각성을 불러일으킨 탁구의 사부가 되었다. 나는 배우는 자세로 그를 따랐다.


이기면 재미는 배가 된다. 이기고 싶었지만, 그만큼 시간을 들여 실력을 쌓아야 한다는 사실도 받아들이게 되었다.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중압감에서 벗어나려 애쓰며 감정을 차분히 다스렸다. 탁구는 내게 감정을 다루는 법을 가르쳐 주었고, 경쟁 앞에서 나를 잃지 않는 법을 알려 주었다. 꼭 이겨야 한다는 부담을 내려놓을 때, 오히려 더 멀리 갈 수 있음을 탁구대 위에서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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