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다른 사무실에 들어가려던 중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장면을 목격하고는 발걸음을 돌렸다. 부서장이 실무자를 거칠게 질책하고 있었다. 나중에 그날의 상황을 전해 들었다. 실무자는 일정에 맞춰 일주일 전에 자료를 제출했지만, 부서장은 보고 시간이 임박해서야 검토를 했고, 내용에 문제가 있다며 갑자기 태도를 바꾸어 몰아붙였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차마 입에 담기 어려운 말들이 쏟아졌고, 서류를 집어 던지는 행동까지 이어졌다. 분이 가라앉지 않았는지, 보고가 끝난 뒤에도 다시 불러 출신 지역과 학교까지 거론하며 비난을 이어갔다고 했다.
평소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는 말이 인상 깊었다. 그러나 그를 오래 지켜본 사람들에게는 낯선 모습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그는 자신을 위에 둔 채, 수직적인 관계 속에서 지시하는 데 익숙했고, 실무자의 입장을 헤아리려는 마음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존중은커녕 이해조차 없었다. 같은 공간에 있을 수는 있어도, 마음이 떠난 관계는 이미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화’란 그런 것이다. 화를 내는 사람과 그 화를 받는 사람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을 세운다. 신경질, 고성, 짜증, 불쾌함 같은 감정들이 뒤섞이며 관계를 무너뜨린다. 그래서 화는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관계를 단절시키는 힘이 된다. 그날의 이야기를 들으며, 그런 사람을 상사로 만나지 않은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그러나 돌아보면, 나 역시 감정의 충돌로 관계가 멀어진 경험이 있다. 어느 날 사무실에서 동료의 일을 도와주고 있었는데, 옆에 있던 선배가 갑자기 그만두라고 말했다. 나는 이미 도와주기로 약속했고, 이번 한 번만 알려주면 다음부터는 혼자 할 수 있다는 상황을 설명했다. 선배는 내 말을 듣더니, 자신의 말에 토를 달았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순간 사무실은 얼어붙은 듯 조용해졌고, 사람들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선배는 이내 자리를 떠났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나는 그저 상황을 설명했을 뿐이었지만, 선배에게는 그것이 반박으로 느껴졌을 것이다. 지금 돌이켜보면, 나의 말투나 태도가 충분히 정중했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된다. 조금 더 기다렸다면, 조금 더 부드럽게 표현했다면 불필요한 감정의 충돌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또 한 번은 관계의 균열이 더 분명하게 드러난 일이 있었다. 함께 근무하며 가까워진 동료가 있었다. 출장을 함께 다녀오며 자연스럽게 친해졌고, 식사도 자주 함께했다. 그러던 어느 날, 다른 사람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되었고, 대화는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그런데 अचानक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욕을 내뱉고는 그대로 나가버렸다.
남겨진 우리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리가 대화를 이어가는 동안 그가 소외감을 느꼈던 것 같았다.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그는 혼자 남겨진 기분이었을 것이다. 사람은 누구나 무시당한다고 느끼는 순간 깊은 상처를 받는다. 결국 그 일의 시작은, 그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나의 부족함에 있었다.
존중이 없으면 갈등은 쉽게 생긴다. 존중이란 상대를 내 기준에 맞추려는 것이 아니라, 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는 노력이다. 우리는 종종 자신의 기준으로 타인을 판단하고, 그 과정에서 관계를 상하게 한다. 그러나 한 걸음 물러서서 상대를 바라보면, 보이지 않던 마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또한, 타인의 좋은 점을 보려는 노력은 관계를 따뜻하게 만든다. 나쁜 점에 시선을 두기보다 좋은 점을 찾으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그런 시선이 쌓이면 감정은 부드러워지고, 관계는 자연스럽게 가까워진다. 결국 그 변화는 상대뿐 아니라 나 자신에게도 이롭게 돌아온다.
인생은 파도처럼 기복이 있다. 힘든 시기도, 거친 시기도 반복된다. 그 속에서 중요한 것은 어떤 일을 하느냐보다, 어떤 사람과 함께하느냐다. 관계는 언제나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다. 내가 먼저 마음을 열면 상대도 변하고, 내가 닫으면 관계 역시 멀어진다.
우리는 종종 가까운 사람일수록 편하게 대하며 소중함을 잊는다. 그러나 관계를 지키기 위해서는 익숙함 속에서도 예의를 잃지 않는 태도가 필요하다. 누구를 만나든 가벼이 여기지 않고, 존중의 마음을 담아 대하는 것. 그것이 관계를 지키는 가장 기본이다.
돌아보면, 결국 사람은 사람으로 기억된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으로 남는 것, 그리고 함께한 시간들이 따뜻한 기억으로 남는 것. 그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이자, 삶을 더 의미 있게 만드는 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