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면서

by 전우 호떡

정말 오랜만에 큰마음을 먹고 1시간을 달렸다. 거의 5개월 만이다. 그동안 혼자 달리기보다는 젊은이들과 함께 가벼운 구기운동을 즐겼던 까닭이었다. 혼자 하는 운동의 묘미도 있지만, 무리 지어 함께 땀 흘리며 한 구성원으로 소속감과 연대의식을 나누면서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재미가 있어 한동안 이어졌다. 또한, 바쁘다는 핑계로,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겼고 무릎에 통증이 있다는 둥 갖가지 구실을 들어 미루고 미뤄왔던 터이다. 주말에는 시간을 낼 수 있었지만, 그동안 그 생각을 하지 못했다. 못했다기보다는 안 했다는 표현이 적절한 것 같다. 최근에 떠오른 그 생각을 행동으로 실천했다.

처음에는 무릎과 발목을 보호하고 그간의 공백을 메우면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느린 속도로 시작했다. 천천히 호흡하며 자연을 둘러보는 여유를 충분히 즐기게 되었다. 무슨 일이든지 급하게 하면, 서두르면 그르칠 수 있다. 쉽게 달구어지면 금방 식지만, 오랫동안 담금질하면 쉽게 변하지 않으리라! 예전을 생각해 쉽게 접근해서 무리하다 보면 역효과를 낳게 됨은 당연한 이치이다. 달리기는 짧은 구간을 금방 끝내기보다 1시간 정도의 거리를 지구력을 갖고 하는 편이 조금 더 나은 듯하다. 정성스럽게 임하며 신변을 생각하고 정리할 수 있는 재미가 쏠쏠하기 때문이다.

달리기의 장점은 수없이 많지만, 신체의 모든 기능을 원활하게 작동시킬 수 있다는 점이 특히 맘에 든다. 하체만 사용할 것 같지만, 전신을 모두 움직이며 심지어 복근에도 효용이 있다. 뛰면서 팔을 위아래로 힘차게 움직인다. 머리, 목, 가슴, 배, 허리, 허벅지, 종아리, 발목, 발에 이르기까지 신체의 균형된 조화로 한발 한발 내디디며 대사량은 증가한다. 신체 활동에 에너지가 필요하므로 계속 에너지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다. 달리면서 힘이 더 부치고 기력이 사라지는 것 같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으리라! 조금 더 뛰면서 근육이 생기듯이 에너지가 만들어져 활력이 넘쳐나리라! 적어도 30분 이상 뛰어야 지방을 태울 수 있다고 한다. 달리는 동작을 계속 반복함으로써 최적의 효율화된 구조로 변해가는 것이다.

달리기의 진정한 맛은 가파른 오르막길을 오르는 데 있다. 해안가의 평지와 오르막이 몇 군데 있는 산길, 두 개 코스가 있었는데 오래간만에 오르막을 타며 생기는 희열이 그리웠던 탓에 산길을 택했다. 코스에는 세 군데 정도의 급경사의 오르막이 있었다. 오르막에 다다르기 전에 호흡을 길게 가다듬으며 오르막을 오르기 전을 준비한다. 평지를 달리는 동안은 순수하게 몰입할 수 있지만, 이 순간만큼은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 어느새 계산으로 뒤덮어져 머리는 복잡해진다. 구간 구간을 넘을 때 어떤 호흡과 어떤 속도로 힘을 안배해야 할지 궁리해야 하기 때문이다.

오르막길은 질주할 수 없는 구간이다. 질주하면 금방 지쳐 다음 호흡을 준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00여 미터의 구간이 가파른 경사로 아득해 보였다. 오를 때면 힘들어질 때마다 항상 그냥 놔버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그럴 수 없다. 목표로 가는 과정에서는 절대 멈추거나 걷지 않겠다는 나와의 약속을 지켜야 하기 때문이다. 경사길에 바람을 저항을 줄이기 위해 머리를 약간 숙인다. 고개 정상을 쳐다보지 않고 불과 몇 미터 앞을 목표로 조금씩 조금씩 정복하며 오른다. 가장 힘들 때는 오르고 난 후의 성취감과 정상에서 지나온 길을 돌아보며 정경을 바라볼 수 있는 기쁨을 생각하며 참는다. 정말 주저하고 싶을 때, 참기 어려울 때는 잠깐 내리막길로 뛰며 기력을 회복해서 다시 오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는 멈추거나 걷지 않고 계속 뛰면서 동력을 만들어내는 수단이다. 전진을 위한 에너지를 끌어올리기 위해 때로는 2보 전진을 위한 1보 후퇴를 택할 수 있다. 멈추지 않는 한 목적지에 반드시 닿게 되어 있다. 이런 과정을 몇 번 반복하며 가파른 경사길의 정상에 다다를 수 있다.

지금까지 올 수 있었던 동력은 힘들고 어렵지만 달리기를 계속할 수 있듯이 참고 버티어 온 인내의 자세였던 것 같다. 그것이 인이 배어 달리면서 숨이 가빠오고 버겁지만, 꾹 참고 이겨낼 수 있었다. 우리의 능력이 다소 부족하고 미약하다 할지라도 근성을 갖고 꾸준히 할 수 있다면 반드시 목표를 이룰 수 있으리라! 관건은 얼마 만에 끝낼 수 있느냐에 달려있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삶에 임하는 성실의 태도로 목표에 다가가는 데 있지 않나 생각한다.

가만있어! 가마니 써! 가만히 있으면 성장과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 가마니를 쓰고 있으면 움직일 수 없다. 움직이지 않으면 아무 작용이 없듯이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기대할 수 없다. 힘들고 어렵지 않게 고만고만하게 한다는 것은 고통을 유발하지 않는다. 감당하기 어려울 만큼의 자극과 힘겨움 속에서만 성장과 발전을 전제할 수 있다. 힘이 든다는 것은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금 힘들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성장하고 발전하는 것이다. 뛰면서 호흡이 가빠오고 심장과 혈관, 뼈와 근육에 주어지는 자극은 땀과 열기로 노폐물을 배출하고, 신경과 조직을 기민하게 만들어 피로를 덜어주며, 충격에도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건강하게 해 주리라!

달리기를 마쳤을 때 보람은 이루 말할 나위 없다. 난관을 이겨내고 완주해 결승점에 무사히 도착한 결실은 전리품으로 영토를 얻은 듯한 쾌거이며 가족은 물론 동료에게 고백하고 전하고 싶은 자랑일 수 있다. 아내는 힘겹게 돌아온 나에게 칭찬과 혹시나 하는 건강에 대한 염려도 함께 전한다. “대단하시네요. 그런데, 괜찮으세요! 힘들지 않으세요!” 아내의 덕담은 다음 달리기를 기약하는 동기를 부여하고 있다.

5개월 만에 1시간을 달린 후 다음날 후유증을 예상할 수밖에 없다. 아침에 팔, 다리에 특히 허벅지와 종아리에 알이 배어 일어날 것이다. 복근에도 알이 배어 웃고, 재채기할 때 배를 당기는 근육통이 예상된다. 그러나 한 며칠 지나면 정상으로 돌아오기 마련이다. 장기간의 공백기를 가졌기에, 달리기에 적응하려 복부에 배인 알은 다시 한번 달리기의 진한 여운을 안겨주리라!


2021년 가을 강원 고성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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