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제에 대하여

by 전우 호떡

최근에 자리를 옮긴 뒤 모임이 잦아졌고, 자연스레 술잔을 들 기회도 많아졌다. 그러나 요즈음 나는 술이 그리 반갑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술자리는 점점 버거워지고, 그 여파가 오래 남기 때문이다. 젊을 때는 몰랐던 일이다. 이제는 한 잔만 들어가도 알코올 향이 또렷이 느껴지고, 몇 잔 더하면 취기가 빠르게 올라 다음 날까지 나를 붙든다.


술은 단순히 기분을 좋게만 하지는 않는다. 건강을 해치고, 기억을 흐리게 하며, 때로는 사람의 기질까지 흔든다. 몸속 깊은 곳으로 스며들어 잠잠히 가라앉아 있던 감정의 바닥을 휘젓는 듯하다. 묻어 두었던 말과 속 깊은 감정이 술기운을 빌려 떠오른다. 과하면 몸을 상하게 하고, 정신마저 흐트러뜨린다.


술은 또 다른 술을 부른다. 몇 순배 돌고 나면 흥이 오르고, 그 흥은 이내 취기로 번진다. 참아야 할 말이 불쑥 튀어나오고, 평소라면 삼켰을 이야기들이 문득 입 밖으로 흘러나온다. 다음 날 아침, 기억이 또렷하면 민망함이 남고, 흐리면 더 곤혹스럽다. 부끄러움과 후회는 뒤늦게 찾아온다.


내가 술을 마시는 이유는 대개 좋은 의도에서 출발한다. 기쁜 날을 기념하고 싶어서이고, 손님을 맞이하고 대접하기 위해서이며, 사람들과 어울리며 잠시 마음을 나누는 시간을 갖고 싶어서다. 깊은 속내는 아닐지라도, 한 겹의 빗장을 여는 매개로서의 술의 역할을 나는 알고 있다.


얼마 전 후배들과 식사를 했을 때, 세 명 중 두 명이 술을 들지 않았다. 예전에는 곧잘 마시던 이들이었다. 완전히 끊은 것은 아니지만, 건강을 위해 절제한다고 했다. 술이 건강에 이로울 리는 없겠으나, 관계를 위해 필요하다고 여겨왔던 나로서는 새삼 술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술을 멀리하고자 하지만, 아직 완전히 놓지 못하고 있다. 관계의 자리가 끊어질 수 없고, 또한 나에게 술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어 더욱 어렵다. 그러나 음주는 나의 언행을 어지럽히거나 무너지게 할 수 있고, 부끄러움과 후회의 가능성을 높인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이 글을 쓰는 이유는 나 자신을 경계하기 위함이다. 음주에 대해 한 번 더 마음을 다잡고, 지나친 음주로부터 스스로를 삼가기 위해 이렇게 글로 남긴다. 실체를 눈으로 보고 새기기 위함이다. 글로 써 눈에 보이게 한 다짐은 마음속 다짐보다 오래가리라 믿는다.


이 글을 읽는 이에게도 작은 경각이 되기를 바란다. 흥겨워지되, 흐트러져서는 안 된다. 취기에 어지러워지기 전에 술잔을 드는 손이 잠시 멈추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된다면, 이 글의 뜻이 전해져 좋겠다는 바람 또한 가져본다.

작가의 이전글또 다른 익숙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