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

by 전우 호떡

평일 업무를 마친 금요일 오후, 설레는 마음으로 집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다. ‘가족과 함께 휴일을 어떻게 보낼까’를 고민하며 기대감이 차오른다. “무엇이 행복일까?” 인생의 목적은 행복 추구에 있다. 사람은 자기 기준을 갖고 행복을 추구하기에 누구나 갖는 행복의 의미가 각자 다를 수 있다. 배고픔이나 졸음과 같은 생리적 욕구를 이뤘을 때 느껴지는 충족감이나 만족감일 수 있고 웃음과 찾아오는 기쁨일 수도 있다. 또한,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즐거움이나 재미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행복에 대한 공통의 인식은 만족, 기쁨 등의 긍정적 의미를 담고 있다.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활력을 찾기 위해 줄곧 달려왔다. 달리는 동안 숨 가쁨과 근육통의 자극이 주어지지만 살아있음에 감사함을 느낀다. 또한, 신체의 근육이 깨어나고 정신이 맑아지는 걸 느끼면서 감당해야 하는 힘겨움은 상쇄된다. 따뜻한 햇볕 속에 신선한 바람을 맞으며 노폐물을 땀으로 발산하고 고민을 털어버리며 활력을 찾을 수 있기에 여가를 내어 달리는 기분이 좋다. 평일에 현안과 씨름하며 보낸 고단함을 잊고, 주말에 여유로움 속에서 하고 싶은 재미를 찾다 보니 달리기가 기다려진다.

학창 시절을 되돌아보면 달리는 시간은 축구 등을 하며 친구들과 놀면서 보낸 시간이 전부였다. 10분 이상 지구력을 갖고 달리기를 시작한 건 체력단련을 본격적으로 했을 때였다. 그때는 힘에 부치고 어려웠지만 해야 할 일이라고 받아들였던 것이 항상 에너지를 만드는 활력소가 되었다.

달리기를 시작하게 된 동기는 몇 가지가 있다. 매일 아침 출근길에 마라톤 복장으로 달리는 동네 아저씨의 모습이 인상 깊었다. 나는 6시에 일어나 출근하는데, 그분은 언제 출발했는지 모르지만 백 미터를 질주하듯 매우 빠른 속도로 이미 달리고 있었다. 반바지와 소매 없는 티셔츠를 입은 모습에서 군살 하나 없는 균형 잡힌 체형을 보고 놀라웠다. 또한, 백발의 어르신이 마라토너의 복장을 갖추고 힘겹게 뛰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구부정한 허리와 마른 팔다리의 근육을 보며 ‘왜 저렇게 힘들게 사시는지, 왜 사서 고생을 하시는지’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참 열심히 자신을 관리하시는구나’하고 존경의 마음이 더해졌다. 힘이 드는 줄 알지만, 그 어려움 속에서 인생의 재미와 살아가는 즐거움을 찾아 달리는 것이다. 일상 속에 마주하는 열심히 사는 이웃을 보면서 달리기를 하고 싶은 동경이 새삼 일어났다.

10년 전에 달리기를 처음 시작했다. 그 시절, 아주 가끔 운동시간을 가졌었다. 그날을 회상해 본다. 몇 개월 동안 전혀 뛰지 못하다가 마음먹고 집에서 출발해 한강대교를 돌아오리라 계획하고 나섰다. 일단 준비운동으로 몸을 풀고 뛰기 시작했다. 조금 뛰다 보니 너무 힘들었다. 달리기 하는 데 있어 목표를 두 가지를 세웠다. 첫째는 계획된 목적지까지 완주하는 것이고, 둘째는 완주할 때까지 뛰는 동안은 절대 멈추거나 걷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12km 구간의 코스를 2시간여에 걸쳐 돌아왔다. 4km를 50분에 걷는 속도를 고려해 보면 거의 걸음에 가까웠다. 처음 시작하고 무리를 느끼고 난 후 잔걸음의 보폭으로 뛰었기 때문이다. 뛰고 나서 일주일 동안 허벅지, 종아리며 온 다리에 알이 배어 제대로 걷지도 못했다. 준비되지 않은 운동이 오히려 역효과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절실히 깨달았다.

요즈음 매일 달리지는 못하지만, 틈을 내어 꾸준히 달리고 있다. 1년 전에 20km를 달렸다. 그때는 일주일 단위로 10km, 12km, 14km, 이런 식으로 2km씩 거리를 넓혀가며 20km를 가볍게 다녀온 기억이 있다. 작년의 추억을 다시 찾고 싶었다. 꾸준히 10km를 뛰고 있었지만, 20km 거리는 준비가 되지 않았다. 다소 부담이 되었지만, 그래도 한번 달려보고 싶었다. 집을 나서면서 천천히 달렸다. 반환점을 찍고 돌아올 때까지 느낌이 괜찮았다. 달려오면서 시원함을 넘어 강변의 강풍이 맞받아쳐 온몸에 흐르는 땀을 식혀주었다. 사람들의 여유 있는 표정과 강변의 경치를 둘러보며, 특히 요트 타는 정경이 인상 깊었다. 요트를 타고 강 위를 달리는 사람과 나를 비교해 보니 요트를 배워 보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반환점을 돌아 여유 있게 뛰는 데 돌아오는 코스의 절반 거리에 이르는 순간 우측 무릎이 뻐근해졌다. 속력이 나지 않았다. 무릎 이상으로 다리를 절게 되었다. 절뚝거리면서 좌우 불균형으로 뛰다 보니 무릎과 발목에 힘이 많이 들어갔다. 도착할 때까지 아직 꽤 남았는데 낭패였다. 절뚝거리면서 목적지까지 뛰는 데 40여 분이 걸렸다. ‘무릎이 아플 때 그냥 걸었어야 했는데!’라는 괜한 무리를 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완주를 목표로 달리는 동안 걷지 않는 원칙을 지켰다는데 기쁨을 느끼며 집에 돌아왔다.

무릎과 발목이 많이 안 좋아져서 걷기 어려웠다. 준비되지 않은 운동은 또다시 역효과를 불렀다. ‘원칙을 지켜야 하는가, 아니면 실리를 추구하면서 할 만큼만의 노력만 할까!’ ‘살면서 우리가 끊임없이 마주하는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의문이 든다. 달리는 이번 경우에 대해서는 원칙을 지켜 20km를 완주했다는 성취감이 역효과보다 큰 것 같다. 무릎, 발목의 통증은 일주일 이내 원래 상태로 돌아오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체중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이유만으로도 꾸준히 달리고 있다. 달리기를 통해 신체와 정신을 단련하며 관리하고 있다. 달리기는 나와의 약속이면서, 가장으로서 가족에게 늘 꾸준히 자신을 관리하고 있다는 본보기가 되고 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삶은 자기 자신과의 약속에서부터 지켜진다고 생각한다. 힘들지만 쉬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며 내딛는 한 걸음마다 삶의 변화에 흔들림 없이 적응하려는 열정을 담고 있다.

달리기는 어떻게 보면 자신과 싸움이다. 매일 운동을 나가는 나에게 동료가 슬그머니 ‘가서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오라’며 웃는다. 이내 한 시간 후에 돌아온 나에게 한 바가지 흘린 땀으로 범벅이 된 상의와 얼굴에 맺힌 땀방울을 바라보며 다시 그는 ‘이기고 돌아왔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자신과 싸움에서 이기면 누가 진 거냐’며 다시 묻는다. 결과적으로 달리면서 나 자신과 싸움에서 이긴 나는, 나를 넘어서는 발전하는 모습의 나와 하나의 존재로 순간의 힘겨움을 이겨내고 거듭나는 자신의 모습이다. 멈추지 않고 나를 넘어서며 달리는 모습 속에 변화와 성장의 기운이 샘솟는다.

행복은 만족하는 마음가짐에 있다고 하지만, 세대를 통해 다양하게 변화한다.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에는 소박하게 배를 채우는 것만으로 행복했다. 지금같이 기술이 발달해 온갖 기기들로 넘쳐나는 세상에는 생리적 욕구 외에 사람들의 눈을 끄는 다양한 볼거리와 놀이를 통해서 행복을 느낄 수 있다. 나에게 하나의 행복은 ‘취미를 즐기는 것’이고 그 취미는 시간을 내서 달리는 것이다. 신체의 급진적 변화작용으로 고통을 통해 근육이 만들어지듯이 달리기는 노폐물을 배출하며 고통을 수반하지만, 샘솟는 기운을 만든다. 역설적이게도 뛰면서 체력을 소진하는 듯하지만, 활력이 다시 솟구쳐 오르게 된다. 그런 기운이 계속 상승하며 가슴에 열정이 식어가지 않도록 나를 지탱해 주고 있다. 오늘도 집에 가면 나만의 여유를 찾아 반사되는 햇빛을 정면으로 맞으며, 저녁 무렵 돌아올 때 석양을 마주하고 나를 넘어서는 행복을 안고 달리게 될 것 같다.



2020년 여름 계룡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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